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새벽(한국시간)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리도 섬에서 치러진 제58회 베니스영화제 시상식에서 인도와 이란 영화가 각각 최우수 작 품상과 감독상을 나눠가져 최근 몇년째 계속된 아시아 영화의 강세를 다시 한번 입증했다.
반면,베니스영화제에 2년 연속 진출한 김기덕 감독의 ‘수취인불명’을 비롯해 현지 언론으로부터 비교적 좋은 평가를 받았던 송일곤 감독의 ‘꽃섬’등 장편 2편 과 단편 ‘숨바꼭질’(권일순), ‘노을소리’(홍두현) 등 한국 영화4편은 모두 입상권에서 탈락해 아쉬움을 남겼다.
송일곤 감독의 ‘꽃섬’은 공식 수상작 리스트에는 오르지 못했으나 특별상인 관객들이 뽑은 `데뷔감독상’을 수상해 서운함을 달랬다.
올해 베니스영화제는 장편 경쟁부문인 ‘베니스 58’ 초청작 가운데 인도의 여성감독 미라 네어의’몬순 웨딩’에게 최우수작품상인 `황금사자상’을 안겼다.
이로써 99년 중국 장이모의 ‘책상 서랍 속의 동화’와 지난해 이란 자파르 파나히의 ‘순환’에 이어 3년 연속 아시아 영화가 베니스 최고의 영예를 누리게 됐다.
이번 영화제에서 상영 내내 관객들의 열렬한 환호와 박수를 받았던 ‘몬순 웨딩’은 ‘핸드 헬드’(들고 찍기)를 이용해 한 달 만에 촬영된 작품으로, 현대 인도의 부유한 가정의 결혼을 화려한 색채와 음악적 요소를 도입해 경쾌하게 그려냈다.
미라 네어 감독은 황금사자상을 건네받은 뒤 "이 상은 내가 사랑하고 나에게 끊임없는 영감을 주는 인도를 위한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최고 감독상은 ‘비밀투표’를 출품한 이란의 바바크 파야미 감독에게 돌아갔다.
지난 99년 데뷔작 ‘하루 더’로 베를린영화제 파노라마 부문에 초청되기도 했던 그는 두번째 작품 ‘비밀투표’에서 오지를 찾아다니며 투표를 받아내는 선거관리위원회의 한 여직원과 그를 안내하는 군인의 이야기를 코믹하게 그려내면서도 여성의 사회적 지위나 문맹 등 이란 현실에 대해 다양한 문제를 제기해 높은 점수를 받았다.
한편 심사위원대상은 오스트리아의 ‘훈드스테이지’(울리히 세이 감독)가 차지했으며, 이탈리아 영화 ‘내 눈 속의 빛’(주세페 피치오니 감독)에서 열연한 루이기로 카스치오와 산드라 체카렐리가 나란히 남녀 주연상을 받았다.
’내 눈 속의 빛’은 딸 아이를 둔 중년 여성에 대한 젊은 남자의 사랑과 집착을 섬세한 감성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남녀 신인배우 수상자로는 멕시코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당신의 엄마 역시(Ytu mama tam bien)’에 출연했던 가엘 그라시아 베르날과 디에고 루나가 각각 뽑혔다. 멕시코의 10대 두 명이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이 영화는 각본상까지 모두 3개 부문을 휩쓸었다.
올해 신설된 또다른 장편 경쟁부문인 `현재의 영화’에서는 프랑스 로랑 캉테 감독의 ‘시간의 이용’이 최고상인 `올해의 사자상’을 차지했다. 이 작품은 직장과 가정에서 이중적인 모습을 지닌 한 가장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신인감독상은 ‘우유 안의 빵(Kruh in Mleko)’으로 ‘새로운 영역’ 부문에 초대를 받은 슬로베니아 얀 츠비트코비치 감독이 차지해 상금 10만 달러와 필름 2만자를 받았다.
한편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이 시상한 넷팩(NETPAC)상에는 이란 바바크 파야미의 ‘비밀투표’와 마약 중독에 빠진 영화 배우가 이를 극복하는 과정을 담은 중국영화 ‘퀴팅’(장양 감독)이 공동으로 선정됐다.
’퀴팅’은 이 영화의 주연 배우였던 지아 홍셩의 자전적 이야기여서 더욱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아시아 영화 진흥을 위해 설립된 넷팩은 베니스 등 10여개 유명국제영화제에서 최고의 아시아 영화에 넷팩상을 수여하고 있다.
올해 베니스영화제는 경쟁부문을 둘로 나누어 신인부터 중견 감독까지, 제3세계국가부터 할리우드 영화까지 `종합 선물 세트’식으로 다양한 작품들을 아울렀다는 점에서 평가를 받을 만했다.
그러나 `모든 영화들에게 똑같이 보여지고, 토론될 수 있는 공평한 기회를 주겠다’는 당초 의도는 빗나가고 영화제 기간 내내 할리우드 영화와 스타들에만 세간의 관심이 집중돼 베니스영화제는 `정체성’ 확보라는 또 다른 고민을 떠안은 채 막을 내리게 됐다.
황금사자상 수상작 ‘몬순 웨딩’은 어떤 영화지난 96년 고대 인도의 성애에 관한 경전을 소재로 한 ‘카마수트라’로 국내 관객들에게도 친숙한 인도의 여성감독 미라 네어(44)는 뉴델리 대학에서 사회학과 영화학, 그리고 미국 하버드 대학에서 사회학을 전공한 엘리트 감독이다.
다큐멘터리 영화로 출발한 미라 네어는 31세 때 만든 장편 데뷔작 ‘살람 봄베이’로 1988년 제41회 칸영화제에서 여성 감독으로는 최초로 황금카메라상을 수상하면서 국제적인 명성을 획득했다.
올해 베니스영화제에서 관객들로부터 박수와 환호를 한몸에 받았던 ‘몬순 웨딩’은 뉴델리의 상류층 계급인 바르마가(家)의 결혼식 전야에 벌어지는 가족간의 갈등과 화해를 다룬 작품으로, 인도 영화 특유의 컬러풀한 화면과 흥겨운 음악이 돋보인다.
평온하고 다정하게만 보였던 가족들간에 말 못할 갈등과 비밀이 마침내 결혼식전날 폭발하게 되는데 그 파장은 세대간, 남녀간, 계급간의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 오늘날 인도사회가 안고 있는 모순과 갈등의 축소판을 이룬다. 감독은 특히 헨드 헬드를 이용해 등장인물들의 불안한 심리 상태를 들추어낸다.
서울=연합뉴스 조재영기자 fusionj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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