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초. LA의 날씨는 아직도 열기를 내뿜지만 계절로 따진다면 지금은 분명 가을이다. 가을을 느끼고 싶은 이들은 많지만 남가주에서 가을을 찾기는 쉽지 않다. 지금 요세미티 국립공원에는 도심에서는 좀처럼 느낄 수 없는 가을이 높은 산봉우리들과 깊은 계곡들 곳곳에 이미 찾아와 있다. 시리도록 차가운 개울물과 싸늘한 아침, 저녁의 대기, 더욱 높아진 하늘, 색깔이 바래 가는 나뭇잎, 엷어진 햇살 등을 통해 가을이 완연히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요세미티는 사철 중 어느 한철 가릴 것 없이 언제 가 보아도 멋있는 산이지만 특히 가을철 석양빛을 받아 온통 황금빛을 발하는 거대한 암봉들과 군데군데 단풍이 물들고 있는 수림은 웅장함 속에서도 가슴이 시리는듯한 아름다움을 전해준다. 요세미티의 가을은 남가주 지역에서 찾을 때는 뒷문이라고 할 수 있는 120번 티오가 패스(Tioga Pass)를 통해 보는 것이 더욱 아름답다. 요세미티의 한창 익어 가는 가을의 모습을 스케치하기 위해 티오가 패스로 자동차 핸들을 돌렸다.
남가주 주민들이 요세미티를 찾는 가장 보편적인 방법은 프레즈노에서 시작하는 41번 도로를 타고 2시간 정도 운전해 요세미티 빌리지에 도착하는 것이다. 물론 빌리지에 가면 해프 돔, 엘 캡틴 등 거대한 암봉들과 비단결처럼 흘러내리는 우아한 폭포, 깊은 계곡을 흐르는 강들을 감상할 수 있지만 참다운 가을을 풍치를 모두 만끽하기는 어렵다. 특히 올해는 요세미티의 계곡의 수량이 예년에 비해 적어 빌리지 최고의 관광 포인트중 하나인 요세미티 폭포가 메말라 있어 이 곳을 찾는 방문객들에게 실망을 주고 있다.
하지만 캘리포니아의 등줄기인 시에라네바다 산맥을 관통하면서 미국에서 두 번째로 높은 지역을 지나는 도로인 120번 티오가 패스를 따라 펼쳐지는 요세미티의 가을은 현재 최고의 만족을 주는 관광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티오가 패스는 단풍이 한창인 오웬스 밸리의 리 바이닝(Lee Vining)에서 시작된다.
11월 이 지역에 첫 눈이 내리면 다음해 5월까지 도로가 폐쇄되는 이 길은 리 바이닝에서 공원 입구까지의 6마일 구간부터 절경이 시작된다. 해발 9,945피트에 위치해 있는 공원 입구(입장료 차량 당 20달러)에 도착하기까지 마냥 하늘로 솟아오르는 스카이 하이웨이는 현기증을 느낄 정도로 꼬불꼬불 한없이 올라간다. 아슬아슬한 도로 옆으로 펼쳐지는 전경은 캐나다 로키에서 보았던 그 장관과 비슷하다. 산 정상에 있는 엘러리 레이크(Ellery Lake)는 귀가 시리도록 찬 바람이 부는 곳으로 40여분 거리의 오웬스 밸리의 기온(화씨 90도)보다 무려 50여도나 낮다. 추위에 아랑곳없이 강태공들이 호수 가운데로 낚시를 캐스팅하고 있는데 팔뚝만한 송어가 심심찮게 올라오고 있다.
차에서 낚싯대를 꺼내고 싶은 유혹을 물리치고 다시 공원으로 향한다. 티오가 호수(Tioga Lake)를 지나서 이곳저곳 겨울을 나기 위해 옷을 벗고 있는 나무들 사이를 통과해 요세미티에서 가장 유명한 가을 관광지인 튜울럼 메도우스(Tuolumne Meadows)에 도착한다.
잔잔하게 이어지는 가을의 정취가 한창인 이 곳에는 국제적으로 명성이 높은 캠핑장이 있는데 주말인데도 불구하고 캠핑 스페이스가 남아 있다. 이 곳 관리인에 따르면 빌리지를 제외한 대부분의 요세미티 캠핑장은 여름 시즌을 제외하고는 선착순으로 제공되는 스페이스를 잡을 수 있다고 말한다. 문의: (209)372-0200.
텐트가 지붕인 캐빈(Tuolumne Meadows Lodge)도 있는데 캐빈 가운데 나무 난로가 있어 운치 있게 주말을 보낼 수 있는 곳이다. 가격은 1인당 50달러선으로 깨끗한 침대와 이불이 제공된다. 전기는 없어 촛불을 켜야 하고 샤워도 공동 목욕시설을 이용해야 하지만 그래서 더욱 자연과 가까워지는 곳이다.
예약 및 문의: (559)252-4848, www.yosemitepark.com.
튜울럼 메도우스는 하이커들의 천국이다. 가장 유명한 코스는 화강암 꼭대기에 올라 메도우 전경을 바라보는 램버트 돔(Lambert Dome) 1.6마일 코스. 약간은 험한 바위 길을 타고 2시간 정도 올라가지만 정상에 오르면 환호가 절로 나오는 가을의 절경을 접하게 된다. 하이킹 코스 초입은 공원으로 꾸며져 피크닉이 가능하다.
메도우 중앙에 있는 방문객 센터를 방문하면 이 지역의 트레일 지도와 자연상태에 대한 현장 실습 프로그램 등에 참가할 수 있다. 튜울럼 메도우스에는 이밖에 훌륭한 레스토랑이 있으며 간단한 샌드위치 등을 판매하는 스낵코너 그리고 주유소도 있다. 노새 타기도 유명하다. 가을 풍경 외에도 초여름 튜울럼 메도우스는 야생화의 물결이 방문객이 시선을 압도한다.
튜울럼에서 서쪽으로 약 8마일 정도 가면 알프스의 어느 호수보다도 맑고 순결한 느낌을 주는 산정의 호수, 테나야 레이크(Teneya Lake)를 만난다. 문학적인 재주가 없는 사람도 호수 가에 앉으면 간단한 시 한 구절은 나올 정도로 비경 속에 포근함과 안락함을 함께 갖추고 있는 곳으로 높은 나무들 숲 속에 피크닉 테이블이 수십개 있어 말 그대로 엽서에 나오는 소풍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넓은 백사장이 호수 옆을 두르고 있는데 생각보다 물이 차갑지 않아 아이들이 발을 담그면서 좋아한다.
테나야 레이크에서 서쪽으로 2마일 거리에 있는 옴스테드 포인트(Olmsted Point)에 가면 온통 화강암으로 뒤덮인 골짜기와 봉우리들을 볼 수 있다. 그 유명한 하프돔을 북쪽에서 볼 수 있는 관광 포인트로 계곡으로 물들고 있는 가을의 향연이 그윽한 곳이다. 옴스테드 포인트에서 약 1시간 정도 서쪽으로 들어가면 세상에서 현존하는 생물 가운데 가장 큰, 세코야 수림의 장관을 구경할 수 있는 튜울럼 그로브(Tuolumne Grove)를 만나고 여기서 다시 동쪽으로 길을 꺾어 들어가면 요세미티 빌리지에 들어서게 된다.
요세미티의 가을을 한눈에 확인하고 싶으면 역시 11월에 도로가 폐쇄되는 글레이셔 포인트(Glacier Point)를 가보지 않을 수 없다. 끝없이 이어지는 깊은 계곡을 감상하면서 가을 하늘 저 높이 흐르는 구름을 따라 조용히 혼자만의 명상의 시간을 보낼수 있다.
가는 길은 LA에서 5번 프리웨이 노스를 타고 가다 앤틸로프 밸리로 향하는 14번 하이웨이 노스로 갈아타고 계속 가면 비숍으로 가는 395번 하이웨이로 연결된다. 395번 하이웨이를 타고 북상하다 비숍을 지나 요세미티 국립공원으로 빠지는 120번 도로(티오가 패스)를 만나면 좌회전해 이 길을 따라 가면 된다. 10월 중순부터는 출발에 앞서 120번 도로의 폐쇄 여부를 반드시 확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보다 보편적인 방법은 LA에서 5번 프리웨이 노스를 타고 가다 프레즈노로 향하는 99번 프리웨이 노스로 갈아타고 계속 간다. 프레즈노에 도달하면 이 곳에서 요세미티 국립공원까지 이어지는 41번 하이웨이 노스로 갈아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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