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엔 식량농업기구 기아추방 콘서트 조직한 잭 힐리
"우리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나요? 우리는 무엇을 하려고 하는 겁니까?" 학생들과 언론을 상대로 잭 힐리가 질문을 던진다. 손을 드는 이가 아무도 없자 그는 말을 계속한다. "정부는 과히 잘 해내지 못했습니다. 우리 같은 시민들, 평범하고, 가난하고, 상처입고, 혼란된 우리들이 그걸 제대로 해보려고 하는 것입니다. 굉장한 일 아닙니까? 우린 서로를 평등과 정의의 눈으로 바라볼 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먹을 것에 대해서도요."
말 사이에 긴 침묵을 두면서 말하는 그를 보고 있노라면 그가 록음악 프로듀서라는 사실을 점차 잊어버리고 대신 그의 전직이 프란치스코 수사였다는 것을 기억해 내게 된다.
힐리가 돌아왔다. 1980년대에 ‘앰네스티 인터내셔널 팝 록 투어’를 조직하는데 선봉에 섰던 그가 이번엔 유엔 식량농업기구의 ‘2001 기아추방 캠페인을 위한 콘서트 시리즈’를 조직했다. 시애틀에서 엿새 밤에 걸쳐 열린 이 콘서트는 펄 잼과 R.E.M., 마나, 알라니스 모리세티, 페미 큐티 등이 출연한 키어리나에서의 행사는 매진을 기록하는 등 성공을 거두었다. 그 전 주에는 에밀루 해리스, 데이브 매튜, 필립 글래스, 다니엘 라노아 등이 참여해 테러리즘과 결코 아무 상관이 없는 문제인 세계의 기아에 사람들의 관심을 모았다. 적어도 9월11일 이전까지는 올해의 대의명분을 내세운 음악 행사중 최대 규모이자 가장 분명한 이벤트였다. 세계무역센터 피해자 돕기라는 명분이 새로이 나타나 저명 인사들이 대거 참여한 음악회로 1억5,000만달러 이상이 걷혔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세상과 관계를 맺는 긍정적인 방법들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그것이 관건입니다. 증오와 폭력은 절망적인 행동들인데 사람들이 희망을 갖게 되면 그런 절망적인 행동들은 사라지게 됩니다"고 FAO의 연락관인 밥 패터슨은 말한다. 80년대에 U2, 브루스 스프링스턴, 피터 가브리엘, 스팅 같은 스타들을 동원해서 앰네스티 인터내셔널 인권 투어를 열었던 것은 힐리의 카리스마 덕택이다. 좀더 노골적으로 말하자면 출연자를 설득한 그의 염치없음 덕이다. 3년에 걸친 이 콘서트는 멀리 코트디브와르와 인도에까지 미쳤다. 이 콘서트들은 전례가 없는 것이었으며, 디스코와 양심의 시대에 ‘팜 에이드’ ‘라이브 에이드’ 등과 함께 출현한 것이다.
그리고 1990년대가 왔다. 90년대는 가족농장, 지뢰 제거, 열대우림 보존까지 여러 가지를 위해 록 음악이 동원된 시기였고 힐리는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의 책임자 자리를 떠나 조용히 살았다. 그래도 보스니아에서 전쟁과부들을 고용하기 위한 공장을 재건축했고, 연금중인 미얀마의 야당지도자 아웅산 수지를 위해 태국 방콕에서 콘서트를 개최했으며, 제이슨 로스버그와 함께 로스앤젤레스에서 ‘인권을 위한 펑크’ 앨범을 만들었다.
무엇보다도, 그는 우울했다. "90년대를 휩쓴 부에의 욕망과 사람들이 겪고 있었던 고통의 막대함에 깊이 고민했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클린턴 정부에 대해서 커다란 희망을 갖고 있었지만, 난 그들이 그저 말쑥해 보일 뿐 배려하는 마음이 없다는 걸 알았습니다."
FAO의 섭외담당 밥 패터슨이 FAO의 텔레푸드 프로그램-곡물저장용 사일로나 닭장, 어물 훈제시설 등을 생산자에게 직접 제공하는 소규모 지원 프로그램-을 위한 자선 콘서트를 기획해줄 사람을 찾기 시작했을 때, 한 지원자가 보증인으로 힐리의 이름을 적어냈다. 마침 힐리의 집이 워싱턴의 사무실 가까이에 있었던 까닭에 패터슨은 직접 그를 찾아갔다. 힐리는 60년대에 FAO의 ‘기아로부터의 해방’ 캠페인에서 일한 적이 있었으므로 여러 이슈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이 나라의 유명 인사들과 갖가지 대의명분들을 맺어줄 대부격인 인물이었지만 첫 번째 대답은 "나는 이제 로큰롤은 안 하는데…"였다.
어쨌든 마음을 바꾼 힐리는 처음부터 전체 기획은 하되 연예인 섭외 실무는 맡지 않을 생각이었다. ‘저명 인사 매니저를 상대하기엔 인생이 너무 짧다’고 그는 표현했다. 그래서 패터슨은 U2며 밥 딜런과 일했던 작곡가겸 기획자인 라노아를 생각해 냈다. 그는 다니엘의 매니저인 멜라니 치콘에게 전화를 해서 이렇게 말을 꺼냈다. "나는 FAO에서 일하는 패터슨인데요. FAO가 뭔지 잘 모르시겠지만…." 그러자 멜라니가 대답했다. "물론 잘 알구말구요. 저는 농가에서 자라났고, 국제경제학을 공부했는걸요."
브라질, 칠레, 도미니크 공화국 등에서 일한 바 있는 멜라니는 자원해 나섰다. 라노아의 매니저일 뿐 아니라 가수 마도나의 동생이기도 한 그녀는 많은 스타들을 알고 있었다.
장소가 시애틀로 정해지자 이 곳을 근거지로 하는 펄 잼이 당연히 참가하게 됐고, 마도나는 명예회장을 맡는 한편 앨범에도 한 곡을 넣기로 했다. 톰 웨이츠, 섀릴 크로 등이 참여한 이 앨범은 스타벅스에서 17달러에 팔고 있는데 그중 14달러가 FAO로 들어간다. 새너제이의 아도비 시스템사가 150만달러의 제작비를 지원했으며 TV 방영도 계획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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