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튀는 남편’ 박선욱씨 가정 ‘또하나의 행복’
주일 내내 식탁을 준비하는 아내. 주말만이라도 남편이 앞치마 입고 식사를 준비해 보면 어떨까. 꼭 맛이 있어야 하는 건 아닐 게다. 남편들의 가사 동참이라는 상징적 의미만으로도 아내들은 마냥 행복해 할 것 같다.
박선욱씨(37·브랜드 디자이너) 부부가 살고 있는 다운타운 아티스트들의 로프트에 들어선 순간 ‘아!’하는 외마디 소리와 함께 두 손을 얼굴에 가져다 댔다. 갤러리를 겸하고 있는 그들의 집은 영화 또는 잡지에서 봤음직한 작품이다. 선욱씨 부부는 이 아름답고 햇볕 가득한 공간에서 작업도 하고 올해 2살 난 딸 태이를 키우는 것은 물론 매일 매일의 식사 준비와 밤의 달콤한 휴식도 함께 하고 있다.
손님 초대하기를 좋아하는 이들 부부의 집에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데 이제 그들의 이웃은 이 집 문 앞에서 맛있는 냄새가 나면 초대받질 않아도 문을 두드린다. 그리고 그런 이웃들의 발길을 그들은 한결같이 반겨왔다.
선욱씨 앞치마 입은 모습은 평소 그대로라 참 자연스럽다. 연필 좋다고 공부 잘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가 오랜 기간 요리를 해오며 여기저기에서 사 모은 주방도구들 가운데는 상당히 고급품들도 있다. 특히 20년의 세월 동안 간직해 왔다는 사시미 용 칼은 그의 요리 사랑이 단순한 취미 이상임을 엿보게 한다.
많은 시간을 들여 미리 준비하고 있던 후식은 마시다 남은 레드와인을 이용한 것인데 그 향기가 후각을 자극한다. 파스타를 만들기 위해 준비 재료를 담은 그릇은 TV 요리 프로그램을 찍어도 괜찮을 만큼 질서정연하다. 빨강 토마토, 노랑 스쿼쉬, 초록 호박 등 색들이 터질 듯 아름다운데 거기에다 꽃병의 보라색 천일홍까지 더해진 모습이 생활 곳곳에서 미를 추구하는 이들 부부의 감각을 엿보게 한다.
그는 어쩌다가 요리하는 것을 즐기게 되었을까. 어머니가 차려주는 밥 투정할 나이에 인도네시아와 호주로 유학을 떠난 그는 일찍부터 혼자서 먹거리를 해결해야 했다. 어차피 먹는 것, 이왕이면 더 맛있게, 더 예쁘게 먹으려다 보니 차츰 요리에 관심을 갖게 됐다는 그는 쿠킹 세미나에 참여하면서 요리를 단순한 취미에서 한 단계 끌어올리게 된다.
정성이 가득한 식탁을 준비하기 위한 이들 부부의 정성은 신선한 자료를 사기 위해 시장을 보는 데서 시작된다. 라치몬트의 파머스 마켓에서는 신선한 야채를, 그리고 다운타운 샌 안토니오 와이너리에서는 와인을 구입한다. 그들이 생선과 고기를 주로 사는 곳은 중국 타운의 마켓, 그 어느 곳보다 신선한 것을 살 수 있다고 귀뜸 한다. 트레이더 조에서는 치즈, 소스 재료들을 주로 구입한다.
오늘 저녁의 메인 디쉬는 새우젓과 한국 호박을 이용한 홈메이드 파스타. 드라이 파스타를 삶아서 요리를 해도 감동을 받을 판인데 그는 밀가루에 계란을 풀어 오물딱 조물딱 거리며 반죽을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밀가루는 킹 아터 브랜드가 좋아요." 하며 오랜 기간 동안 요리를 해온 주부처럼 살림에서 나온 지혜까지 나누어 가며. 요리하는 중간중간, 설거지를 해가며 주변을 정리하는 것이 과연 프로다웠다.
꼭 칼국수 만들 듯, 홈메이드 파스타를 만들어 의자에다 걸어 놓은 뒤, 소스를 준비한다. 새우 젖과 호박을 볶으니 이게 꼭 한식 반찬 같은 냄새가 나며 코를 자극한다. 한 입 맛을 본 그가 만족하다는 표정을 짓는 걸 보니 만찬이 무척 기대된다.
아내 수정씨는 아침에 파머스 마켓에서 사 온 신선한 아루꼴라와 토마토를 씻고 다듬어 보기에도 풍성한 샐러드를 준비했다. 하지만 드레싱은 그의 노하우가 배어 있는 것. 그는 냄새가 콤콤한 블루치즈에 앤초비, 꿀 그 밖에 온갖 재료를 섞어 아주 독특한 맛의 드레싱을 만들어 끼얹어 낸다.
1시간 남짓 꿍딱 꿍딱 하더니 커다란 나무 볼에 담긴 색깔도 고운 샐러드, 예쁜 문양의 넓은 그릇에 소담스럽게 얹은 파스타, 맛깔스런 양젖치즈 스프레드까지 한 상 푸짐하게 마련됐다. 이태리 식 파스타에 가장 잘 어울리는 레드와인 캰티로 궁합을 맞춘 만찬. 소리도 투명한 크리스털 잔에 색깔 고운 와인을 부어 잔을 부딪힌다. 오늘 저녁 메뉴에 가장 어울리는 이태리 아리아를 들으며 정성이 가득 녹아 있는 식탁을 대하자니 행복이 만져질 듯 가깝게 느껴진다.
4인을 위한 한식 풍의 이태리 디너 메뉴 : 이태리식 빵과 함께 내오는 양젖 치즈와 베이즐 스프레드. 한국 호박과 새우젓으로 맛을 낸 홈메이드 페츄치니 파스타. 블루치즈, 앤초비, 꿀로 만든 드레싱에 버무린 아루꼴라와 토마토 샐러드. 레드 와인에 졸인 배. 소노마 카운티 샤도네이와 끼안띠 클레시코.
만드는 법▲양젖 치즈와 베이즐 스프레드 : 3온스 양젖 치즈, 신선한 베이즐 잎 10줄기, 이태리 빵 1덩어리를 준비한다. 양젖 치즈에 올리브 오일을 뿌리고 베이즐을 잘게 다져 위에 끼얹어 낸다.
▲한국 호박과 새우 젖으로 맛을 낸 홈메이드 페츄치니 : 반죽 판에 표백하지 않은 밀가루 3컵을 부은 뒤 계란 3개를 더해 포크로 잘 섞어 4-5분 정도 반죽한다. 반죽을 1/8인치 두께로 민 뒤, 칼국수 만들듯이 썰어 붙지 않도록 떼어낸다. 넓은 팬을 뜨거운 온도에 달궈 올리브 오일을 충분히 둘러 다진 마늘 (5쪽 정도)을 볶고 썬 호박을 넣어 3분간 볶은 후에 새우 젖과 고춧가루를 넣어 호박이 물러질 때까지 뒤적인다. 냄비에 4쿼트의 물을 넣고 끓으면 소금과 올리브 오일을 떨어뜨린 후 만들어 놓은 페츄치니 파스타를 넣고 불을 조금 줄인다. 아직 쫄깃함이 남아있을 때 채로 받쳐 물기를 제거한 후 만들어 놓은 소스로 버무리고 한국식 고춧가루 1티스푼과 로마노 치즈를 뿌려 서브한다.
▲블루치즈, 앤초비, 꿀로 만든 드레싱에 버무린 민들레와 토마토 샐러드 : 아루꼴라 한 팩을 잘 씻어 물기를 제거한다. 잘 익은 로마 토마토는 씨를 제거하고 옆으로 길게 잘라 준비한다. 블루치즈 1/2 컵, 앤초비 5개, 올리브 오일 1/4컵, 꿀 1/4컵, 다진 마늘 1티스푼, 베이즐, 파슬리, 민트, 세이지 등 신선한 허브 다진 것 1티스푼, 신선한 후추 1/2 티스푼을 넣고 믹서로 섞어 만든 드레싱을 아루꼴라와 토마토와 버무려 서브한다.
▲레드 와인에 졸인 배 : 배 8개를 4쪽으로 잘라 껍질과 씨를 제거해 준비한다. 넓은 소스 팬에 레드 와인을 배가 잠길 만큼 (8컵 정도) 부은 후 설탕 1컵과 계피 막대를 넣어 끓으면 90분 정도 뭉근한 불에 졸인다. 배가 빨간 색으로 변할 때까지 졸인 후 식혀 아이스크림을 더하거나 그냥 서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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