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저스 스타디움(다저스테디엄)으로 메이저리그 구경을 갔던 날 안 감독님(전 한국 청소년대표팀 안병환감독)은 갑자기 나를 부르시더니 "잘 할 수 있겠느냐"고 물으셨다. 나는 감독님의 물음에 대답 대신 고개만 끄덕였다…이제야 고백하지만 사실 청소년대표에 뽑히면서 나름대로 큰 목표를 정했었다. 목표중의 하나는 당시 이미 스타로 각광받고 있었던 임선동, 조성민보다 결코 뒤지지 않는 성적을 올리겠다는 것이었다.사람들은 이것을 ‘선의의 경쟁’이라고 미화하여 부르지만 승부의 세계에서는 살아남기 위한 처절한 싸움이었다."
자칭 ‘공주 촌놈’ 박찬호가 한국 청소년대표팀 유니폼을 입은 뒤 다지고 또 다졌던 결의에는 가식이 없다. 그렇다고 같은 나이또래 누구누구를 이기겠다는 식의 이글이글 불타는 쟁투심으로만 포장되지도 않았다.
"결국은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다."
어떻게 ‘그때’ 경쟁자였던, 아니 앞선다는 평가를 받았던 ‘그들’을 제치고 홀로 꿈의 무대 메이저리그의 부름을 받은 뒤 마침내 올스타 반열에 오른 박찬호. 다시 훑어봐도 그의 출발은 미약했다. 더뎠다.
73년 6월29일(음력) 충남 공주에서 태어난 그는 공주 중동초등때 야구를 시작했다. 그 시절 주요 보직은 3루수 겸 1번타자. 마운드의 소년으로 변신한 것은 공주중 3학년에 가서야 본격적으로 이뤄졌다. 때늦은 피칭수업이었다. 그가 한국 무대에서 빛을 더디 쬐게 된 것은 그때문이기도 했다. 공주고에서도, 한양대에 진학해서도 그의 이름은 늘 임선동이나 조성민 뒤에 불려지고 있었다. 덜 혹사당한 덕분에 덜 피곤한 어깨가 어쩌면 큰 위안 아니었을까.대학 입학을 전후해 시속 150km를 웃도는 불같은 스피드도 테크닉으로 무장되지 않은 터라 마운드위에서는 속도만큼 위력을 내지 못했다.
그러나 그의 진가는 한사코 숨겨질 수 없었다. 90대초부터 그의 ‘다듬어지지는 않은 번개피칭’은 서서히 나라밖으로 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특히 91년 세계청소년 선수권대회에서 야구의 본고장 미국전을 승리로 이끈 박찬호가 숨은 진주 찾기에 혈안이 된 메이저리그 사람들의 레이더망을 피할 수는 없었다. 가장 먼저, 가장 적극적으로 박찬호에게 ‘혹’한 구단은 역시 LA 다저스. 당시 구단주 피터 오말리는 박찬호의 가능성과 수십만 남가주 한인 고객(?)을 염두에 두고 94년 6년 120만달러의 헐값(?)에 그를 스카웃했다.
메이저리그 사상 17번째로 마이너리그를 거치지 않은 꿈의 무대 직행. 온 국민과 미주 한인들의 갈채속에 메이저리그 마운드에 오른 그는 그러나 ‘메이저 입신’까지 더 기다려야 했다.
입단 직후 마이너리그 더블A 샌안토니오 미션스에서 호된 ‘보충수업’을 받아야 했고 95시즌에는 한단계 높은 트리블A 앨버커키 듀크스에서 실전경험을 더 쌓아야 했다.
96년-. 박찬호는 메이저리그에 귀환했다. 그해봄 시카고 컵스전에서 메이저리그 첫승. 마운드를 한번 밟는 것만 해도 꿈만 같은 메이저리그에서 그는 본격 데뷔 첫해인 96년 48게임에 등판해 5승5패, 방어율 3.64의 결코 녹녹치 않은 성적을 거뒀다. 1구1구 두렵기만 한 ‘그곳’에서 신출내기가 삼진아웃 119개를 잡아낸 것도 데뷔시즌의 큰 수확이었다. 연봉 27만달러에 재계약.
97년. 2년차 박찬호는 다저스의 제5선발 자리를 꿰차고 단숨에 10승고지를 돌파한다. 32게임에서 14승8패. 방어율(3.38)도 탈삼진(166개)도 알찼다. 후진을 모르는 특급처럼 내달리며 그는 98년에도 15승9패의 호성적을 건져올렸고 그해말 ‘겨울방학’을 이용해 방콕 아시안게임에서 한국의 우승을 이끌며 국민훈장 맹호장을 받았다.
99년 정규시즌을 앞둔 3월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지에 의해 메이저리그 탑14 투수로 뽑히는 영광속에 새출발한 그는 13승11패를 거둔 데 이어 지난해에는 꿈의 20승이 손에 잡힐 듯한 18승(10패)를 기록하며 탑10 진입에 성공, 올해의 올스타 선발을 예고하기도 했다. 지난 1월 5년차 투수로는 메이저리그 사상 최고연봉인 990만달러를 받기로 하고 올 시즌 승리걷이에 나선 박찬호. 올 가을 프리 에이전트가 되는 그의 몸값은 흥정을 시작하기도 전에 1억달러, 2억달러 소문이 쏟아지고 있고 연봉으로만 쳐도 투수사상 최초의 2,000만달러 돌파 기록을 세울 것이란 말들이 심심찮게 흘러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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