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탄 테러 참사로 사랑하는 사람의 소식이 끊긴 지 4일째가 되면서 애끊는 사연들이 주위의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출입이 금지된 참사현장 주변에는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넋을 잃은 가족들이 고개를 빼고 있고 뉴욕 병원 곳곳에는 실종된 아들이나 딸을 찾아 헤매는 한인들의 눈물겨운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실날같은 희망을 안고 이곳저곳을 찾아 헤메지만 그 누구도 소식을 전해주지 못하고 있다. 지금까지 소식이 끊겨 지쳐버린 가족들의 애절한 사연들을 들어본다.
감원열풍에도 스카웃된 금융인▲강준구씨(35·뉴저지)
"남편은 결코 죽지 않았습니다"
무역센터 102층 거의 꼭대기층에 있는 영국계 금융회사 ESPED사에 있다가 변을 당한 강씨의 부인 도희씨(33)는 더 이상 힘이 없어 말을 잇지 못했다. "온 가족이 함께 즐거운 휴가를 보낸 것이 바로 엊그제인데 어떻게 죽을 수가 있느냐"며 절규하는 강씨는 "남편은 죽지 않을 것"이라는 실낱같은 희망을 안고 뉴욕의 병원을 아침부터 헤메고 있다.
5년전 결혼해 2살과 4살된 딸을 두고있는 이민오기 전 강씨는 장충 초·중학교에서 학생회장을 지내는 리더십과 실력을 겸비해 월스트릿의 감원열풍에도 오히려 스카웃되는 능력을 보이기도 했다. 도희씨는 "남편은 언젠가 미 주류은행의 최고 은행가가 되겠다는 꿈을 가졌다"며 오늘도 기도속에 나날을 보내고 있다.
세계굴지 투자사 근무 벤처기업가▲스튜어트 이(31·맨해턴)
"사람사는 세상이기 때문에 이같은 일이 발생한게 아니겠어요. 아들이 조금 더 살 수 있으면 좋으련만..."
장남의 행방을 몰라 애를 태우고 있는 아버지 이성씨(뉴저지)는 아들이 사건 당일 무역센터 106층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나섰다가 실종됐다며 거래회사에 이메일로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지금 출발한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 마지막이었다고 전하면서 비통한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씨는 "맨해턴에 사는 아들이 매일 안부전화를 물어올 정도로 효심도 지극했다"며 "온가족이 모여 함께 식사하고 대화도 나누는 시간이 하루빨리 오기를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1년전 이씨와 결혼한 동갑내기 부인 린씨는 실종소식에 충격을 받아 실신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회사출근도 중단한채 "남편이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겠다"며 집을 떠나지 않고 있어 주위를 안타깝게 만들고 있다. 린씨는 자신을 위로하는 가족과 친구들에게 남편이 자상한 사람이었다며 함께 지낸 지난 시간을 들려 주면서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3세때 이민와 코넬대학교를 졸업한 이씨는 세계굴지의 투자금융회사 골드만삭스에서 근무하다 40여명의 직원을 둔 벤처기업 ‘데이터 씨엠스’라는 회사를 차려 맨해턴가의 새로운 신화를 창조하려는 일념으로 매일 이른 아침부터 저녁 늦게까지 일을 해왔다.
결혼한지 반년도 안된 주 공무원▲이현준씨(34)
"신혼여행도 다녀오지 못했는데..."
뉴욕주정부 회계국 공무원으로 무역센터내에 있다가 실종된 이현준씨는 지난 3월 결혼, 신혼재미가 가시기도 전에 이같은 비극을 당했다. 이씨는 주정부 공무원으로 근무한지 1년이 되지 않아 휴가가 없었기 때문에 결혼식후 신혼여행을 떠나지 못한 것이 아내에게 항상 미안했다. 이씨의 아내는 "내가 조금이라도 서운한 눈치를 보이면 ‘휴가를 얻으면 멋진 곳으로 신혼여행을 떠나자’며 위로하곤 했다"며 "지금은 제발 어딘가에 생존해 있기를 바랄 뿐"이라며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이씨의 부모도 충격으로 쓰러져 외부와의 접촉을 피하고 있는 등 침통한 분위기에 빠져 있다.
한 인척은 가족들이 직장에 휴가를 낸 뒤 이씨의 행방을 찾기 위해 병원과 관공서, 현장 등을 찾아 다니고 있다며 반드시 살아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금지옥엽 외동딸, 금융회사 근무▲크리스틴 육(26)
"혹시 내 딸아이가 어디에 있는지 아세요"
애지중지하던 외동딸의 행방을 찾으려는 애절한 한 한인부모의 외침은 주위를 눈물의 바다로 만들고 있다.
무역센터 101층에 있는 금융회사 켄터 피츠제럴드사에서 근무하다 실종된 육양의 부모는 사고소식을 접한 직후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서 10여시간을 쉬지 않고 자동차를 몰아 뉴욕에 도착, 모텔에 기거하며 딸의 행방을 수소문하고 있다. 인척에 따르면 육양의 부모는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잠도 자지 않고 사흘째 병원을 샅샅이 뒤지고 시청과 적십자사 등을 헤매고 있으며 딸이 살아 있을 것으로 믿고 있다. 3세때 이민온 육양은 대학을 졸업한 뒤 뉴욕에서 혼자 생활해 왔는데 육양이 다녔던 이 회사의 직원 1,700여명중 700여명이 현재 실종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뒤늣게 공부 주 공무원된지 3년▲이명우(42)씨
"평소 다니는 교회 교우들로부터 아침에 전화를 받았습니다. 그이가 다니는 직장건물에 일이 났다고 하더군요. TV를 켜보니까 정말 건물이 불에 타고 있어 즉시 그이에게 전화를 했지요. 그런데 신호는 가고 앤서링만 나오더라고요…. 그런데 TV 화면에 갑자기 비행기가 건물을… 바로 그이가 86층에 일하고 있는 건물에…"
세계 무역센터 테러 참사 이후 남편의 행방을 찾고있는 부인 이영미씨는 채 말을 잊지 못했다. 한국에서 직장생활을 그만두고 12살짜리 아들과 함께 92년 미국에 와 세무사 공부를 마치고 3년전 뉴욕주 정부 공무원으로 취직했다.
’뒤늦게 공부하느라 무척 힘들었지만 한번도 불평하지 않았습니다. 좋은 남편, 좋은 아빠입니다. 항상 말이 없고 주어진 일에 충실하고 조금이라도 시간이 나면 교회일ㅇ르 돕는 믿음많은 신자입니다. 남편과 함께 다니던 뉴저지 지구촌교회(목사 김두화) 교인들의 기도와 도움으로 어려움을 이겨내고 있는 이씨는 오늘도 한가닥 희망을 안고 뉴욕시내 병원들을 헤매고 있다.
한인 사망, 실종자 명단▲사망자
김지수, 이동철(이상 2명)
▲실종자
이현준(34·뉴욕 주정부), 강준구(35·ESPED), 크리스틴 육(26·캔터 피츠제럴드), 린다 장(Cal은행), 추지연(31·캔터 피츠제럴드), 스튜어트 이(31·데이터 씨엠스), 이명우(42·공인회계사), 육덕팔, 구본석(LG화재보험), 김재훈(28·프래드알저 매니지먼트), 최연호, 김재인(53·가게운영), 단 송(캔터 피츠제럴드), 최병균, 이종민, 김경희(36·여), 조경희(30·마쉬 맥클리난), 박계형(29·메트라이프) (이상 18명)
▲부상자(한인 및 한인추정)
배진숙, 수 리, 종 리, 이청관, 크리스틴 김, 김종원, 김종환, 안경호, 이민선, 데이빗 임, 캐더린 장, Koonson Rok, 마이클 리, 미셸 리, 안드레아 리, 패트릭 리, 폴 리, 안드레아 리, 로버트 리, 홉 리, 로렌 리, 토빈 리, 데이빗 정(이상 23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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