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화제
▶ IOC의 개최 낙관론 불구, 경기장 숙소등 태부족
올림픽의 발상지, 그리스 아테네에서 개최되는 인류의 제전 2004년 하계올림픽이 목전으로 다가왔다. 최근 40명으로 구성된 국제 올림픽위원회(IOC) 대표단은 아테네 올림픽 준비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아테네시를 방문했다. IOC는 점검을 마친 후, 아테네 올림픽을 적극 지원한다는 기본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속을 들어다보면 사정이 그리 간단치 않다.
각종 경기장은 물론이고 도로, 호텔 같은 올림픽 관련 시설들의 준비가 마감시한에 크게 미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9월11일 미국에서 발생한 테러 공격 이후 안전문제까지 새로 불거졌다.
이에 대해, 쟈크 로게 IOC 신임위원장은 별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낙관한다.
"이런 우려는 올림픽 전에는 으레 한번씩 나오는 것이다. 결코 개최지를 변경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우리는 2004년에 아테네에 있을 것이다."
로게 IOC 위원장은 자신한다. 이와는 달리, 3일간의 시설점검을 끝낸 IOC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사석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아테네가 올림픽 개최에 맞춰 제반시설을 완공할 수 있을지 의문시된다는 것이다. 심지어 일부 관계자들은 만일의 경우를 대비한 비상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구적 경기장들이 미완성될 경우를 대비한 간이경기장 준비, 철도나 호텔 건축이 늦어질 경우 유람선을 사용하자는 등의 내용이었다.
현재 아테네에는 호텔시설이 크게 부족할 뿐 아니라, 교통체증 또한 악명이 높다. 그런데도 소위 ‘올림픽 패밀리’, 즉 각국 참가선수, 임원 등이 사용하게 될 2,000개의 호텔 객실은 아직 착공되지도 않았다. 또, 일반 관광객들이 아테네 시내 호텔에 투숙하기는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가 될 것이다.
이들은 결국 30, 40마일이나 떨어진 교외지역에서 통근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리스 정부는 경전철 시스템을 이용, 이들을 경기장으로 운송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경전철 시스템이 언제 완공될 수 있을지 또한 아무도 장담하지 못한다. 이에 대해, IOC의 한 관계자는 "그리스 경전철은 아마도 역사상 최단기간에 건설돼야 할 것"이라고 꼬집는다.
아테네 올림픽 준비상황이 지연되는 이유로는 다음 몇 가지가 지적된다.
아테네는 고대 유적이 곳곳에 산재해 있어서, 신규 건축시 법률적, 환경적, 고고학적 이해와 상충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조정 경기장이 아직 착공되지 못하는 것도 환경단체들의 거센 반발 때문이다.
또 그리스인들은 매사를 뒤로 미루는 습성이 있다. 아테네의 한 택시기사도 "그리스인들은 매사를 뒤로 미루고, 내일 하자는 습성이 몸에 베어 있다"고 자탄한다. 지난해 아테네를 방문했던 전임 사마란치 위원장이, 아테네 올림픽 준비상황은 과거 20년만에 최악이라고 한탄한 것도 무리가 아니다.
예를 들어 아테네의 올림픽 스테디엄에는 2004년 올림픽을 알리는 카운트다운 시계가 가동되고 있다. 지난 여름에 이 시계가 고장나 멈췄는데, 몇 주일이 지나도록 아무도 수리를 안 했다. 결국, 조직위는 IOC 점검반 방문을 앞두고 이 시계를 고쳤다. 따라서 이번에 IOC 점검반은 그리스인들에게 상황의 급박성을 일깨워주는데 초점을 맞췄다.
뉴욕과 워싱턴에서 발생한 9월11일의 테러사건은 아테네 올림픽에 새로운 고민을 안겨주고 있다.
그리스는 국경이 허술하고 수천 마일에 달하는 긴 해안선을 끼고 있다. 또 1975년 이후, 그리스는 ‘11월17일’이라고 불리는 테러단의 거점이 되어왔다. 지금까지 이 테러단은 22명을 살해했는데, 그중 네 명이 미국인이었다.
또한, 9월11일 테러사건 이후 그리스에서도 반미감정이 고조되고 있다.
얼마 전 그리스 국가대표 축구경기가 있던 날, 일부 팬들은 경기장 밖에서 미국 성조기를 불태웠다. 경기장에서 거행된 미국 테러 희생자에 대한 묵도시간에도 조소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급기야 전 보수당 수상인 콘스탄틴 미소타키스는 지난 주, "만일 그리스가 자체의 테러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2004년 아테네 올림픽을 몰수당할지 모른다"는 충격 발언까지 했다. 현재로서는 ‘11월17일’ 테러단이 올림픽 때 위해를 가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여하튼 미국 테러사건 이후 6억달러로 책정된 기존의 치안예산으로는 테러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팽배해졌다. 비판론자들은 치안예산이 하늘로 치솟을 경우, 아테네 올림픽은 몬트리올 올림픽의 재판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한다.
현재 그리스 정부의 올림픽 관련예산은 40억달러이고, 그리스 올림픽 조직위가 별도로 집행하는 예산이 17억달러다. 1976년 개최된 몬트리얼 올림픽은 10억달러의 적자를 내면서 몬트리얼 경제에 막대한 타격을 안겼다.
해가 갈수록 올림픽은 종목이 확대되고 규모가 커지고 있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더 이상 가난한 나라들에 올림픽 유치권을 주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신임 로게 위원장은 아프리카나 남미 같은 제 3세계 국가들에 대한 올림픽 개최 기회를 확대한다는 입장이다.
아테네는 2004년 하계 올림픽을 유치하기 위해 오랫동안 사력을 다했다.
올림픽에 대한 그리스인들의 열정은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아테네는 고대 올림픽의 발상지일 뿐 아니라, 1896년 최초의 근대 올림픽이 열린 곳이기도 하다. 따라서, 아테네에서는 올림픽 대한 전통과 역사가 삶의 일부로 살아 숨쉰다.
예를 들면 2004년 올림픽의 남녀 마라톤의 출발지는 마라톤의 발상지인 ‘마라톤’ 타운이고, 결승점은 1896년 1회 근대 올림픽이 열렸던 스테디엄이다. 이 스테디엄은 아크로폴리스 근처에 위치해 있고, 근처에는 아직도 제우스 신전의 돌기둥들이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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