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버스터 공세 속에 틈바구니가 생겼다.가을 들어 작은 영화들이 쏟아지고 있다. 외화는 물론이고 한국영화마저 대부분 제작비 20억 원 미만 작품들이 집중적으로 극장에 소개되고 있다. 20억 원 짜리들이 작은 영화로 보이는 현상도 신기하지만 이들이 비슷한 시기에 집중된 것 또한 흥미롭다. 단순히 사이즈 큰 것만이 좋은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작은 것이 무조건 아름다운 것 또한 아니다. 사이즈는 영화에서 전혀 문제가 안된다. 블록버스터에 까닭 모를 적대감을 드러낼 필요 없듯이 작은 영화도 무조건 외면할 필요 없다.
“꼭 돈 많이 들여서 대작을 만들어야 하나요? 작은 영화들도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순정 영화 ‘와니와 준하’를 제작하는 청년필름의 곽신애 실장이 목소리를 높여 하는 말. 너도나도 대작을 만들겠다고 덤벼드는 영화계의 풍조가 마땅치 않다는 표정이다. 내실없이 몸집만 부풀리다 간 거품만 커진다는 주장이다.그가 말하는 ‘작은 영화’란 제작비로 20억 원 안팎의 돈을 쓴 영화. 참신한 아이디어로 승부한다는 전략이다.
적은 제작비의 영화는 이미 ‘고양이를 부탁해’ ‘나비’가 개봉한 데 이어 줄줄이 개봉 대기 중이다.
’와이키키 브라더스’(명필름, 임순례 감독)
순제작비 13억 원. 지방 나이트 클럽 삼류 밴드들의 삶을 세밀하고 잔잔한 터치로그린 영화. 30대 이상에게는 아련한 향수와 가슴 한 켠이 저리는 아픔을 느끼게 한다. 20대에게는 호기심으로 다가서는 영화.
’라이방’(미로비젼, 장현수 감독)
순제작비 10억 원. 별 볼 일 없는 택시 운전사 3명이 저마다 절박한 이유로목돈을 마련하기 위해 한탕 어설픈 강도짓을 벌이는 이야기. 유명 배우 하나 없지만 속이 꽉 찬 작품이다.
’달마야 놀자’(씨네월드,박철관 감독)
순제작비 20억 원. 세 싸움에 밀린 조폭이 암자로 숨으면서 스님들과 한판 대결을벌이는 코믹영화. 그 대결이 익살스럽고 재미있어 시종 폭소가 터진다. 하지만 그 속에는 허를 찌르는 교훈과 지혜가 녹아있다. 주연을 맡은 박신양이얼마나 만족했는지 “이런 기분 처음”이라며 영화 알리기에 적극 나섰다.
’와니와 준하’(청년필름, 김용균 감독)
순제작비 19억 원. 톱스타 김희선과 주진모가 수채화처럼 아름답고 예쁜 멜로 영화를 찍었다. 그런데 멜로라는 말 대신 ‘순정’이라는수식어를 붙였다. 성인 취향의 멜로 보다는 순정만화같은 감수성으로 만든 영화라는 뜻.
’꽃섬’(씨앤필름, 송일곤 감독)
제작비 5억 원. 베니스에서 관객들이 뽑은 최고의 신인감독상을 수상했으며, 부산영화제에서도소개된다. 28살의 나이에 한국인으론 최초로 칸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했던 송일곤 감독의 작품이라 더욱 기대된다.
윤고은 기자 pretty@dailysports.co.kr
그래도 큰 것이 좋다
극장에서 볼 영화라면모름지기 어느 정도 사이즈는 갖춰야 된다고 생각하는 영화인들이 꽤 있다. 그들에겐 블록버스터를 만들어 관객에게 선보이는 것이 사명이나 마찬가지다.틀린 생각은 아니다. 영화가 TV 단막극과 비슷하면 곤란하다. 그 차이는 사이즈에게 비롯되는 경우가 흔하다. 많은 돈을 들여 멋진 장면을 보여주고,멋진 이야기를 들려 노력하는 이들의 노고를 폄하해선 안된다.
’흑수선’(태원엔터테인먼트, 배창호 감독)
제작비 53억 원. 가장 중요한 배경인 6,800 평의 대규모 포로수용소 세트를위해 많은 돈을 투입했다. 또 일본 미야자키 로케이션 촬영에도 상당한 금액이 소요됐다.
2분 만에 불타 없어질 학교 세트를 위해 흔쾌히 2억 원을 쏟아 부었다. 오로지영화의 리얼리티를 위해서였다. 이정재와 정준호의 추격 장면을 찍은 미야자키 현 소재 142m 데루하 다리에선 헬기를 띄우기도 했다.
’화산고’(싸이더스, 김태균 감독)
국내 최초의 판타지 SF 영화인 때문에 순 제작비만 40억 원이 소요됐다. 단순한물량 공세가 아닌 영화의 상상력을 질적으로 높이기 위한 투자였다.
가상의 고등학교에서 벌어지는 무림 고수들의 이야기인 때문에 각종 와이어 액션과컴퓨터 그래픽에 대부분의 제작비가 투자됐다. 더욱 아낌없는 투자는 제작 기간에 있다. 모든 스태프가 무려 16개월의 시간을 투자했다.
’2009 로스트 메모리즈’(인디컴, 이시명 감독)
순 제작비 50억 원. 각종 세트 제작에 15억 원이나 투입됐다. 미래 영화인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2009년 서울이 일본의 제3의 도시로 설정된 탓에 많은 미니어처가 제작됐다.광화문 사거리를 온통 일본 간판 등으로 제작해야 했던 것. 이순신 동상 대신 이토 히로부미의 기마상이 세워지고 옥외 광고 모두 시세이도 닛산 등일본 기업 이름으로 바뀐다.
싯가 5,000만 원이나 하는 특수 효과 탄환도 등장한다. 미국의Gibbson을 통해 초대형 박격포를 비롯해 모두 25종의 총기류를 수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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