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꾸라지, 해구, 장어, 개 의 공통점은? 눈치가 빠른 분들은 벌써 알아차리셨겠지만 이른바 남자의 정력을 위해서 기꺼이 희생되는 기특하고 갸륵한 녀석들이다. “정력에 좋기만 하다면 무엇인들 먹지 못하랴?” 라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일종의 야유와 비아냥을 보냈던 사람들도 세월이 흐르면서 ‘아, 내가 예전 같지 않구나’ 라는 생각이 스치는 순간, 어느덧 그 부류에 자신도 포함되는 동질감을 느낄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정력’이란 무엇인가? 단순하게 답하기는 어렵겠지만 ‘왕성한 성적인 욕구(리비도)가 있고 이를 실행에 옮기는데 전혀 부족함이 없는 능력’ 이란 말로 대신해도 무방할 듯 하다. 여기에서 이 두 가지의 요소를 각각 분리해서 들여다 보자. 일반적으로 성적인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성적흥분의 요인은 다음과 같다.
우선 ‘촉감’을 들 수 있다. 어떤 촉감이 흥분을 유발 시키느냐 하는 것은 개인적인 선호도에 따라 다르지만 허벅지나 둔부, 목, 입술 등 성기가 아닌 부위가 접촉되어도 성적 흥분은 야기되기 마련이다. 또 특정 부위가 아닐지라도 매력있는 이성과 접촉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성적 욕구가 일어나기도한다. 붐 비는 지하철내의 성추행이나, 클린턴과 르윈스키의 부적절한 관계도 주로 촉감에 의한 것이다.
두번째는 ‘후각’이다. 사랑했던 여인이 사용하던 향수냄새를 맡고 성적 충동에 휩싸인 경험을 한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또 여성이 흥분했을 때 분비되는 페로몬(Pheromon)이란 물질이 남성을 흥분시킨다는 주장이 있으며, 이 현상은 하등동물에서는 더욱 분명해진다.
세번째는 ‘청각’이다. 흥분한 남녀의 거친 호흡소리, 또는 약간은 저질적인 외설적 표현을 듣고 성적인 흥분을 느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허다하다.
네번째는 ‘미각’이다. 이성의 땀과 타액 그리고 성적 분비액 등은 분명 성적인흥분을 야기시킨다. 끝으로 ‘시각’인데, 눈부시게 아름다운 여인의 나신이나, 보일듯 말듯한 씨-스루(See-through)패션, 꽉 끼는 청바지, 아슬아슬한 미니스커트 등 시각적 흥분 요인은 도처에 산재해 있다.
남성의학에서 발기부전 환자의 객관적 검사를 위해 시행되는 발기유발검사는 이러한 성적 흥분의 요인중 시각과 청각적 자극을 통한 자연적 발기력을 테스트 하는 것이다. 이러한 오감(五感)외에 상상력도 성적흥분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
상상력을 동원한 자위행위를 해본 사람들은 이해가 갈 것이다. 여하튼 흥분의 동기는 사람에 따라 천차만별이며, 시간 장소에 따라서도 매우 다양하다. 이상과 같은 성적 자극의 요인에 의해 이루어지는 발기는 자연적ㆍ생리적인 반응의 결과이다.
즉 ‘발기’란 성적인 흥분을 대뇌가 인지하게 되면 음경 동맥을 따라 많은 양의 혈액이 유입되고 이 유입된 혈액이 음경내에서 꽉 차 있는 충혈상태를 의미한다. 이 과정에서 발기 장애를 일으킬 수 있는 여러 요소를 어렵지 않게 짐작해 볼 수 있다.
우선 동맥 혈관의 장애인데 동맥 경화증같은 병으로 혈관이 좁아졌다거나 손상(교통사고 등)으로 인해 음경으로 가는 혈류가 줄어드는 경우 ‘동맥인성 발기부전’이 나타날 수 있다. 이 경우는 혈액의 유입의 장애인데 임상적으로 흔하지 않다.
다음으로는 ‘정맥인성 발기부전’이다. 이는 동맥을 통해 유입된 혈액이 페니스내에서 머물지 못하고 정맥을 통해 급격히 빠져나가는 상태를 의미한다. 이 경우는 발기는 되었으나 쉽게 발기상태가 수그러드는 것이 특징으로 발기 유지의 장애에 속하며 임상적으로 매우 흔하다.
다음으로는 발기상태에 영향을 미치는 신경에 문제가 발생되는 ‘신경인성 발기부전’으로 당뇨병등의 합병증으로 생길수 있다. 원활한 발기의 과정이 이루어지는데는 호르몬의 영향 또한 무시할 수 없다. 호르몬의 결핍 또는 과잉으로 인한 발기장애를 ‘내분비성 발기부전’이라고 부르는데 혈액검사를 통해 원인을 밝힐 수 있고, 대체로 성욕자체가 떨어져 있는 경우가 많다.
이상과 같은 원인들이 없는데도 발기에 문제가 있다면‘심인성 발기부전’이다. 곧 마음의 병이라는 말인데 요즘과 같이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에게는 크나큰 적이 아닐 수 없다. 개나 미꾸라지와 같은 헌신적인 녀석들이 실제 인간의 성적인 욕구를 한층 부풀려주고, 발기력까지 증진시켜 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그런 음식을 먹었다는 심리적인 충만감이 때로는 성적인 자신감을 심어줄 수도 있을 것이다. 결국 정석은 스트레스에 찌든 생활에서 탈피하여 적절한 운동과 긍정적인 사고방식, 철저한 건강관리를 하는 것이다. 정석대로 하면 굳이 견공을 찾을 일도 없을 것이다.
장광식 강남비뇨기과 원장 knuro@netsg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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