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 배관공 노조, 다양한 새 회원 모집 노력 경주, 무식, 퉁명스럽고 배타적이라는 이미지 불식이 관건
"내 사촌이 지금의 내 모습을 볼 수만 있다면…"
워싱턴에 사는 배관공 세드릭 구든(39)이 식품가공용 튜브를 용접하면서, 컴퓨터 칩 생산에 사용되는 가습기 일을 하면서, 대형 수도관의 오염을 막아주는 밸브를 수리하면서 곧잘 떠올리는 생각이다. "사촌들은 배관공이 되고 싶지 않다고 합니다. 자동차 수리공이 되고 싶다고 해요. 나는 배관공의 일이 단순히 파이프나 고치는 게 아니라고 말해 주지요. 배관 일을 하면 시간당 26달러를 벌 수 있는데, 타이어 바꿔주면서 고작 시간당 7달러를 벌 생각이냐구요"
15년 경력의 구든은 전국 배관공 노동조합인 ‘유나이티드 유니언’(UA)이 최근 앤아버에서 개최한 지도자 훈련에 참가했다. 1,800명의 배관공이 진보된 기술을 배우는 자리였다.
배관공이라면 새는 수도꼭지를 고치거나 막힌 변기를 뚫어주는 것 정도로 생각하는 것은 구든의 사촌들만이 아니다. 일반인들의 인식도 대개 비슷한데, 이점이 바로 수입 좋고 도전적인 직업인 배관공 일에 지원자가 별로 없는 이유다.
수십년간 조합가입을 관장해 온 UA는 은퇴하는 배관공들을 벌충하고 주택건축 일의 거의 전부를 포함하여 전체 시장의 75%에 침투한 비조합원들을 막기 위해서 자격을 갖춘 견습공들을 모집하는데 애를 먹고 있다.
현재 5년짜리 훈련과정에 모두 3만3,000명의 견습공이 등록돼 있는데, 일년에 1만명의 숙련공을 배출하려면 5만명은 되어야 한다는 것이 훈련책임자인 조지 블리스의 설명이다. 31만7,000명의 조합원을 거느리고 있는 UA는 아버지에서 아들로 이어지던 예전 같으면 상상도 못할 일을 하고 있다. 자동차 경주 출전 차량에 조합 로고를 부착한다든가, 라디오 방송에서 모집광고를 낸다든가 하는 따위의 홍보와 마케팅을 하는가 하면, 심지어는 칼리지들과 제휴하여 대학 학위와 조합 회원증을 동시에 갖고 싶어하는 지원자들을 유혹하기도 한다.
사실 기능공의 부족은 배관부문만이 아니다. 전공, 판금공, 목수 역시 마찬가지지만, 배관공이 가장 심각하다. 320개의 지부를 갖고 있는 UA는 그래서 배관공의 실제 모습을 알리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지원자를 모집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도심의 소수민족 젊은이들을 겨냥하는 것이다. 뉴욕을 거점으로 한 건설업계의 인종차별 철폐운동 단체인 ‘파이트백’의 짐 호턴은 흑인 희망자가 충분히 많다고 이야기한다. 단지 이 업계가 알음알음으로 사람을 받아들이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자세한 통계는 공개되지 않아 알 수 없지만, 상층으로 올라갈수록 UA가 문호를 완전히 개방하지 않은 것은 분명하다. 지난달 배출된 5년 과정 지도자 교육 수료자 183명중 백인이 아닌 사람은 열 손가락으로 꼽을 소수에 불과했다. 조합 리더들은 하부로 내려갈수록 달라지고 있다고 강조한다. "30~40년 전에는 아는 사람이 없으면 들어올 수가 없었지만 이젠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시카고에 있는 130지부의 교육책임자 리처드 오코너의 말이다.
조합원 부족은 60년대에 일을 시작한 베이비부머 세대가 많은 데서 비롯됐다. 배관공은 육체적 힘을 요구하는 일의 특성상 다른 업종보다 빨리 요즘 은퇴를 시작하고 있다. 연금을 받는데 필요한 35년 근무 연한을 채우면 은퇴하는 것이다.
반면 배관업무의 수요는 증가하고 있다. 노동통계 당국은 2008년이면 7만6,000명이 부족할 것으로 내다본다. 이 수요를 따라가려면 은퇴 숙련공 1명당 3명의 견습을 모집해야 한다.
배관공은 평균 연수 5만달러에 뛰어난 건강보험과 연금제도를 갖춘 데다가 공짜 교육까지 받는 업종이지만, 고등학교의 학생 진로지도 카운슬러들은 이를 외면하고 있다. 게다가 고교의 직업 프로그램들이 줄어드는 것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인재 공급원이 고갈되자 UA는 비조합원들을 조직하는데 투자를 늘리고, 고교 졸업 후 대학이나 군대, 다른 직장에 몸담아 본 사람들을 끌어들이려고 노력하고 있다. 또 컴퓨터를 이용하여 설계를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홍보용 비디오를 제작, 무식하고 퉁명스러운 배관공의 이미지를 불식하기 위해 애쓰기도 한다. 한때 배관공은 하수는 아래로 흐르고, 주급은 금요일에 받으며, 찬물은 오른쪽, 뜨거운 물은 왼쪽으로 나오게 하고 손톱을 물어뜯으면 안 된다는 다섯 가지 사실만 알면 된다는 우스개도 있었을 정도다.
아울러 조합이 커뮤니티 칼리지들과 협조하여 조합 훈련센터에서 야간강의를 통해 연간 230시간의 대학 학점을 딸 수 있는 길도 마련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산업교육 학사학위를 수여하는 UA대학 과정도 고려중이다. 대학 진학을 선호하는 이들을 유인하기 위해서다.
그래도 최종적인 해결책은 도심의 소수민족에 달려 있다. 그간 건설업계의 배타성은 여러 물의를 빚어왔다. 그러나 이젠 상황이 달라졌다는 것이 UA의 부회장인 하이트의 설명이다. "전에는 기술이 부자간에 세습되는 경향이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조합이 시장의 85%를 장악하고 있을 때는 회원제 컨트리클럽처럼 끼리끼리 운영될 수가 있었지요. 이제 시장의 25%만을 관장하고 있는 터에 더 이상 그럴 수는 없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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