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11일 테러범들은 여객기를 자폭시켜 뉴욕의 명물 쌍둥이 빌딩을 붕괴시켰다. 그들은 미국 경제력의 상징과 자부심을 꺾었다고 좋아한다. 그러나 건물과 더불어 숨진 6,000여명의 인명은 단순한 상징물이 아니다.
하나 하나가 사연을 가진 소중한 남편과 아내, 아버지와 어머니인 것이다. 기다리는 사람이 있고 약속이 있고 내일이 있는 사람들이다. 어린이의 웃음에 생의 신비를 발견하고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을 느끼는 가정의 즐거움을 그들은 파괴시킨 것이다.
펜실베니아에서 추락한 비행기에는 두 살짜리 딸을 가운데 앉히고 단란하게 여행을 떠나던 아버지와 어머니가 있었다. 어린아이도 여행을 간다고 어엿이 작은 가방을 메고 있었다. 부모들 사이에 앉아있는 그는 얼마나 기쁘고 또 안전함을 느꼈을까.
이 여객기의 한 여승무원의 3살난 딸은 어머니가 돌아올 것을 매일 기다리고 있다. 선물을 가지고 곧 올 것이라고 어린 딸을 달래고 있으나 아버지의 가슴은 천금같이 무겁다.
9월 21일 결혼을 열흘 앞두고 101층에서 숨진 젊은이가 있다. 미래의 보금자리를 설계하며 멋있는 식을 위한 준비로 약혼자와 즐거운 일주일을 보낸 후였다. 명문대학을 졸업하고 재정회사에 근무하게 된 26살의 젊은이는 어릴적 시골에거 가졌던 꿈을 이제 막 달성한 것이다. 그는 금융회의에 참석했다가 106층에서 꿈이 무너져버린 것이다.
멕시코 빈촌에서 혼자 건너와 “세계의 창 식당” 부엌에서 일하는 41세의 중년남자는 어느 회사 중역 못지않게 기대에 찬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의 즐거움은 가족의 사진을 보며 매달 아내와 네 자녀에게 송금하는 것이었다.
무역회관 1번지가 한시간 56분, 그리고 2번지가 40분만에 완전 붕괴되기까지 많은 사람들이 출구를 잃고 윗층 사무실에 갇혀 있었다. 화염이 짙어 죽음을 인식한 그들은 휴대전화를 들었다.
“I love You”가 그들의 마지막 고별인사였다. 5개월 전에 재혼한 중년부인은 104층에서 일하던 남편의 전화를 받았다. 역시 “I love you so much”라는 작별인사다. 하나님도 같이 눈물을 흘리고 있을 것이라며 주례한 목사가 안전한 곳으로 옮겨 놓았기를 바랄 뿐이다. 흔히 많이 듣는 “I love you”란 영어의 표현이 얼마나 소중한 말인가를 실감하게 된다. 감정의 표현을 꺼리는 우리는 어떻게 마지막을 고했을까 생각해 본다.
인간의 묘한 감정은 커다란 위기에 접했을 때 고통받는 사람과 자기를 동일시하는 애타심이 일어나는 것을 볼 수 있다. 1996년 미국 에베레스트 산악대는 시속 100마일이 넘는 태풍을 만나 휘몰아치는 눈보라에 한치 앞을 바라볼 수 없었다. 한 대원이 지쳐서 도저히 하산할 수 없게 되었다. 대장은 동료들의 권유에도 불구하고 혼자 남아 그 대원과 운명을 같이 하게 된 것이다.
이같은 현상이 화염을 피해서 뛰어 내려가는 위기 속에서도 일어났다. 76층 만원이 된 승강기에서 탑승을 울부짖는 한 젊은 여인에게 자리를 양보한 젊은이가 있다. 26살의 독실한 기독교신자인 그는 다음 승강기를 기다리다가 소식이 끊어졌다. 한 증권회사 직원 20여명은 서로를 부축하며 같이 계단을 내려오다 한 사람 때문에 속도가 늦어졌다. 그는 엉덩이로 계단을 내려오기도 했다. 책임자는 다른 직원을 먼저 보내고 그와 같이 행동하다가 참사를 당했다.
이번 사건의 원인을 두고 속단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보수주의 유명한 한 목사는 ‘신의 심판’이라고 하였다. 미국의 극도의 자유주의, 태아의 생명 무시, 동성연애 등으로 인한 영적 부패가 하나님을 노하게 한 것이라고 한다. 두 살 짜리 재롱부리는 딸의 목숨을 앗아갈 만큼 하나님은 인정이 없을 것인가. 성경에서 처럼 누가 죄 없다고 할 수 있을까. 오히려 우리는 그들의 위선적인 생활에 혐오를 느낀다.
이번 테러사건도 종교적인 신념을 왜곡되게 관철하려는 데서 일어났다고 할 수 있다. 테러를 감행하기 전 그들은 알라신에게 기도를 드리는 것을 잊지 아니했다. 근본주의자들은 변화돼 가는 사회를 무시한 채 자기 것만을 주장하고 남의 문화나 생각을 포용하지 않는다. 어떤 이념, 그리고 민족이나 국수주의를 부르기 전 인간 하나 하나의 소중함을 앞세워야 할 것이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