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30일 헌법재판소의 등급보류 위헌결정으로 현행 영화등급제의 개선방향이 영화계의 최대 이슈로 떠올랐다.
13일 오후 서울애니메이션센터에서 문화개혁시민연대와 영화인회의 주최로 열린 공개토론회에서는 영화인, 관련학자, 법률가 등이 등급외전용관 설치와 영상물등급위원회 개편의 필요성에 대해 활발한 토론을 펼쳤다.
그러나 문화관광부 당국자, 영화제작자 및 극장업자, 종교-여성-청소년단체 대표 등이 불참한 채 논의가 진행돼 아쉬움을 남겼다.
첫번째 발제자로 나선 조영각 한국독립영화협회 사무국장은 △`18세 이상 관람가’ 분류대상 확대 △등급외 성인영화 전용관 설치 △예술-독립영화 전용관 상영영화에 대한 등급분류 면제 △외국영화 수입추천제 폐지 등을 역설해 논의의 불길을 댕겼다.
그는 "헌재의 결정은 ‘거짓말’ ‘노랑머리’ ‘둘 하나 섹스’ 등과 같은 영화들을 모조리 등급외전용관으로 보내자는 것이 아니라 이런 영화들을 `18세 이상 관람가’로 분류해 상영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라면서 "등급분류 기준을 대폭 완화해 일반 상영관에서의 상영 기회를 대폭 확대하는 동시에 소프트 코어 포르노 수준의 성인영화들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등급외 성인영화 전용관을 설치해 음성적문화를 양성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조영각 사무국장은 "예술영화나 독립영화 전용관에서 상영되는 영화에 한해 심의를 면제하고 수입추천이라는 이중의 심의절차를 철폐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한편 "비록 과도기적 조치이기는 하지만 민간자율기구를 표방하는 영등위가 자의적으로 위법성 여부를 판단해 관계기관에 통보하는 조치를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하승우 영화인회의 정책실무위원은 미국, 프랑스, 독일 등의 사례를 소개한 뒤 "형법의 음란물 규정을 개정하거나 삭제하는 동시에 포르노그래피를 포함한 성인영화전용관을 인정해야 한다"고 한발짝 앞서나갔다. 에로티카 수준의 영화에 한해 따로 상영 기회를 주는 제한상영관 설치는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는 문화관광부가 지난해 8월 입법예고한 영화진흥법 개정안의 일부 조항에 대해서도 문제점을 지적했다.
`성과 폭력 등의 묘사가 청소년에 유해한 수준의 영화로서 제한상영관을 제외한 영화상영관에서 상영이 부적절한…’이라는 조항은 "청소년 보호를 명목으로 내세워 성인들의 볼 권리를 제한하는 것"이며 `다른 법령에 저촉된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등급을 분류하지 않을 수 있다’는 단서조항은 "영등위에 사법적 심사를 위임해 표현의 자유를 오히려 후퇴시키려는 시도"라고 공박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조광희 변호사는 "96년 헌재가 영화심의를 둘러싼 위헌 시비에 대해 명확한 법률적 의견을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광범위한 논의과정이 실종된 채 현행 법이 제정됨으로써 5년의 시간을 허비했다"면서 "등급 거부 조항을 담은 문화관광부의 입법예고안 역시 명백한 위헌법률안이므로 삭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완전등급제가 실시된다면 행정기구 성격을 가진 영등위가 등급분류를 하더라도 사전 검열로 볼 수 없기 때문에 민간자율기구가 출범하기까지 영등위의 단계적인 개선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전찬일 영등위 등급분류위원(영화평론가)은 "헌재가 영등위를 행정기구로 판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존치를 모색하려는 태도는 `대종상 하나 제대로 못치러내는 영화인들이 어떻게 민간자율기구를 운영하겠느냐’는 식으로 영화인들의 역량을 영화계 안팎에서 불신하기 때문"이라며 "헌재 결정의 의미를 축소하려는 움직임에 빌미를 주지 않도록 문화예술계 전체가 발상의 전환을 이뤄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내희 중앙대 영문과 교수(문화연대 정책위원장)는 "음란물을 제작ㆍ배포하는 것을 불법시하는 현행법이 근본적으로 영화 심의를 둘러싼 논란의 불씨를 제공하고 있다"면서 "문화예술계 안에서 표현의 자유와 음란물 제작의 문제를 깊이있게 토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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