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을은 와인의 계절
▶ 윤태영.미라 윤씨 부부 샌 안토니오 와이너리 ‘나들이’
한여름의 뜨거운 태양 빛을 받고 자란 탐스러운 포도송이가 달디단 결실을 맺는 가을이면 와인을 생산하는 양조장도 손길이 바빠진다. 이 계절, 물론 나파 밸리나 소노마 카운티 등 고급 캘리포니아 와인을 생산하는 지역의 와이너리를 방문한다면 더 바랄 게 없겠지만 그게 어디 바람처럼 쉬운 예기인가. 그렇다고 좋은 계절 다 가도록 아무 곳도 가지 않고 허송세월만 보내기에는 뭔가 억울하다.
파라 윤씨가 LA다운타운 한복판에 자리잡은 샌 안토니오 와이너리 (San Antonio Winery)라도 다녀오자고 남편을 조른 것은 마냥 높아만가는 가을 하늘이 그녀의 가슴에 바람을 불어넣었기 때문이다. 와인의 황홀한 향기와 아름다운 빛깔을 사랑하는 그녀는 가을을 맞아 와인 양조장을 찾아 색색의 와인 시음도 해보고 싶었던 것이다. 남편 윤태영씨(44)는 다운타운의 와이너리라는 말에 바쁜 스케줄 가운데 짬을 내 아내의 소박한 바람을 들어주었다.
북부 이태리에서 LA로 이주해 온 리볼리 가(Riboli Family)가 샌 안토니오 와이너리의 문을 연 것은 지난 1917년의 일. 샌 안토니오 와이너리는 올해로 벌써 84년째를 맞는 LA의 사적 가운데 하나이다. 카이젤 수염을 멋있게 기른 산토 캄비아니카는 새로 문을 연 와이너리에 그의 수호 성인 안토니오의 이름을 붙인다.
벽에 걸려있는 빛 바랜 사진 가운데 커다란 눈이 매력적인 주인공은 그의 조카 산토 스테파노. 삼촌의 사업을 물려받은 그는 올해 여든을 넘겼지만 좋은 와인을 마셔서인지 아직도 건강하게 일하고 있다. 그의 아내 매달리나와 아들딸 모두가 아버지와 한마음이 되어 리볼리 가의 유산을 가꾸어 가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이제 옆에 흐르는 LA강물로 재배하던 포도밭에는 마천루 숲이 들어와 있지만 샌 안토니오 와이너리는 소노마 카운티와 나파 밸리에 포도밭을 두고 있다. 가을이면 이곳에서 재배한 포도를 으깨 얻은 과즙을 숙성 장치가 있는 샌 안토니오 와이너리로 실어 나른다. 샌 안토니오에서 제조한 와인 가운데에는 금메달을 받은 것도 있으니 그 품질과 명성을 미루어 짐작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샌 안토니오 와이너리에는 리볼리 패밀리 비냐드 (Riboli Family Vineyard), 산또 스테파노 (Santo Stefano)와 같은 자체 브랜드 외에도 캘리포니아에서 생산되는 모든 종류의 와인을 갖추고 있다. 육류와 잘 어울리는 레드 와인인 캬버네 소비뇽, 메를로, 피노 느와르, 진판델, 생선 종류와 궁합이 잘 맞는 샤도네, 소니뇽 블랑, 그리고 달짝지근해 여자들이 좋아하는 화이트 진판델, 식사 후에 마시는 포트 와인, 파티용 샴페인까지 종류대로 갖추고 있다.
와이너리의 입구에는 와인 코르크 따개와 치즈 스프레드, 와인글라스, 와인 병마개 등, 와인 애호가들을 유혹하는 물건과 기념품을 팔고 있고 매달리나 레스토랑 (Maddalena Restaurant)에서는 꽤 맛깔스러운 파스타와 샌드위치를 와인과 더불어 즐길 수 있다.
그 옆으로는 샌 안토니오에서 만든 와인, 그 외 전 세계에서 사온 수 백가지 와인들을 시음해볼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가끔 와인을 사러 들릴 때면 꼭 시음장에 발길을 멈추고 아스티 스푸만띠, 피노 그리지오, 캰티, 보르도, 버건디, 리슬링 등 평소에 마셔보고 싶었던 와인들을 제법 전문가인 양, 코를 깊이 들이밀며 음미해보는데 한 모금씩이라고 무시하면 곤란하다. 대 여섯 가지 와인을 시음하고 나올라치면 의례 얼굴이 와인 색깔처럼 홍조를 띠는 바람에 취기를 가라앉히느라 곤혹스럽다.
파라 윤 씨가 시음해 본 와인은 매달리나 브랜드의 화이트 와인인 피노 그리지오와 알리엔테 델 솔 샤도네, 그리고 몬터레이 포도밭의 열매로 만든 샌 시메온 브랜드의 피노 느와르, 샌 안토니오 와이너리 최고급품인 리볼리 패밀리 비냐드와 산또 캬버네 소비뇽, 스테파노 레이블의 네이 소비뇽. 콩코드 포도로 만든 와인은 조금 달달한 것이 예전, 진로에서 출고했던 두꺼비 그려진 포도주 맛과 참 비슷하다.
아침 이른 시각, 아직 커피도 마시지 않은 속에 와인이 들어가니 자꾸만 얼굴이 붉어온다. 때마침 들려오는 안드레아 보첼리의 노랫소리가 다리의 힘을 자꾸만 빼 놓자 그녀는 살며시 남편의 어깨에 몸을 기댄다. 술 익는 마을의 냄새를 맡으며 낭만적인 나들이를 하고 싶다는 그녀의 바램은 100퍼센트 이루어진 셈이다.
샌 안토니오 와이너리에서는 와인을 숙성시키는 셀러, 온도가 조정되는 발효 탱크, 수 백 개의 통나무 배럴을 둘러보며 와인 제조 과정에 대한 이해를 돕는 무료 와인 투어를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까지 한시간 간격으로 실시하고 있다. 그래서인가. 일본인 관광객을 실은 버스가 문 앞에 서있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띤다.
시음할 때, 술이 약한 사람은 따라주는 대로 모두 마시지 말고 한 두 모금 맛만 본 후 남은 것을 앞에 놓인 통에 쏟아 버리는 것이 좋다. 순서는 화이트 와인을 먼저 한 후, 레드 와인으로 옮겨간다. 와인을 마실 때는 잔을 충분히 흔들어 공기와 결합을 시킨 후 코로 냄새를 충분히 음미하고 입으로 맛을 본다. 이렇게 마신다면 와인 한 잔에 베어 있는 농부의 땀방울과 햇살, 비, 대자연의 축복이 온몸 가득 전해져 오지 않을까.
주7일 문을 여는 샌 안토니오 와이너리는 차이나타운 바로 옆에 있다. 가는 길은 한인타운에서 101번 프리웨이를 타고 남쪽으로 가다가 Alameda St.에서 내려 북쪽으로 올라간다. North Main St.을 만나 우회전해 가다다 Lamar St.이 나오면 우회전한다. 주소는 737 Lamar St. Los Angeles, CA90031 투어 예약과 문의는 (323) 223-1401.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