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가 아름다운 남자, 신하균(27). 환하게 웃을 때 그의 표정은 정말 해맑다.
추석 연휴가 시작되기 전인 지난 달 29일. 그는 ‘복수는 나의 것’ 포스터 촬영을 위해 분당의 한 스튜디오에서 오후 내내 보낸 다음 저녁 8시엔 서울 종로 5가 연강홀서 열린 ‘킬러들의 수다’ 시사회에 참석했다.
기자는 그와 시사회에 가기 직전 눈인사를 나눈 다음 시사회가 끝난 뒤 정식으로 대면했다. 술자리는 서울 인사동의 오래된 한식집에서 늦은 저녁을 먹으며 반주로 시작했다.
배우 신하균
기자 역시 신하균과의 만남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냥 인터뷰라면 첫 대면도 상관없지만 만나자마자 술자리라니. 그런 어색함은 식당 아주머니가 해결해줬다. “아니, ‘공동경비구역 JSA’에 나오는 배우 아녀!” 갑자기 분위기가 풀어지며 기다렸다는 듯이 곧바로 소주잔을 돌렸다.
소주 2병 정도의 주량이라는 데도 그의 눈가는 소주 두잔에 금새 벌겋게 달아올랐다. 하루 종일 카메라 앞에서 시달렸고 또 빈 속이라고 했다. 먼저 왜 영화배우가 됐느냐고 물어봤다.
“어릴 때 영화를 보는 게 큰 기쁨이었어요. 그냥 앉아서 보는 나도 이렇게 즐거운데 만든 사람들은 어떨까 생각했어요. 그 때부터 내겐 영화배우가 꿈이었죠.”
그는 앞길이 막막했던 연기자의 길로 들어서면 안되는 상황이었다고 한다. 태릉고교 재학시절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장남이었던 그는 고교 졸업 후 돈벌이에 나서야 할 처지였다는 것. 그러나 그는 끝내 배우를 고집, 아르바이트로 학비를 충당키로 하고 서울예대에 진학했다.
피곤하다면서도 술을 털어넣는 자세가 보통이 아니다. 함께 자리했던 영화담당 두기자(김범석, 윤고은)는 신하균과 함께 온 매니저와 ‘복수는 나의 것’ 배급사인 CJ엔터테인먼트 신승근 홍보부장과 대작했다. 두 패로 나뉜 상태에서 신하균과의 대화가 이어졌다.
사실 그는 잘생긴 얼굴은 아니다. 최소한 남자배우의 경우, 굳이 잘 생기지 않아도 연기력만 갖춰지면 주인공을 할 수 있는 요즘 영화계의 덕을 본 것 아니냐는 짓궂은 질문을 던졌다. “맞아요.” 간결한 그의 대답.
그는 배우가 되지 않았으면 ‘그냥 놀았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때문에 그는 1년 연봉이라야 120만원 정도였던 연극배우 시절도 늘 행복했다고 한다. 완성된 필름을 보는게 재미 있고, 또한 관객들이 그걸 보고 어떤 감정을 느낀다는 게 보람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는 “관객들은 그냥 ‘배우가 힘들겠지’라고만 생각하지, 진짜 얼마나 힘든 지는 모를 것”이라며 배우의 고충도 토로한다. 액션 보다도 ‘복수는 나의 것’에서처럼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청각장애자의 내면연기를 이끌어낸다는 것 등은 일반인이 생각하는 이상으로 어려운 일이라고.
인간 신하균
그는 반찬을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잘 먹었다. 사진을 찍기 위해 계속 술을 따라야해 둘이 서로 주거니 받거니. 굳이 따르지 않고 따르는 흉내만 내도 됐는데 그런 편법을 생각하지 못하다니, 둘 다 멍청했던 건지, 술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 생각한 건지.
명랑할 것이라는 선입견과 달리 그는 조용한 편이었다. 그가 좋아하는 운동도 수영달리기 등산 등 혼자 하는 것이고 이것들은 생각하면서 할 수 있는 종목이라고 했다.
그는 이름이 알려지고 좋은 게 있다면 영화를 선택할 기회가 많아졌다는 것이고 잃은 게 있다면 촬영장을 오갈 때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못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스물일곱살의 총각. 사랑에 대해 물어봤다. 조용조용하던 그가 이 대목에선 좀말이 많아졌다. “상대방을 배려하기 위해 숨길 수는 있겠지만, 만나는걸 부정하진 않을 거예요.(예전에 한 스캔들을 염두에 두면서 한 말 같았다) 내가 좋아하면 만날 겁니다.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또한 그 사랑이 반드시 한번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비록 훗날 그건 사랑이 아니었다고 느낄지라도 당시엔 사랑했기에 만났을 테니까요.”
신하균을 생각할 때면 늘 ‘공동경비구역 JSA’에서의 그 미소가 생각났다.그런 미소는 어떻게 짓는 거냐는 바보 같은 질문을 했다. “어릴 때부터 대답 못하고 얼버무릴 때 잘 웃었어요. 그게 연습이었나”라며 웃는다.
다음날 아침 6시 ‘복수는 나의 것’ 촬영이 있어 술자리는 밤11시쯤 마무리지었다. 소주 3병은 왠지 섭섭하니 다음에 제대로 한잔 마시자고 약속하고.
’복수는 나의 것’ 촬영이 시작됐던 지난 8월부터 머리색깔을 초록색으로 염색한 신하균. 소주 몇잔에 눈가는 벌겋게 달아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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