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빈(24)은 20대 초반 남자 연기자가운데 단연 최고 인기다. 신하균(27)은 영화 관계자들이 뽑은 ‘장래가 가장 밝은’ 남자 배우다. 그 두 명이 한 작품에서 공연했다. 그 것만으로도 ‘킬러들의 수다’(시네마서비스, 장진 감독)는 당연히 주목된다. ‘출연했다’는 이유 하나 만으로 영화를 화제의 중심에 갖다놓는 두 배우는 바라보는 것 만으로도 즐거운 젊은이들이다. 하지만 둘이 ‘킬러들의 수다’에 출연하게 된 과정은 전혀 다르다. 원빈은 수 많은 작품 중에서 애써 골랐지만, 신하균은 수 많은 작품 중에서 아주 당연히 출연 결정을 했다. 그 이유가 뭘까.
심성 여린 막가파 신하균
폭파 전문가... 살해 목표 여자와 사랑 빠져
□삼식이의 선택
작년 공동경비구역 JSA 이후 신하균에게는 별명이 하나 생겼다.
바로 ‘삼식’이다. ‘JSA’이후 그에게 쏟아진 시나리오가 30개가 넘는다고 해서 붙여진 닉네임이다. 하지만 그는 아무 고민 없이 ‘킬러들의 수다’를 택했다. 단독 주연도 아닌 네 명의 공동 주연이었는데도 단지 장진 감독 작품이라는 한 가지 이유 때문이었다.
"서울예대 1학년때 ‘만남의 시도’라는 동아리에서 장진 감독을 처음 만났다"는 신하균은 성공한 후에도 인연을 잊지 않는, 그런 사람이다.
졸업 후, 극단 ‘유’ 등에서 연기력을 차곡차곡 쌓아온 실력파 배우 신하균. ‘빠담 빠담 빠담’공연할 때 입구에서 표 받던 사람이 바로 그였다.
□따듯한 킬러
’기막힌 사내들’ ‘간첩 리철진’’반칙왕’ ‘공동경비구역 JSA’에 이은 다섯번째 영화 ‘킬러들의 수다’에서 그는 폭파 전문 킬러 ‘정우’로 나타난다. 네 명의 킬러 가운데 가장 과격하지만 누구보다 인간적(?)인 심성을 갖고 있다.
살해 타깃이 된 여자에게 총구를 겨누지만 끝내 방아쇠를 당기지 못한다. 오히려 그녀에게 연민을 느끼고 사랑에 빠진다. 예쁜 여자만 보면 직업 의식이 희박해지는 여린 캐릭터다.
□무공해 청년
신하균은 여자들에게 초절정 인기를 누리고 있다. 시사회 현장마다 그는 원빈만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키가 크지도 않고, 꽃미남도 아닌 그에게 왜 이렇게 많은 갈채가 쏟아지는 걸까? 바로 순박하고 성실해 보이는 무공해 이미지 때문이다.
해맑은 미소와 서글서글한 성격. 언뜻 유지태와 비슷해 보디지만 신하균만의 매력은 엄연히 존재한다. 묵묵히 자기일을 해나가는 열정, 그리고 자기를 낮추는 겸손이 오히려 그를 더 돋보이게 한다
그는 지금 ‘JSA’에서 만난 박찬욱 감독과 재회했다. ‘복수는 나의 것’에서 청각 장애자인 ‘류’를 표현하기 위해 몸무게를 7kg이나 뺏고 머리도 초록색으로 염색했다.
□영화에 미쳤다
킬러에 이어 유괴범까지. 두 캐릭터 모두 인간적인 면이 묻어 있기에 미워할 수 없다. 배역이 주어지면 "새인물을 창조하는게 아니라 자기 안의 닮은 점부터 찾아나간다"고 전해준다.
스트레스 풀기 위해 노래방에 가는데 항상 ‘토이’의 ‘좋은사람’을 열창하고 요즘 ‘선의 나침반’이라는 불교서적에 심취해 있다. 휴대폰 1번을 길게 누르면 그의 아버지가 ‘여보세요’한다. 유일한 콤풀렉스는 "굵은 허벅지"라며 웃는다.
"장래희망이 좋은 배우가 되는 건데 장진 감독이 빨리 포기하해요. 그게 얼마나 힘든건줄 아냐면서요. 너무 심한 말 아닌가요? 하하"
하지만 영화에 단단히 미쳐 있는 신하균은 "장진 감독의 말을 거스르고 싶다"고 한다.
능청스런 막내 원빈
네 킬러중 웃음코드로 폭소 선사 역할
□주연이 싫었다
’가을 동화’ 직후 원빈은 모든 드라마와 영화가 서로 ‘모시려고’ 경쟁했던 인물이다. 수 많은 영화사들이 그에게 시나리오를 들이밀며 ‘화려한 스크린 데뷔’를 약속했다. 그러나 그는 모든 걸 물리친 채 ‘킬러들의 수다’의 조연급 출연을 결정했다. 모든 관계자들이 주연 제의를 할 때 그가 조연급 주연을 택했으니 의아할 수밖에.
이에 대해 원빈은 “소박하게 시작하고 싶었다. 데뷔작에서 흥행까지 책임져야 되는 주연을 맡는다는 것이 부담스러웠던 것도 큰 이유”라고 설명했다.
잠깐의 인기에 들뜨지 않고, 처음부터 시작하겠다는 원빈은 그만큼 현명했다.
□황당한 캐릭터?
’킬러들의 수다’에서 원빈의 역은 네 킬러 가운데 막내 하연이다. 자신의 설명에 따르면 “황당한 캐릭터”다. 순진하고, 부드럽고 때론 바보 같은 느낌까지 안겨주는 인물이다. 그러면서도 능청맞게 관객을 웃겨야 됐다.
TV 드라마 속에서 주로 창조했던 여린 속내를 감추고, 반항하는 캐릭터와는 꽤먼 거리에 있는 캐릭터였다. 그러니 원빈이 ‘황당하다’고 여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원빈은 이를 기대 이상으로 훌륭하게 소화했다. ‘ 킬러들의 수다’가 장치해 놓은 웃음 코드의 상당 부분을 책임지면서도 네 배우 가운데에서 도드라졌다. ‘가을 동화’에서 아슬아슬한 연기를 선보였던 원빈이 아닌 안정된 연기력의 원빈이 된 것이다.
□원빈의 매력
원빈은 복합적인 이미지를 지니고 있다.
긴 머리를 늘어뜨렸던 작년 초까지만 해도 원빈은 순정만화의 주인공 같은 느낌만 안겨줬다. 적당히 반항적이고, 적당히 로맨틱한 이미지에 의존했을 때 그는 단지 잘생긴 외모의 엔터테이너에 불과했다.
그러나 짧게 자른 헤어스타일로 바꾸며 그는 많은 것을 새로 얻었다. 탄광촌 출신이란 실제 이미지가 묻어나기도 하고, 눈빛 만으로도 여자를 유혹할 수 있는 남자 분위기를 풍기고, 때론 한 없이 위험한 젊음을 내뿜었다. 이렇듯 복합적인 이미지를 담기 시작하며, 원빈은 배우의 가능성을 한껏 키웠다.
거의 모든 대화가 묵묵부답이거나 단답형일 정도로 말수 적은 실제 생활은 그에게 신뢰감이란 날개까지 달아줬다.
□원빈의 꿈은?
원빈은 “연기 잘한다는 칭찬을 가장 듣고 싶다”고 한다. 인기나 명예는 그러면 자연히 좇아온다고 생각한다. 그는 영화가 흥행할 것 같냐는 질문에 “하면 할수록 연기가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를 깨닫는다. 이번에 산을 하나 넘었으니 이젠 또다른 도전을 해야겠다. 애초부터 스타가 되겠다고 연기를 시작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도 오직 연기 하나만 생각하고 있다”라는 말로 답을 대신했다.
그의 꿈은 ‘배우’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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