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 9~17일 부산에 `시네마천국’이 열린다.
역대 최다인 60개국, 203편의 영화가 상영될 제6회 부산국제영화제는 여느 해보다 다양하고 풍성한 프로그램으로 꾸며져있어 벌써부터 영화팬들을 설레게 한다.
특히 올해는 베니스나 칸, 베를린 등 세계 유수 영화제 수상작들이 대거 포함돼있어 영화제에 가지못한 마니아들의 아쉬움을 달래 줄 것으로 보인다.
한상준, 김지석, 전양준 세 프로그래머가 추천한 영화 위주로 작품을 골라 봤다.
◇프로그래머 추천작◇
▲’개의 날’
`풍자 영화의 대가’로 꼽히는 인도 무랄리 나이르 감독이 전작 ‘사좌’보다 한층 더 신랄하게 기득권층의 오만과 허위의식을 꼬집었다. 한 시골 마을의 영주가 자신의 충직한 하인에게 개 `아푸’를 선물로 주는데, 훗날 아이들 4명이 이 개에게 물리면서 사람들은 아푸가 광견병에 걸린 사실을 알게 된다.
▲’칸다하르’
이란의 모흐센 마흐말바프 감독이 최근 미 테러 사태로 유명해진 아프가니스탄을 배경으로 목숨을 걸고 만든 작품. 캐나다로 망명한 아프가니스탄 언론인 `나파스’는 칸다하르에 있는 여동생을 돕기위해 국경을 넘으면서 절박한 상황에 처한 아프가니스탄 난민들을 만나게 된다. 올해 칸 심사위원특별상.
▲’캬카라바아’
데뷔작으로 칸에서 황금카메라상을 수상한 일본의 여성감독 나오미 카와세의 자전적 다큐멘터리. 헤어져 살던 아버지를 늘 동경해왔던 감독이 지금은 세상에 없는 아버지를 좀 더 가까이 느끼고 싶어 만들었다. `캬카라바아’는 일종의 주문으로, 후반부 문신장면이 충격적이다.
▲’고’
일본 영화 사상 최다 예매 기록을 세우며 최근 개봉된 일본 유키사다 이사오의 신작. 재일 한국인의 삶을 일본인의 시각으로 진지하면서도 유머러스하게 풀어냈다. 나오키 문학상을 수상한 재일교포 3세 가네시로 카즈키의 소설이 원작. 재일교포 3세인 고등학생이 일본 소녀와 사랑에 빠지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과정이 줄거리. 명계남ㆍ김민이 카메오로 출연한 점이 이채롭다.
▲’나쁜남자’
’섬’ ‘수취인불명’으로 2년 연속 베니스에 진출한 김기덕 감독의 최신작. 사창가의 깡패 두목인 한기(조재현)는 길에서 마주친 여대생 선화에게 반해 그녀를 강제로 사창가로 끌어들인다.
▲’괜찮아 울지마’
’벌이 날다’의 민병훈 감독의 두 번째 장편. 전작과 마찬가지로 중앙아시아가 무대다. 도박에 빠져있던 젊은이 `무하마트’는 빈털터리가 된 채 빚쟁이에게 쫓겨 고향에 돌아온다. 그는 마을 사람들에게 모스크바에서 이름있는 바이올리니스트로 알려져 있다. 여러 사건을 겪은 뒤 그는 다시 마을을 떠난다.
▲’낙타(들)’
’모텔 선인장’의 박기용 감독의 신작. 한 모텔 방에서 하룻 밤을 보내는 한 중년의 남녀를 통해 사십 나이를 통과하는 여정을 그렸다. 디지털 카메라에 두 명의 배우, 열 명의 스태프가 작업한 흑백화면의 초저예산 영화.
▲’얄라!얄라!’
올해 25살인 요셉 파레스 감독의 데뷔작. `얄라’는 `빨리’라는 뜻의 아랍어로, 사랑과 우정에 관한 코미디. 연못과 개똥을 치우는 `만즈’와 `로로’가 어느 날 뜻밖의 사건을 만나면서 이들의 지루한 일상은 깨지게 된다.
▲’사랑스런 리타’
독일의 신예 예시카 하이우스너 감독. 제목과는 달리 `부모 살해’라는 충격적인 소재를 다뤘다. 한 여학생을 통해 가족 생활의 스트레스와 분노를 극단적으로 표현했다. 아웃사이더인 `리타’는 고독에서 벗어나려 학교 남학생, 버스 운전사 등과 성관계를 갖지만 더욱 고립되고, 끝내 극단으로 치닫는다.
▲’장벽을 넘은 사랑’
베를린 장벽에 가로막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하는 젊은 연인의 이야기. 서독에 사는 `넬’은 동독의 펑크족 `캡틴’을 복 첫 눈에 사랑에 빠지게되지만 주변 여건은 둘의 사랑을 허락하지않는다. 코니 발터의 데뷔작.
◇해외 영화제 출품, 수상작◇
올해 부산영화제는 칸, 베를린, 베니스 영화제를 옮겨 놓은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3대 영화제서 선보였던 작품들이 대거 상영 리스트 목록에 올라 있다.
인도 미라 네어의 ‘몬순웨딩’과 이란 바바크 파야미 감독의 ‘비밀투표’는 올해 베니스영화제서 각각 황금사자상과 감독상을 받은 작품. ‘몬순웨딩’은 뉴델리의 상류층 계급인 바르마가(家)의 결혼식 전야에 벌어지는 가족 간의 갈등과 화해를 다뤘고, ‘비밀투표’는 오지를 찾아다니며 투표를 받아내는 선거관리위원회의 한 여직원과 그녀를 안내하는 군인의 이야기를 코믹하게 그려냄으로써 이란에서 민주주의의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묻고있다.
마약 중독에 빠졌다 회복한 중국 배우 지아 홍셩의 자전적 이야기 ‘지난 날(Quitting)’은 아시아 감독들에게 주는 넷팩(NETPAC)상을, 슬로베니아 얀 치트코비치 감독의 ‘빵과 우유’는 신인감독상을 받았다.
이밖에 홍콩 프루트 챈의 ‘할리우드,홍콩’, 삶의 희망을 찾아나서는 13세 소녀의 이야기인 일본 시오타 아키히코의 ‘해충’, 중국 주웬의 디지털영화 ‘해선’, 한국의 ‘수취인불명’(김기덕), ‘꽃섬’(송일곤) 등이 올해 베니스에 초청된 영화들.
칸영화제 수상작들도 관객들을 손짓한다. 미카엘 하네케의 ‘피아니스트’는 심사위원대상과 여우ㆍ남우주연상을 휩쓴 올해 칸 최고의 화제작. 비엔나 음악학교에서 피아노를 가르치는 노처녀 에리카의 파멸 과정을 충격적인 영상 속에 담았다.
감독상을 공동 수상한 조엘 코엔의 ‘그는 거기 없었다’와 데이비드 린치의 ‘멀홀랜드 드라이브’도 놓치면 아까운 영화들. ‘그는…’은 전형적인 코엔 스타일로 평범한 사람들이 엉뚱한 상황에 처하면서 겪게 되는 일들을 그렸고, ‘멀홀랜드…’는 할리우드를 동경하는 한 여인의 몰락 과정을 담았는데, 데이비드 린치 감독의 영화 가운데 가장 유머러스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술집 호스티스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대만 젊은이들의 불안 심리를 보여준 허샤오시엔의 ‘밀레니엄 맘보’, 카자흐스탄의 대표 감독인 다레잔 오미르바예프의 ‘길’, 일본의 거장 이마무라 쇼헤이의 ‘붉은 다리 밑의 미지근한 물’, 대만 차이밍량의 ‘거기는 지금 몇시?’, 장뤽 고다르의 ‘사랑의 찬가’도 올해 칸을 장식했던 작품들.
베를린 영화제서 금곰상과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프랑스 파트리스 쉐로 감독의 ‘인티머시’는 감정적 교류 없는 섹스에 탐닉하는 젊은이들의 모습을 충격적인 영상으로 그려 포르노 논쟁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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