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일로의 개인컴퓨터(PC) 판매시장을 다시 부흥시킬 차세대 운영체제(OP·Operation System)로 기대되는 윈도 XP가 25일 전세계에서 동시 출시됐다. 윈도 XP는 마이크로소프트사(MS)가 지난해 발표한 윈도 ME, 윈도 2000에 이어 컴퓨터 시장에 내놓은 회심작이다. PC업계에서는 윈도 XP가 인텔이 내놓은 새 프로세서 펜티엄 4와 함께 침체될대로 침체된 PC시장에 활력을 불어 넣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윈도 XP와 펜티엄 4가 결합한 한 차원 높은 PC가 등장하면 이를 찾는 소비자들이 다시 줄을 설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윈도 XP의 ‘XP’는 ‘경험’(eXPerience)이라는 단어에서 따온 말. 지금까지 윈도를 사용해 왔던 소비자들의 경험을 토대로 윈도 운영체제의 결점을 보안해 새롭게 도약하는 제품이란 뜻을 담고 있다. 가정용 제품과 기업용 제품등 두 종류로 출시되는 윈도 XP는 간편한 사용법과 안정성, 다양한 멀티미디어기능등의 장점이 있지만 불법 복제를 막기위한 지나친 보호 조치 때문에 불편을 준다는 비난의 목소리도 높다.
윈도 XP의 특징은 우선 초보자도 사용할수 있도록 사용법이 아주 간단하다는 것이다. 또 작업 도중 문제가 생기면 파일이 모두 지워지던 예전과는 달리 데이터 파일을 전 상대로 복구시켜주는 시스템 복원 기능을 갖추고 있으며 여러사람들이 네트워크를 연결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동시에 선택, 사용할수 있는 다중 사용자 기능을 가지고 있다. 특히 운영상의 문제가 생길 경우 전문 기술자로부터 집에 앉아서도 원격 지원을 받을수 있고 외부에서도 집에 있는 컴퓨터를 사용할수 있는 원격 데스크톱 기능이 특징이다.
윈도 XP는 손쉽게 인터넷 방송을 듣고 음성이나 데이터를 기록할수 있는 윈도 미디어 플레이어 8, 초보자라도 영화 캡처, 편집이 가능하도록 만든 윈도 무비 메이커등 소프트웨어가 내장돼 있다.
그러나 불법 복제판을 막기위해 운영체제를 설치한 뒤 30일 이내에 전화나 인터넷을 통해 등록을 한뒤에 사용해야 하는 불편함 때문에 적지않은 비난을 받고 있다.
윈도 XP는 한동안 ‘휘슬러’라는 암호명으로 마이크로소프트사가 10억달러라는 거금을 들여 개발한 제품이다. 컴퓨터 업계에서는 소비자들이 윈도 XP를 사용하기 위해 더 성능이 뛰어난 컴퓨터를 구매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근 PC 판매량이 급격히 감소하고 있지만 XP만 나오면 이를 단숨에 만회 할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또 각 소프트웨어 제작사마다 자사 제품이 XP에서도 잘 작동하는지의 여부를 맞춰보느라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자사 제품이 XP에서 잘 돌아가지 않으면 다시 손을 보아 운영이 잘 되도록 해야 한다.
컴팩의 카펠라스 회장은 지난 2월 MS의 윈도 XP를 발표하자 "IT(정보통신) 업계는 오늘을 기다려 왔다. XP발표로 PC가 홈네트워킹의 중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제품도 이용자가 많지 않으면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법. 아무리 대단한 기능을 갖추고 있다고 해도 주변의 여건이 받쳐주지 않는다면 무용지물이라는 지적이다. 또 지금도 최신 윈도 시리즈 제품인 윈도 ME나 윈도 2000을 사용하는 사람보다 윈도 95·98을 사용하는 사람이 많다. 전문가들은 "윈도 98을 사용해도 업무에 전혀 불편이 없는데 돈을 들여 새로운 운영 체제를 구입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윈도 XP는 고성능 컴퓨터를 요구한다.
MS사는 윈도 XP를 위한 최소 컴퓨터 용량은 펜티엄 II급 300 MHz 증앙처리장치(CPU)에 램 128MB로 발표했다. 그러나 제품 출시전에 XP를 미리 사용해 본 사람들은 이보다 더 좋은 컴퓨터가 있어야 제대로 운영된다는 의견을 냈다. 최소 500 MHz는 필요하다는 것이다. 2000년 1월 이후에 구입한 컴퓨터 정도만이 문제없이 사용할수 있다는 결론인데 XP를 위해 사용하던 컴퓨터를 버리고 새것으로 구입하는 소비자들이 얼마나 될 지 의문시 된다.
컴퓨터 업계에서는 이 때문에 앞으로 64MB급 컴퓨터는 사라질 것으로 전망한다. 컴퓨터 제작사들이 XP를 겨냥해 더 이상 저급의 컴퓨터는 만들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업계의 관측이다.
강력해진 기능만큼이나 지나치게 높아진 PC요구 사용은 윈도 XP가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 있다. 사용자들이 업그레이드를 위해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지갑을 털야야 하기 때문이다. 강력한 멀티 미디어 기능을 사용하기 위해선 적어도 권장 사양의 두배가 넘는 기능을 갖춰야 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당초 기대와는 달리 윈도 XP가 커다란 반응을 얻는데는 실패할 것이란 전망도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다.
실제로 미국 기업의 절반 이상은 윈도 XP로 바꿀 계획이 없는 것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밝혔다.
미국내 IT 관련 정보 서비스 업체인 컴퓨터 월드가 최근 200명의 기업 IT 책임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전체의 52%가 "현재로선 윈도 XP도입 계획이 없다"고 응답했다. 이밖에 25%는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고 밝혔으며 "도입 계획이 있다"로 밝힌 곳은 전체의 4분1에 미치지 못했다.
이같은 분위기는 테러에 이은 전쟁으로 전 세계 사용자들의 소비 심리가 급격히 줄어든데다가 "나온지 얼마 안된 윈도 2000과 그다지 큰 차이가 없다"는 생각이 크게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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