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 라이드’(Joy Ride)★★★½
스티븐 스필버그의 긴장감 넘치는 TV영화 자동차 스릴러 ‘결투’(Duel)를 연상케 하는 공포 스릴러이다. 필름 느와르를 현대적 색채로 잘 가꾸는 존 달 감독(‘레드 록 웨스트’ ‘마지막 유혹’)의 자신 있는 솜씨가 엿보이는 통속적 재미가 충분한 영화다.
내적 공포와 외적 폭력 그리고 충격과 두려운 것 속에 어둡고 짓궂은 유머를 삽입한 필름 느와르인데 막판에 가서 끔찍하고 잔인해지면서 유혈폭력으로 마감돼 뒷맛이 텁텁하다.
대학 1년생인 루이스(폴 워커)는 여름방학을 맞아 덴버의 대학에 재학중인 여자친구 베나(릴리 소비에스키)와 크로스컨트리 여행을 떠나기로 하고 그를 데리러 미 중부지방을 차로 달린다. 그러나 루이스가 도중에 솔트레이크시티 경찰에 체포된 말썽쟁이 형 풀러(스티브 잰)를 풀어내 주면서 루이스의 악몽이 시작된다.
풀러는 심심풀이로 CB 라디오를 자동차에 부착한 뒤 루이스에게 지나가는 트러커를 유혹하자고 꼬드긴다. 형의 권유에 마지못한 루이스는 라디오를 통해 여자 목소리로 자신을 캔디 케인이라고 소개하고 트러커를 유혹하기 시작한다. 이에 묵직한 음성으로 대답하는 트러커는 러스티 네일.
형제는 러스티 네일에게 심야 모텔 데이트를 약속하고 지정된 방 옆방에 묵는데 이튿날 깨어보니 옆방에 묵었던 사람이 무참히 살해된 것을 알게 된다. 농담이 진담이 된다고 이때부터 형제는 덴버를 향해 차를 몰아 내빼면서 자기들 뒤를 쫓아오는 러스티 네일을 따돌린다.
그런데 덴버에서 베나를 차에 싣고 고속도로를 달리는 루이스의 차 라디오에서 다시 러스티 네일의 음성이 전달된다. 그는 너희들이 시작한 못된 장난의 책임을 끝까지 지라는 질책과 함께 이들 뒤를 집요하게 쫓아오면서 괴물 같은 트럭으로 3인의 목숨을 위협한다. 그리고 베나가 납치되면서 형제의 공포와 좌절감은 극에 달한다. 더구나 러스티 네일은 자신의 정체는 드러내지 않고 계속해 라디오를 통해 저음으로 위협, 형제는 마치 귀신에게 쫓기듯 겁에 질려 어쩔 줄을 몰라한다.
이같이 위협의 주체가 시종일관 보이지 않아 공포감과 긴장감이 더한데 끝이 아이로니컬하다.
R. Fox. 전지역.
‘행운의 우연’(Serendipity)★★★★(5개 만점)
소울 메이트(천생연분)란 과연 있는 것인가. 운명은 인간 의지를 초월한 것인가 아니면 필연적 우연에 지나지 않는가. 그리고 우리는 운명을 의지로서 조작할 수 있는 것인가.
필연은 우연이요 우연은 필연이라고 믿는 모든 치유할 수 없는 로맨틱들을 위한 달콤 쌉쌀하고 역설적인 로맨틱 코미디다. 사랑에 있어 필연과 우연과 또 운명이 작용하는 오묘한 조화를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헛소리에 지나지 않겠지만 사랑의 필연적 우연을 믿는 사람들은 감상에 젖어 뜬구름 같은 사랑 무드에 잠기게 될 것이다.
ESPN 제작자인 조나산(존 큐색)과 심리상담가인 새라(케이트 베킨세일-‘진주만’)는 뉴욕 블루밍데일서 크리스마스 샤핑을 하다가 우연히(필연?) 만난다. 서로 애인이 있는 둘이지만 마음이 이끌려 남은 밤을 핫 초컬릿 먹고, 록키펠러센터 광장에서 스케이트 타고 또 사랑하는 사람들의 후렴 같은 밤하늘의 별 이야기를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헤어질 때가 되면서 조나산이 새라에게 전화번호를 요구하자 새라는 조나산에게 그의 전화번호를 5달러 지폐에 적게 한 뒤 읽지도 않고 그 돈으로 뉴스 스탠드서 민트를 산다. 그리고 자기번호는 읽고 있는 소설 ‘콜레라시대의 사랑’ 책갈피에 써넣은 뒤 중고 서적상에 팔겠다고 말한다. 우리 둘이 꼭 만나야 할 사람들이라면 달러와 책이 각기 자기와 조나산에게 돌아와 서로를 찾게 되리라는 것이다. 사랑은 운명적 필연이라고 믿는 여자다.
세월이 흘러 뉴욕 사는 조나산과 샌프란시스코로 거처를 옮긴 새라는 결혼을 며칠 안 남기고서도 서로를 못 잊어 애를 태운다. 게다가 조나산과 새라 앞에 둘의 한 때를 회상케 하는 징조들이 자꾸 나타나면서 마침내 둘은 과연 서로가 서로의 소울 메이트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서로를 찾아 나선다. 조나산은 뉴욕타임스 부음담당 기자인 친구 딘(제레미 피븐) 그리고 새라는 가게주인인 친구 이브(몰리 샤논)와 함께 뉴욕과 샌프란시스코를 오락가락 하며 분주히 님을 찾아다닌다.
우연들이 필연적으로 발생, 이리 저리 꼬여들면서 사랑 이야기를 엮는데 상투적인 것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사랑이란 원래 상투적인 것이 아닌가.
큐색과 베킨세일의 화학작용이 보기 좋고 제레미 피븐이 조연을 뛰어 넘는 연기를 한다. 백화점 직원 역의 유진 레비가 매우 웃긴다. 겨울 뉴욕풍경이 아름다운데 원래 영화에 있던 월드 트레이드센터를 테러 후 지웠다.
피터 첼솜 감독.
PG-13. Miramax. 전지역.
‘누가 알리요’(Va Savoir)★★★★½
프랑스 누벨바그의 기수중 하나인 자크 리벳(73)의 우아하고 가을바람처럼 시원하면서도 매우 지적인 작은 로맨틱 코미디다. 리벳의 영화는 깊고 카메라는 대상을 멀리서 보며 형태미가 엄격하다. 그의 영화들(‘잔 다크’ ‘아름다운 말썽꾸러기’)은 대부분 심각하고 또 초연한데다가 상영시간이 보통 3시간이 넘어 아무나 즐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2쌍의 삼각관계의 로맨틱한 상호작용을 지적인 로맨티시즘으로 정답고 가슴 아프게 그린 이 영화는 리벳의 다른 영화에 비하면 상당히 경쾌한 것이다. 세 쌍의 남녀가 로맨스와 상심과 동경과 연모의 드라마를 아기자기하니 엮는 모습을 보자니 가슴 알알하니 재미있고 정이 간다.
이탈리안 극단이 파리에서 피란델로의 ‘님이 원하시는 대로’를 공연하는 동안에 일어나는 얘기다. 연극 감독이자 배우인 우고(세르지오 카스텔리토)의 연인은 3년 전 체하는 애인 피에르(자크 보나페)를 떠나 이탈리아로 간 카미유(잔느 발리바가 시원하니 아름답다). 배우가 된 카미유는 공연차 파리에 와 자신의 과거와 재대면 하자니 쉽지가 않아 마음이 어수선하다.
흥행이 신통치 않아 걱정하는 우고는 18세기 한 이탈리안 극작가가 쓴 뒤 오랫동안 잃어버려진 희곡 ‘베니스의 운명’의 원고를 찾는데 매달리는데 그를 돕겠다고 나선 여자가 젊고 아름다운 대학생 도(엘렌 드 후제롤이 매력적이다).
도의 어머니 소유인 서재에서 도와 함께 이 희곡을 찾던 우고는 약간 수상한 스타일의 도의 이복오빠 아르튀르(브루노 토데쉬니)를 알게 된다. 그런데 범행을 계획하고 있는 아르튀르는 어두운 과거를 지닌 발레 선생인 피에르의 아내 소니아(마리안 바슬레)에게 사랑하자며 접근한다. 한편 피에르 부부가 마련한 저녁식사에서 아직도 피에르가 카미유를 못 잊어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우고와 카미유간에 긴장감이 조성된다. 카미유가 피에르와의 재회를 생각하고 있는 사이 우고는 점점 도에게 강한 매력을 느낀다.
6명이 관계된 복잡다단한 사랑의 고리들이 엮는 로맨틱한 재난들이 풍성하니 아름다운 파리를 배경으로 섹시하고 흥미롭고 총명하니 펼쳐진다. 영원한 빛의 도시 파리라는 캔버스 위에 그려지는 사랑의 변덕이 간질간질 하니 마음을 사로잡는다. 앙상블 연기도 좋다.
PG-13. 154분.
Sony Pictures Classics.
로열(310-477-5581), 사우스코스트 빌리지(714-540-0594), 타운센터(818-981-9811), 플레이하우스(626-844-6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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