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스피스 이용 10% 미만, 진통제 처방도 안 해, 어떻게든 살리려는 마음에 ‘잘 죽지’ 못하게 해
백혈병이 재발하자 리자 리스터(5)는 엄마의 어깨에 기대고 이렇게 물었다. “ 나 이제 곧 죽는 건가요?” 그리고 얼른 “난 엄마의 무릎에서 죽고 싶어요. 내 자장가 테이프를 들으면서요”라고 덧붙였다.
리자는 네 번째 생일 며칠 뒤 림프성 백혈병의 진단을 받았고, 마지막 희망이었던 골수 이식도 실패했다. 부모가 둘 다 뉴욕의 의사라 딸의 병과 싸우기 위한 첨단 요법들을 모두 사용할 수가 있었으나 더 이상의 치료법이 남아 있지 않았음을 알았을 때, 자신들이 현대 의학의 주류에서 소외되어 있는 듯이 느껴졌다.
미국의 병원에는 죽어가는 아이를 둔 가정을 돕는 공식적인 제도가 없다. 리스터 일가도 좋아졌다 나빠졌다 하는 리자의 투병생활 전체를 일관해서 가이드해 줄 전문가가 한 사람도 없었다. 의료진은 호스피스 프로그램에 대해서 한번도 언급하지 않았다.
어른들에게 죽음의 고통을 덜어주는 요법은 장족의 발전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질환으로 죽어가는 아이들의 대부분은 그런 혜택을 전혀 받지 못한다. 주요한 이유는 아무도 그들이 죽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진통제조차 처방해주지 않는다.
최근 의학연구소가 내놓은 말기 암 치료 연구 보고서는 아이들에게 주목하여, 고통을 경감시키는 문제와 의사들의 교육, 도움이 될만한 서비스를 건강보험플랜에 포함시키는 문제 등을 다루고 있다.
“아이들의 고통이 큽니다. 자신이 죽어간다는 것을 감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른에게서 그렇다는 말을 듣지 못한 아이들은 외로움, 허락받지 않았다는 느낌등으로 괴로워합니다. 또, 아이들에게는 마약성 진통제 처방을 주저하기 때문에 더욱 고통을 받습니다” 소아암 전문의들의 전국적인 조직인 ‘칠드런스 온콜로지 그룹’에 임종진료전담반을 결성한 소아종양 전문의 조앤 힐던의 말이다.
리자의 부모는 리자가 마지막 3개월동안 호스피스를 받게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전국 호스피스 및 고통완화 서비스 조직에 따르면 이런 서비스를 받는 아이들은 전체의 10%도 되지 않는다.
고통의 경감과 삶의 질에 초점을 맞춘 고통완화 프로그램은 병을 고치기보다는 환자들이 편안하게 지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의사나 간호사외에 카운슬러와 사회사업가, 영적 지도자 등도 힘을 합쳐 환자의 감정적인 문제, 발달상의 문제들을 돕는다. 환자뿐 아니라 그 부모와 형제 자매, 나아가 사후에도 유족을 돕는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아픈 아이들은 죽음에 대해 이야기할 기회를 가질 경우 불안감을 덜 느끼고 가족이나 진료자들로부터의 고립감도 줄어든다. 죽음에 이르는 과정에서 가족과 겪는 연대감이 ‘좋은 죽음’을 맞이하게 한다고 한다.
아이들에게 생명을 위협하는 질병이 생기면 대부분의 가정은 적극적인 치료를 시작한다. 그러나, 진단이 분명치 않은 경우가 많다. 장기적인 예후를 알 수가 없는 것이다. 전에는 치명적이었던 질병들 중에서 지금은 치유 가능해진 것들도 많이 있다.
부모들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아이들을 살리려 하게 마련이다. 두 살때부터 뇌암을 앓아온 데릭 크사티(9)의 경우, 첫 수술이 무려 17시간에 달했다. 지금 그는 한해동안 다섯 번째가 되는 또 한번의 세포 이식 수술을 받으려고 하는 참이다. 4년전 종양이 척추로 번졌을 때, 몇가지 선택이 주어졌다. 그중 하나는 적극적인 치료를 중단하고 아이를 편안하게 해주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실험적인 화학요법과 방사선 치료를 선택했다. 종양은 사라졌다. “어떻게 해보지도 않을 수가 있겠어요? 싸울만한 가치가 있는 걸요” 엄마의 말이다.
고통을 다루는 문제는 특히 말을 하지 못하는 아이들에게서 심각하다. 의사들은 소아 고통 치료에 대해 실질적인 훈련을 거의 받지 못하고 있다. 리자의 어머니인 정신과 전문의 엘레나 리스터는 ‘고통과 증상 관리 저널’ 3월호에서 “통증이 큰 문제였다.”고 털어놓았다. 리자는 심각한 뼈의 통증으로 고생했으며, 심지어는 두개골이 아프기까지 했다는 것이다. 리자가 병원에 있을 때 어느 의사가 진통제의 중독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고 한다. “그게 어떻단 말입니까? 어차피 죽어가고 있는데. 고통이란 나머지 즐거움을 억제하고도 남습니다”
힐던의 조사에 따르면 부모들이 의사들에게 원하는 것은 다음과 같다. “여러 옵션들의 정확한 차이를 알려 달라. 집에서도 통증을 제어할 수 있다고 말해 달라. 더 이상 낫기 위한 치료법을 선택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 달라. 진단 결과에 대해 진실을 말해 달라. 우리를 저버리지 않겠다고 말해 달라...”
미국소아과학회는 지난해 여름 메디케어를 위시한 각종 건강 보험 플랜에 대해 아이들을 위한 최후진료 서비스를 개선할 수 있도록 규정을 변경해 줄 것을 요청했다. 실제로 세인트 루이스나 시애틀, 버팔로, 보스턴, 볼티모어 등 몇몇 도시에선 포괄적인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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