“너희가 이 세상에서 엄마와 함께 있었다면 우주는 대학교 2학년, 우미는 4학년 졸업반이겠고 얼마 있으면 시집 간다고 할텐테... 너희의 숙녀가 된 모습을 아무리 상상해 보려고 해도 사고 당시 11살과 9살의 귀엽고 예쁜 모습만 생생하게 살아 있을 뿐이구나. ‘엄마는 이 세상에서 최고로 훌륭한 요리사야!’ 하면서 엄마가 해주던 음식을 맛있게 먹던 모습, 머리를 예쁘게 땋아 주던 일, 너희가 좋아하던 찬송을 부를 때면 가슴이 아려오는 그리움에 눈시울을 적시곤 한단다.”
L.A. 샬롬장애인선교회 대표 박모세목사의 아내 박성칠사모의 하늘에 있을 두 딸에게 보낸 최근의 편지이다. 박 사모는 1989년 8월 14일 서울에서 9살, 11살의 딸들을 태우고 자동차를 몰고 시내로 나가다 중앙선을 넘어온 버스와 충돌, 두 딸을 잃었다. 그리고 사모는 정신을 잃고 병원에 실려간 후 1년간의 병치례 끝에 어깨 아래 전신마비란 중증장애인이된 후 현재 L.A.에 살고 있다.
나의 고등학교 1년 선배인 그녀의 남편 박 목사는 고등학교때부터 영어를 무척이나 잘했다. 내가 다닌 고등학교는 감리교 미션스쿨이었는데 여름방학때 박 선배와 함께 농촌 하계봉사를 다니며 우리는 무척이나 가까웠었다. 그는 연세대를 나와 아주 좋은 직장 무역부에 취직이 됐다. 그의 영어실력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리라. 그는 모든 면에 성실했다. 그의 성실성과 실력으로 그는 회사의 중역이 되었다.
1988년인가, 내가 L.A.클레어몬트신학교에서 뒤늦은 공부를 시작했을 때 박목사는 회사일로 L.A.에 출장을 왔다가 나의 신학교를 방문한 적이 있었다. 이 때만해도 그는 회사의 간부로 회사 일을 충실히 해나가고 있었다. 그 때 우리는 신앙과 신학에 관해 많은 이야기를 했었다. 그후 헤어진후 몇 년이 지나고 그의 아내가 서울에서 자동차사고로 두 딸을 잃고 아내는 중증장애인이 됐다는 소식을 다른 선배를 통해 알게 되었다.
그는 두 딸을 잃고 아내가 장애인이 된후 심경에 변화를 일으켜 신학교에 들어갔다. 신학교 졸업후 그 좋던 직장을 그만두고 목사가 된 후 미국에 들어왔다. 현재 그가 하고 있는 일은 샬롬장애인선교회로 아내와 같은 장애인을 돌보는 선교사업을 추진해 가고 있다.
박목사는 어깨 아래 전신마비자인 아내를 하루도 거르지않고 12년동안 돌보아오고 있다. 그런 반면 그는 한국의 장애인들에게 필요한 휠체어보내기운동을 펼치고 있다.
“우미야, 우주야! 너희가 없어서 ‘엄마, 아빠’ 소리는 듣지 못하지만 장애인선교회에 믿음의 자녀들이 늘어나고 있단다. 너희가 없기에 세상에 소망을 두지 않고 단지 일용할 양식과 필요한 만큼의 물질만 있으면 족하다는 마음으로 오직 주님의 영광만을 위해 살아가면서 너희들을 먼저 데려가심에 오히려 감사하게 되었단다.
어떤 봉사자가 중풍으로 반신을 사용할 수 없게 되었는데, ‘사모님은 두 손을 다 못쓰는데 저는 한 쪽이라도 쓸 수 있으니 감사해요’라며 낙심하지 않고 위로 받는 모습을 보면서 엄마에게 중증 장애를 허락하심으로 많은 사람들을 이해하며 섬길 수 있게 된 것이 오히려 감사하단다. 여러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자녀를 잃은 부모들도 만나게 되는데 그저 말없이 손잡고 눈만 마주 봐도 가슴속 깊이 감춰진 아픔을 서로 느낄 수 있단다.
어려운 가운데도 밝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많은 사람들이 위로 받는다고 말해준단다. 역경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을 더 많이 이해하고 감싸주고 섬기라는 하나님의 뜻임을 깨달으며 감사할 따름이란다. 엄마가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고 한다면 믿어지겠니? 휠체어를 타기에 죄를 덜 짓고 주야로 하나님의 말씀을 묵상하니 하나님 앞에서 행복한 사람이 되었단다.
지난 12년간을 긴 하루 같다면서 어렵고 힘든 가운데도 정성껏 돌봐주는 아빠의 희생적인 사랑과 너희 몫까지 아빠의 사랑을 독차지하기에 엄마는 정말로 행복한 여자가 되었단다. 우미야, 우주야! 너희들의 모습을 마음에 담고 자랑스런 엄마가 되도록 노력할게. 겸손과 사랑과 지혜를 주십사고 기도해 주렴. 다시 만날 그 날을 고대하면서...안녕! 이 땅에서 엄마가.” 박성칠사모가 하늘의 두 딸에게 보낸 편지 마지막 부분이다. 샬롬장애인선교회를 통해 많은 장애인들이 도움 받기를 간구해본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