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땠어?"
"좋았어!"
"남편 말이야?"
"농협 말이야, 농협.."
3인의 중년여성이 둘러 앉아 차를 마시며 나누는 방송광고의 한 장면이다. 은밀한 성 문제가 광고주제로 등장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러나 남편과의 ‘밤일’에 대해 주고 받는 대화가 대중광고의 소재로까지 등장했다는 것은 세월의 시계바늘을 돌려 춘향이가 살아나더라도 깜짝 놀랄 일이다.
의학계에 따르면 여성 3명중 평균 1명은 경ㆍ중증의 성기능장애를 경험하고 있다. 과거 여성성기능장애는 불감증이라고 불렀다. 그러나 환자들에게 모욕감을 준다는 지적에 따라 성기능장애로 부르고 있다.
최근 들어 조금씩 관심이 높아지지면서 의료계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여성성기능장애.
삼성서울병원 이성원(02-3410-3114) 교수ㆍ서울중앙병원 안태영(02-2224-3114) 교수ㆍ인천 김진호비뇨기과 김진호(032-528-0771) 원장의 도움말과 국제여성성기능학회 창시자인 미국 보스턴의대 어윈 골드스타인 교수의 강연내용을 중심으로 관련질환에 대해 알아본다.
◇진단 정신적인 문제가 절대적이라고 주장하는 전문의들도 있지만 치료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정확한 검사를 결과로 치료법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
병의원에서는 먼저 설문을 한 후 성기 혈액의 양과 속도 등을 측정한다. 이 때 호르몬 양과 질의 산소를 측정해 애액(愛液)이 어느 정도 분비되는지 확인할 수 있다.
미국 뉴저지 주립 럿거스대 로젠박사가 개발한 여성성기능지수 자가테스트법(BISF-W)도 진단에 이용된다.
로젠 박사는 20~73세 여성 269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를 분석해 진단기준을 만들었는데 ▲한 달 동안 성생활 횟수 ▲하고 싶다는 욕구를 느낀 빈도 ▲오르가슴의 정도 등 19가지 질문을 종합 분석, 총점수가 50~100점은 성생활에 만족한 상태이지만 150점 이상이라면 치료의 대상으로 판단하고 있다.
여성성기능장애의 대표적인 증상은 ▲성욕장애(성적인 욕구나 흥미가 없거나 저하된 상태) ▲성흥분장애(성적자극을 받아도 전혀 흥분이 되지 않는 상태) ▲극치감장애(오르가슴에 오르지 못하는 상태) ▲성교통(상관계시 통증이나 불쾌감을 느끼는 증상) 등이다.
단일 증상으로 고통을 받는 경우도 있지만 상당수가 2~3가지 복합적인 증상을 호소하고 있다.
◇치료법 호르몬 치료가 대표적이다.
여성호르몬 에스트로겐과 남성호르몬 테스토스테론을 함께 쓰면 여성의 성기능장애를 극복하는데 도움이 된다.
에스트로겐이 부족하면 질의 세포와 조직이 위축되고 질 분비물의 양이 줄어 성교통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올 초 골드스타인 교수는 삼성서울병원에서 열린 여성성기능학회에서 "여성성기능환자의 66%가 남성호르몬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이중 70%는 남성호르몬(DHT)을 보충해주자 증상이 완전 호전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남성호르몬을 잘못 쓰면 음핵이 커지고 얼굴 등에 털이 생길 수 있어 주의를 해야 한다.
성흥분장애의 경우 클리토스 포경수술로 개선할 수 있다. 성흥분장애 환자 중 음핵이 피부속에 묻혀 있을 때는 혈액의 흐름이 아무리 원활해도 흥분이 일어나지 않는다.
이 때는 남성의 포경 수술처럼 표피를 제거한 후 음핵을 드러내면 치료가 된다.
이 밖에 바르는 에스트로겐 제제는 질 건조증 개선에 효과적이다. 흥분장애 환자 중에는 비아그라로 증상을 개선시킬 수 있으며 올 초 FDA(미식품의약국)가 공인한 ‘에로스’ 이용자도 늘고 있다. 에로스는 여성이 음핵을 발기 시켜 흥분장애를 고치는 치료 기구이다.
출산 등으로 골반근육이 손상됐을 경우에는 전기자극 등으로 골반근육을 강화시키면 증상개선이 가능하다.
의료계는 골반근육은 출산경험이 있는 여성의 상당수가 손상된 상황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기타 스트레스ㆍ우울증ㆍ남편과 불화ㆍ수치심 같은 심리적 원인이나 피로ㆍ당뇨병ㆍ고지혈증ㆍ갑상선질환ㆍ생식기 염증ㆍ골반염 등 구조적 이상이 있을 때 나타나는 경우도 많다.
남성과 달리 여성기의 외형적인 반응만으로 알 수 없어 파트너의 이해심도 필요하다.
성기능장애는 원인을 알고 치료법을 찾으면 증상개선이 가능하다. 그런 점에서 여성성기능장애에 대해 "부끄럽고 창피한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치료하고 대처해야 할 질병"이라는 전문의들의 조언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포르노그라피의 주인공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다.
박상영기자 san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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