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머스 마켓
▶ 값 안싸도 ‘무공해’ 마니아들 북적
파머스 마켓에는 행복이 있다. 재래 시장과 유럽 벼룩 시장의 추억을 혼합해 놓은 듯한 분위기, 차량의 통행이 제한돼 마음껏 걸어다니며 농부들의 정직한 땀의 결실을 대하는 기쁨은 각별하다. 신선한 과일과 야채가 탐스럽게 진열돼 있는 마켓에 들러 제철을 맞아 터질 것 같은 복숭아와 사과를 장바구니에 담다 보면 바구니에 가득한 행복이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지 온몸으로 느껴진다.
어디 이뿐인가. 오렌지, 망고, 파파야, 레몬, 바나나, 아보카도, 토마토, 햇감자, 아스파라거스, 가지, 피망, 호박 등 갖가지 야채와 과일들이 저마다의 화려하고 원색적인 색깔을 뽐내며 장보는 이들의 손길을 유혹하고 있는 모습에서는 삶의 뜨거운 에너지가 온 몸으로 전해진다. 파머스 마켓에는 또 계절에 따라 장미, 프리지어, 백합 등, 오색의 꽃들을 팔고 있는데 한가하게 길을 따라 걷다보면 그 진한 꽃향기에 취할 것 같다.
파머스 마켓은 인심이 후하다. 한번 맛보면 사고 말 것이라는 자신이 있어서일까. 상인들은 제법 큰 크기의 복숭아와 토마토 조각을 샘플로 잘라놓고 "어디 한번 먹어봐!"를 큰 소리로 외친다. 신선한 사과로 만든 애플사이더, 각종 치즈, 농가의 소박함이 느껴지는 커다란 보리 빵, 막 튀겨 고소한 팝콘, 껍질 안에 있는 땅콩, 온갖 향신료를 가득 넣어 직접 만들었다는 이태리식 소시지. 주는 대로 다 받아먹고 나니 배가 빵빵하게 불러와 세상에 더 바랄 것이 없어진다.
파머스 마켓의 농산물은 기존 마켓의 가격보다 결코 싸지 않다. 무공해 유기농법으로 재배되어 그만큼 농부들의 손이 많이 갔기 때문이다. 하지만 파머스 마켓에서 사온 야채와 과일로 건강하고 아름다운 식탁을 꾸밀 수 있다는 것을 곰곰 생각해본다면 결코 비싼 가격이 아니라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라치몬트 빌리지 : 한인타운에서 가까운 라치몬트 빌리지에 어느 틈엔가 파머스 마켓이 들어섰다. 일요일 오전 10시-오후 2시까지, 1가와 베버리 사이의 스타벅스 커피 앞 주차장파머스 마켓에는 유난히 한인들의 모습이 눈에 많이 띈다. 복숭아와 함께 배를 팔고 있는 오호권 씨는 한인들이 좋아하는 야채인 부추와 파는 물론, 김치까지 만들어 와 팔고 있는데 오히려 타민족들이 더 많이 사간다고. 소미스에서 꽃 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조규영 씨도 바로 옆에서 싱싱한 꽃을 팔고 있다. 한국일보 구독자인 그가 신문에 꽃을 싸주니 무슨 내용의 기사가 담겨 있는지 알 길이 없는 금발 머리의 아가씨가 고개를 갸우뚱하는 모습이 미소를 자아낸다.
▲웨스트우드의 파머스 마켓 : 약 50개의 식품 상은 물론이고 장신구, 옷, 양초, 그림 등 40개 수공예품 상인들이 넉넉한 웃음으로 손님들을 반기고 있다. 베이스와 드럼, 색소폰으로 끈적한 재즈를 연주하는 거리 예술가들의 공연은 탱탱한 과일들과 더불어 우리들의 행복 지수를 높여주는 요소들. 장보기와 맛보기에 재즈 연주까지 즐길 수 있는 그야말로 LA의 화개 장터이다. Westwood와 Weyburn Ave.가 만나는 지점에서 매주 목요일, 오후 21시 -7시까지 문을 연다.
▲샌타모니카의 파머스 마켓 : 이 일대를 더욱 살아있게 만드는 명물. Arizona Ave. 선상, 2가에서 4가에 이르는 구역에 매주 수요일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2시까지, 그리고 매주 토요일 오전 8시 30분부터 오후 1시까지 장이 들어선다. 또 다른 파머스 마켓으로는 매주 토요일, Pico와 Cloverfield가 만나는 지점에서 오전 8시부터 오후 1시까지 서는 Pico Market이 있다.
▲베니스 비치 : 매주 일요일 Main St과 Ocean Park Bl.가 만나는 Heritage Square (2640 Main St.)에서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1시까지 서는 장은 또 다른 기쁨을 선사한다. 역사적인 빅토리안 카페의 옥외 테이블에서 향기로운 커피와 갓 구운 빵을 즐기며 라이브 뮤직을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로켄와그너 (Rockenwagner)가 선보이는 독특한 빵 종류, 그리고 아말피 델리 (Amalfi Deli)에서 내 놓는 고급 식품들은 프랑스의 고급 델리에라도 온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이다. 2주에 한번씩, 어린이들을 위한 여흥도 마련돼 온 가족의 주일 나들이로도 부족함이 없다.
▲페어팩스 파머스 마켓 : 파머스 마켓에 쉴 새 없이 밀려들어오는 일본 관광 버스는 이 지역이 LA를 대표하는 관광 명소임을 말해주고 있다. 66년의 전통을 지닌 이곳에는 독특한 점포와 식당들이 밀집해 있어 하루 나들이를 하기에도 심심치 않다.
파머스 마켓에는 먹을거리가 무척 다양한데 그 가운데 가장 인기 있는 곳은 역시 프랑스 식 크레페를 선보이고 있는 프렌치 크레페 컴퍼니 (The French Crepe Company). 프랑스를 여행하지 않고도 파리의 웬만한 브라세리에서 보다 훨씬 맛있는 크레페를 맛볼 수 있는 이곳에는 주말 오전이면 40분에서 1시간 정도 기다리는 것은 예삿일일 만큼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어 그 인기를 말해 주고 있다. 문의 전화, (323) 934-3113.
한인타운에서 3가를 타고 서쪽으로 쭉 가다가 페어펙스와 만나기 바로 전, 오른편인 6333 W. 3rd St.에 있다. 월요일부터 토요일 사이에는 오전 9시부터 저녁 6시 30분까지, 일요일에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 문을 연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