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폭풍대비교육, 조기 경보 돕는 MESO 회원들, 해마다 2주동안 ‘토네이도 앨리’서 폭풍 관찰
앨런 디트릭이 폭풍우(storm)의 열광적인 팬이 된 그날, 1974년 4월 3일은 마음 속에 영원히 새겨져있다. 당시 11살이던 디트릭은 어머니와 뒷마당에 서있었다. 갑자기 구름 속에서 깔대기 모양의 검은 형체 세개가 나타나더니 차츰 두개, 하나로 합쳐졌다. 신기한 광경에 매혹되어 그가 바라보는 동안 춤추듯 지면으로 다가온 토네이도는 현재 38세가 된 디트릭을 해마다 2주일간씩 폭풍우를 좇아 대평원 지역을 여행하게 만들었다.
폭풍우를 쫓아 다니는 사람들은 캔사스 시티 국제 공항 주차장에서 재회했다. 오하이오에서 온 신문 사진기자 디트릭, 뉴욕의 마키팅 매니저 낸시 보즈(49), 플로리다 출신의 무선 테크니션 존 그리스월드(29), 콜로라도의 대학원생 브라이언 맥놀디(25), 미시건의 배달트럭 운전사 크리스 하웰(32)등 각기 다른 세상에서 모인 5명은 모두 토네이도와 모진 날씨에 관한 끊임없는 호기심에 사로잡힌 사람들이다.
이들은 4년전 인터넷 게시판에서 모여 ‘MESO(Multi-community Environmental Storm Observatory)’를 형성했다. MESO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폭풍대비 안전교육에 초점을 두고 있다. 토네이도는 1998년서 2000년 사이에 미국에서 연간 평균 84명을 사망시켰다. 따라서 MESO는 학문 연구가 아니라 조기 경고및 안전 교육 과정을 돕도록 일한다. 일년 내내 이들은 학교에서 연설하고 MESO 웹사이트(www.mcwar.ort)에 글을 올리며 기금을 마련한다. 해마다 대평원을 여행하며 보내는 2주는 이들에겐 포상 휴가이다.
올해도 이들은 날씨 추적 장치, 컴퓨터, GPS, 지도, 카메라, 셀률러 폰, 그리고 8박스의 다이어트 닥터 페퍼를 가득 실은 빨간색 포드 픽업 트럭과 이수주 트루퍼를 타고 ‘토네이도 앨리‘를 관통하는 연례 여행을 떠났다.
새벽 4시45분. 천둥번개가 모든 사람을 깨웠다. 이들도 오클라호마 폰카 시티의 모텔 방에서 머리를 밖으로 내놓고 이 장관을 구경한다. 다른 사람들이야 단잠에 방해를 받았다고 하겠지만 49세의 보즈에게는 큰 기쁨이었다.
인간 본능이 대개 자연의 광폭함으로부터 피난처를 찾는 반면 폭풍 추적자들은 자연의 맹위를 한껏 즐긴다. “가족들도 나를 미쳤다고 생각하지만 내가 절대 컨트롤할 수 없는 것을 보는 일은 너무 멋지다. 그 장관은 나를 겸허하게 하고 스릴을 준다. 자연은 어느 때고 사람들을 혼내줄 수 있다”
토네이도에 대한 보즈의 매혹 역시 유년기 경험에서 비롯됐다. 미시건에서 살던 4살 때 토네이도가 온 마을을 덮쳐 야구공만한 우박을 떨어뜨리던 어느날 밤 부모가 그녀를 침대에서 끌어내 안고 피난처를 향해 달렸다. 이후 아버지는 폭풍에 관해 그가 아는 모든 것을 가르쳤고 4살부터 12살까지 아버지에게서 배운 다음 폭풍은 두려움이 아니라 매력의 대상이 됐다. 그리고 영화 ‘트위스터’를 보고 세상엔 자기와 비슷한 사람들이 또 있음을 깨달았다.
폭풍추격은 여러가지 돌출 상황으로 가득하다. 컴퓨터를 연결할 전화선이 작동되지 않는 모텔도 있고 컴퓨터는 연결되는데 벌레가 들끓는 곳도 있다. 오클라호마의 더스틴 인근에서는 골프공만한 우박이 내리는 바람에 그리스월드의 포드 트럭이 움푹 패였다.
크리스 하웰과 기상학과 대학원생인 브라이언 맥놀디는 그룹의 일일 추적 전략을 계획한다. 하웰은 격심한 이상기후를 기록한 차트와 도표를 들여다보고 기상예보를 독학했다. 두 사람은 매일 밤을 새며 폭풍의 진로를 예측하고 최신 일기예보를 보려고 인터넷에 접속한다. 노상에서는 셀률러폰에 의지, 인터넷에 접속하지만 토네이도 앨리에서 접속이 잘되기란 하늘의 별따기와 같다.
팀은 오클라호마주 더스틴에서 토네이도가 방금 지나갔다는 소식을 들었다. 디트릭, 맥놀디와 하웰은 토네이도를 뒤쫓아 떠나고 그리스월드와 보스는 인터넷을 확인하려고 남았다. 바람막이 유리를 향한 작은 비디오 카메라를 들고 디트릭은 운전석에서부터 폭풍을 상세히 기록한다. 우박은 직경 1인치로 커졌다. 골프공만한 우박 샘플을 채취하기 위해 맥놀디는 밖으로 뛰어나갔다가 억수같은 얼음에 맞았다. 우박 샘플은 안전하게 모아졌고 디트릭은 차를 돌려 후퇴했다.
수분내로 파란 하늘이 잠깐 나왔다. 하지만 곧 또 다른 강력한 폭풍이 야구공만한 우박을 동반한 토네이도를 몰고 온다는 예보가 있었다. 이들이 시골길로 접어들자 곧 우박이 내리기 시작했다. 길의 움푹 파인 곳들을 피해 곧장 폭풍우를 향해 달리는 일행에 1인치 직경의 우박이 수직으로 또 수평으로 내리쳐 상식에 입각, 피난처를 찾았다. 안 그랬더라면 이들은 다가오는 토네이도의 진로 속으로 들어갈 뻔했다. 안전하게 우박 폭풍에서 벗어나 오클라호마주 키오와의 한 타이어 가게 천막 아래로 들어선 그들의 눈 앞에서 구름은 움직이는 예술작품으로 재빠르게 변화했다. 모든 눈과 카메라는 하늘로 향했다.
이날 토네이도는 보지 못했지만 그건 별로 중요하지 않다. 디트릭이 말하듯 이들을 해마다 대평원에 모이게 하는 것은 ‘우정’이지 토네이도는 장식품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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