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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년 동계올림픽 성화주자들의 역경스토리 화제
내년 2월8일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에서 개최되는 동계올림픽의 성화봉송이 시작되었다. 이번에도 성화봉송 주자들 가운데는 사람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하는 인간승리의 주인공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이번 성화봉송에는 총 1만1,500명의 주자들이 참여하게 되고, 각각의 주자는 3파운드 무게의 성화를 들고 4분의1마일씩 달리게 된다. 그 많은 주자들 가운데 전국적인 조명을 받고 있는 몇 사람의 면면을 살펴본다.
전직 의상 디자이너인 페냐 크라운은 암과 투병 중인 88세의 할머니다. 그녀는 지난 3월, 로마에서 개최된 마라톤 경주에 참가했다. 크라운은 "피니시 라인에 들어섰을 때, 이탈리아의 멋쟁이 젊은 남자 11명이 키스 세례를 퍼부었다"며 자랑이 대단하다.
성화봉송 주자 가운데 척 앤더슨도 우리의 시선을 끈다. 그는 원래 오른손잡이지만 이번에는 왼손으로 성화를 운반해야 한다. 몇 달 전 바다에서 식인상어에게 오른손을 먹혔기 때문이다. 앨라배마 공립학교 교육구 체육지도관인 앤더슨은 지난 여름, 3종 경기 훈련 도중 식인상어의 습격을 받았다.
하지만, 그 같은 사고도 앤더슨의 열정과 의지를 꺾지는 못했다. 그는 상어에게 당한 바로 지점에서 지난 달 개최된 3종 경기에 다시 참가했다. 앤더슨은 좌절하기는커녕, "아직도 상어 배속에서 내 손목시계 소리가 들릴 것"이라며 농담까지 하는 여유를 보인다. 그리고, 자기 몸이 통째로 상어 밥이 되지 않는 것에 대해 감사하고 있다.
캔사스주 프레리 빌리지에서 온 12세 쌍둥이 자매, 매디슨과 모간 스톡도 이목을 끈다. 두 자매는 모두 예정일보다 네달이나 먼저 태어난 미숙아였다. 특히, 매디슨은 뇌출혈 및 뇌성마비 증세가 심해 오른 팔을 전혀 못쓰게 됐고, 왼쪽 눈은 법적 실명상태다. 그러나 매디슨은 소프트볼과 축구를 하고 수영 강습과 농구 캠프에도 활발히 참여한다.
9월 1일 테러공격 이후 올림픽 성화봉송 주자들 명단에는 일단의 새로운 사람들이 추가되었다. 이들은 테러공격 이후 영웅적 행동을 보여준 약 100여명의 구조대원들이다. 또한 대회조직위원회는 테러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한 방편으로 뉴욕과 워싱턴, 펜실베니아의 일부 지역을 성화봉송코스에 포함시켰다.
성화봉송은 비극을 추모하는 그 이상의 무엇이다.
성화봉송 신청서에는 "성화봉송 주자는 올림픽 운동의 정신을 구현하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 구절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각자 해석하기 나름이다. 올림픽 성화봉송이라는 것 자체가 고대 그리스 올림픽과는 전혀 상관없는 행사이기 때문이다.
성화봉송은 나치가 1936년 베를린 올림픽을 개최할 때, 선전도구로 활용하기 위해 도입한 이벤트다.오늘날 성화봉송은 상당 부분 상업적 목적에서 기획되고 있다. 음료회사나 자동차회사들이 성화봉송 과정을 최대한 상품광고에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람들은 올림픽 성화봉송에 여전히 큰 의미를 부여한다.
성화주자 중 한 명인 17세의 필립 뉴버리도 "올림픽은 인류의 대제전이다. 이런 큰 행사의 일부가 된다는 것은 가슴 벅찬 감격이다"며 흥분한다. 뉴버리는 두 살 때 뇌막염을 앓고, 두 손과 두 발을 모두 절단했다.
뉴버리는 금속제의 인공사지를 달고 학교 밴드에서 드럼과 키보드를 연주하고, 골프와 스노보드를 즐긴다.
침례교 목사인 그의 아버지 랜디는 이렇게 말한다.
"뉴버리가 스노보드를 타고 내려오는 것을 보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넘어져도 쉽게 균형을 잡고, 심지어 인공다리를 떼 내고도 해낸다."
뉴욕주 사라토가에 거주하는 로라 스나이더는 1996년 12월, 가정폭력의 희생자가 되었다.
남편이 차를 몰다가 정면에 있는 나무로 돌진했다. 이 사고로 스나이더는 온전한 뼈 숫자를 세는 것이 빠를 만큼 큰 중상을 당했다. 그녀는 사고 이후 20개월이 지나서야 두 개의 의족을 의지하여 겨우 걸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성화봉송 따위는 식은 죽 먹기가 되었다. 스나이더는 지난 5월 마라톤을 완주했는데, 그것도 사고 이전의 최고 기록에 불과 23분 뒤지는 놀라운 기록이었다.
"내 두 다리가 겉으로는 정상처럼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실제로는 거의 금속제 의족이나 다름없다." 스나이더는 말한다.
3명의 자녀를 가진 37세의 엄마이기도 한 스나이더는 지난 6월, 박사학위를 취득했는데 뉴욕주 주도 올바니 약학대학에서 교편을 잡게 된다. 스나이더 역시, 자신이 올림픽 성화봉송 주자로 선정된 것은 일생일대의 영광이라며 감격해 한다.
마지막으로, 57세의 성화봉송 주자 짐 하우스를 소개한다.
하우스는 주자로 뽑히기는 했지만, 성화를 어떻게 봉송할지가 의문시되는 케이스다. 그는 다섯 살 때 소아마비를 앓은 후 두 팔의 기능을 거의 잃었고, 지금도 상태가 계속 악화되고 있다. 이에 대해, 짐은 "아마도 내 팔들의 수명이 내 목숨 자체보다 더 짧을 것이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하우스의 두 다리는 멀쩡하기 때문에 달리기하는 데는 지장이 없다. 하우스는 그 동안 마라톤 완주를 여러 차례 해낸 바 있다.
"지금으로서는 성화를 어떻게 운반할 수 있을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그러나 어떻게든 방법을 생각해 내겠다." 하우스는 이렇게 집념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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