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은지 오래되어 제목이 확실치는 않으나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라는 책이 있다. 책의 제목에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듯이 남자와 여자는 근본적으로 많은 다른 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상대방을 나에게 맞추려고 해서는 안되며 서로의 다른 점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함을 역설한 책이다. 이 책에서 지적한대로 남녀간에는 본질적인 차이점이 많다.이러한 차이점의 근본적 이유는 애초에 다른 해부학적 구조를 가지고 태어났다는 선천적인 요인뿐 아니라 성장하면서 사회적 관습에 입각한 성 역할(genderrole) 등의 후천적 요인도 함께 작용한다. 따라서 어떤 일에 대한 접근방식이나 사회현상을 바라보는 시각에도 남녀간에는 다소의 차이가 있으며 이 점은 성(性)에 있어서도 예외는 아니다.
예를들어 한 남자가 호감이 가는 이성을 발견했을 때 성적 욕구의 발전상을 살펴보면 처음엔 막연히 교제해 보고 싶다는 욕망에서 비롯된다. 그러다가 이 여자와 같이 행동하고, 같이 생활하려는 욕구가 자리잡게 되고, 최후에는 그 여성의 육체에 접촉하여 섹스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본능적으로 품게된다.즉, 이성에 대한 육체적 욕구의 발현이 급진적이며 능동적이다. 이에 반해 여성의 성적 욕구 발전상은 이성과의 사랑의 속삭임과 같은 정신적 교감이 선행된후, 육체와의 접촉에 서서히 쾌감을 갖다가 성교에 대한 욕구를 느끼게된다. 즉, 점진형이며 피동적이다.
성적 흥분의 요인도 다소간의 차이가 있다. 남성은 에로틱한 여자의 사진이나 다소 외설스런 소리에도 민감하게 반응하지만, 여성은 낭만적인 연애소설이나 영화의 키스장면으로부터 감성적인 흥분에 젖어들기 쉽다. 또한 이런 성적 자극요인에 대한 반응이 남자에서는 즉흥적이고 도발적이며 폭발적인 경향을 보이지만 여자에서는 감성적으로 그 자극을 서서히 음미하는 여유를 보인다.
정력의 강도는 남자는 20대에 성적 욕구가 최고조에 달해서 30대까지 유지되다가 40대부터는 감퇴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여자는 30대 전후에 성강도가 최고조에 달해서 40대까지는 그대로 유지되고, 이후 점차 감퇴되지만 50대까지 지속된다. 순수하게 육체적인 성(性)의 강도만을 따진다면 위에서 알수 있듯이 남녀간에 약 10년 정도의 불균형이 발생한다. 최근에 하나의 사회현상으로 자리잡고 있는 연하의 남자와 연상인 여자의 커플을 이런 관점에서 보면 본능적인 생리적 성(性)태도의 발현이라고 보아도 무방할 듯 싶다.
결혼초에는 성 태도에서 여자가 피동적이지만 시일이 경과하면 점점 적극성을 띠어 일반적으로 남성을 능가하게 된다. 그리고 여성은 성적 측면에 대한적응성이 크기 때문에 남자의 연령에 관계없이 남자의 성욕, 성적 태도에 비교적 잘 적응하며, 성적 욕구나 행위가 완성되는 과정에서 남자의 영향을 많이 받게 되고, 과거의 성적 경험이 축적되면서 점차 그 태도가 변화하는 경향을 보인다.
남자의 성감 부위는 성기에 국한되고 비교적 단순하다. 즉 남자의 성감대는 귀두, 귀두구, 포피소대, 요도구, 음경, 음낭, 대퇴 내측 등으로주로 성기에 집중 되어있다. 반면, 여성의 성감대는 복잡하여 피부가 점막으로 이행하는 부위, 점막이 닫히는 부위 등으로 전신에 분산되어 있는데,그중에서도 귀, 입술, 혀, 유방, 유두, 음핵, 소음순 내측, 질전정, 대퇴 내측 등이 예민하다. 발생학적으로 남자의 음경(penis)은 여자의 음핵(clitoris)과 같기 때문에 남녀에서 극치감(orgasm)의 시간차가 있는 것은 성별에 따른 신경전도(神經傳導)의 속도차이라기보다는 이상과 같이 감각 수용기관의 분포 차이라는 견해가 더욱 타당하다. 한편, 성욕의 높고 낮음에는 개인적인 차이가 있긴하나, 대체적으로 이 성욕의 파동은 여자에서는 월경 직전과 직후에 절정에 이르며, 남자에게는 28일을 기점으로 큰 주기가 오고 1주일만에 작은 주기가 온다.
남녀간의 갈등의 원인은 복잡 미묘한 것처럼 보이나 의외로 단순한 생각의 차이가 원인이 될 때가 많다. 물론 남자는 화성에서 오고 여자는 금성에서 왔을리는 만무하지만 이처럼 남녀간의 생리적 차이뿐 아니라 정서적 차이점을 서로 인정하고 이해해 주지 못한다면 남녀가 화성과 금성으로 각기 제갈길을 가게 될지는 모를 일이다.
장광식 강남비뇨기과 원장 knuro@netsg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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