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투수가 너무 잘 던져도 못 나오고, 못 던져도 못 나오고….’
출격 스케줄을 컨트롤할 수 없는 구원투수의 설움인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한국형 핵잠수함’ 김병현(22)의 포스트시즌 데뷔가 또 다시 무산됐다.

10일 애리조나 피닉스 뱅크원볼팍에서 벌어진 내셔널리그(NL) 디비전 시리즈 2차전에서 D백스는 에이스 랜디 잔슨을 내세우고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 1대4로 패해 시리즈 전적 1승1패 동률이 됐다. 전날 1차전에서 선발 커트 쉴링이 완벽한 완봉승을 거두는 바람에 등판기회를 얻지 못한 김병현은 이날 팀이 패하는 바람에 역시 벤치에서 야구구경만 하다 끝났다.

이로써 코리안 최초의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게임 등판은 최소한 오는 12일 시리즈 3차전으로 미뤄졌다. 전날 쉴링에 완벽하게 제압 당했던 카디널스는 이날 1회초 올해 신인왕이 확실한 수퍼루키 알버트 푸홀스가 잔슨으로부터 선제 투런홈런을 터뜨려 기선을 제압한 뒤 선발 우디 윌리엄스의 눈부신 역투에 힘입어 4대1로 승리, 전날의 석패를 만회하고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한편 NL 탑시드이자 최강팀중 하나로 꼽히던 휴스턴 애스트로스는 플레이오프 단골인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에 2연패를 당하며 1번만 더 지면 탈락하는 벼랑 끝에 몰렸다. 애스트로스의 패인은 허술한 디펜스. 1, 2차전 모두 숏스탑 훌리오 루고의 에러가 결승점과 연결되는 바람에 홈에서 2연패를 당해 NL 최고의 성적이 무색해질 위기에 처했다.

◎카디널스(1승1패) 4-1 D백스(1승1패)
플레이오프에서는 이상하게 힘을 못쓰는 ‘빅 유닛’ 랜디 잔슨의 징크스는 1회초부터 나타났다.

선두 페르난도 비냐에 좌전안타를 맞은 뒤 곧바로 다음타자를 병살땅볼로 유도, 한숨을 돌렸으나 3번 에드가 렌테리아를 포볼로 내보낸 뒤 푸홀스에 우월 투런홈런을 맞고 순식간에 2실점한 것. 잔슨은 3회에도 상대투수인 9번타자 우디 윌리엄스에 2루타를 맞고 1점을 더 내주는 등 8회까지 6안타 2포볼로 3실점하며 패전투수가 돼 플레이오프에서 7연패의 늪에 빠졌다.

반면 생애 처음으로 플레이오프 경기에 선발등판한 윌리엄스는 7회동안 무려 133개의 공을 던지며 D백스 타선을 삼진 9개를 곁들인 산발 4안타 1포볼 1실점으로 틀어막는 눈부신 역투로 승리투수가 돼 포스트시즌 데뷔전을 화려하게 장식했다. 지난 8월2일 샌디에고 파드레스에서 트레이드 된 윌리엄스는 카디널스 이적후 7승1패, 방어율 2.28의 빼어난 성적을 올려 카디널스의 후반 상승세에 결정적으로 기여했고 그의 트레이드는 올해 최고 성공작으로 꼽히고 있다.

한편 D백스는 잔슨에 이어 9회초 3차전 선발로 예정됐던 미겔 바티스타를 포함, 3명의 투수를 투입하며 끝까지 총력전을 펼쳤으나 지고 있는 경기임을 감안, 클로저인 김병현을 아껴두고 투입시키지 않았다.

◎브레이브스(2승) 1-0 애스트로스 (2패)
10연속 디비전 우승에 빛나는 플레이오프 단골 브레이브스가 좌완에이스 탐 글래빈의 눈부신 두뇌피칭을 타고 이틀연속 홈팀 애스트로스를 울리며 리그 결승에 1승 앞으로 다가섰다.

글래빈은 10일 휴스턴 엔론필드에서 벌어진 NL 디비전 시리즈 2차전에서 애스트로스 강타선을 8회동안 산발 6안타 무실점으로 틀어막아 1대0 신승으로 이끌어 백전노장 베테란의 진가를 보여줬다. 반면 애스트로스는 ‘저니맨’ 선발 데이브 믈릭키가 5회까지 산발 4안타 1실점(비자책점)으로 호투했고 전날 부진했던 불펜도 이날 4이닝동안 브레이브스 타선을 득점없이 잘 막았으나 2회초 숏스탑 루고의 뼈아픈 실책으로 내준 점수가 결승점으로 굳어지는 바람에 땅을 쳤다.

전날 1차전에서 3대3 동점이던 8회초에 이닝을 끝낼 수 있었던 병살타성 타구를 놓치는 치명적 실수로 칩퍼 존스의 결승 스리런홈런 기회를 만들어줬던 루고는 이날도 2회초 악송구로 유일한 실점의 실마리를 빌미를 제공, 이틀연속 패배의 주범이 되고 말았다. 플레이오프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브레이브스 선발 글래빈은 8회까지 예리한 제구력을 앞세워 애스트로스 타선을 완벽하게 틀어막았고 어깨수술후 클로저로 전업한 전 에이스 잔 스몰츠는 9회를 무실점으로 잘 막아 이틀연속 세이브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