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자! 여름속으로 <바캉스 특집>
▶ 우리가 보낸 최고의 여름
매년 여름이면 킹스캐년 계곡으로 캠핑가는 친구를 보고 올해 내 여름 캠핑코스는 킹스캐년으로 잡혔고, 크루즈 여행을 떠나는 부자 아저씨를 보면서 나도 내후년쯤에는 카리브로 떠날 수 있으리라 희망한다. 여행은 따라잡기다. 멋진 여름 여행을 보낸 독자 가족들의 휴가담을 통해 새로운 여행지와 여행 패턴, 요령 등을 들어본다.
●자연의 나라 코스타리카(Coasta Rica) -박용진씨 가족
우리(나, 남편, 딸)는 지난해 8월 코스타리카의 수도 샌호제와 근방의 해변가 하코(Jaco) 그리고 푼타 아레나(Punta Arena)를 방문했다. 딸에게 다른 문화를 접하게 하고 남미에 비해 비교적 여행 경비가 적어 코스타리카를 여름 휴가지로 선택했다.
샌호제는 인근 28만명의 도시로서 어느 작은 시골을 연상시켰다. 부자들이 밀집해 있는 동네는 미국과 다름이 없으며 대부분의 집과 건물들은 단층에 식민지시대의 집들이었다.
샌호제에서 꼬불꼬불 3시간 산길을 운전하면 포아스(Poas) 화산에 도착한다. 유황과 화산재가 섞여 만들어낸 분화구의 색깔은 마치 그림 물감을 뿌려놓은 듯한 환상적인 절경을 선사했다. 화산에서 내려오면서 만난 커피 밭도 좋은 볼거리를 제공했다.
다음날은 샌호제에서 약 80마일 떨어진 하코를 방문했다. 근방에는 외국인을 상대로 한 리조트가 한창 이곳 저곳 신축되고 있으며 값비싼 별장들이 분양되고 있었다.
코스타리카는 ‘자연관광’의 천국이다. 영화에서 본 것처럼 배를 타고 강을 따라 정글로 들어가는 ‘카누피 투어’(Canopy Tour)를 했다. 이름 모를 여러 가지 색깔의 새들과 주렁주렁 나무 위에 매달린 과일들은 그 위로 지나가는 이구아나, 누런 강물에 통나무처럼 떠다니는 악어 떼와 대조되는 평화로운 장면이 연출됐다. 바닷가의 야자수, 끝없이 평화로운 바다... 우리는 바쁜 일상에 싫증이 날 때마다 지난해 코스타리카에서 보낸 여행을 생각한다.
●실망이 환희로 변한 레이크 타호 -송경아씨 가족
레이크타호 타운에 들어서니 거리가 생각한 것만큼 번화가 같지는 않았다. 인터넷으로 타임셰어(timeshare)처럼 숙식을 모두 해결할 수 있는 곳을 예약을 해놨는데, 와서 보니 도저히 머물고 싶지 않은 그런 곳이었다.
이번 여행은 우리 결혼 5주년에 또 채 돌이 안된 아기도 있었기에 한참을 고민하다 크레딧 카드회사에 전화해 지불정지를 시키고 아침도 굶은 채(LA에서 밤 12시에 떠나 도착하니 오전 8시였다.) 다시 머무를 곳을 찾기로 했다. 갑자기 몰려오는 피로와 실망감에 어찌할 바를 몰랐다. 겨우 타운내 한 호텔에서 아주 좋은 가격에 4일을 묵을 수 있었다.
큰 기대 때문인지 실망감이 더 컸고, 남편은 그냥 눈이나 붙이겠다고 해 내가 운전을 하며 호수 주위를 둘러보기로 했다. 아니 이럴 수가… 호숫가에서 불어오는 차가운 바람과 맑은 공기, 안이 다 들여다보일 듯한 맑은 수심. 난 운전한지 5분도 안 돼 조금 전의 실망감은 다 잊은 채 이곳의 아름다운 자연경관에 흠뻑 심취되고 말았다. 호수 한바퀴를 돌자면 45마일 정도로 3시간반 정도가 걸렸다.
그 시간 내내 난 혼자서 환호성을 지르며 중간 차를 세우고 어린아이 마냥 호숫가를 거닐곤 했다. 여행중 우리는 결혼 5주년을 맞았다. 우리는 오전엔 유람선을 타고 호수를 둘러보았다. 바람이 심하게 불었지만 너무나 공기가 좋아 우리 4가족은 거의 내내 갑판에 올라가 부지런히 가슴속에 영상사진을 담아냈다.
●어린이가 더 즐거운 크루즈 여행 -토마스 고씨 가족
재충전도 이유였지만 5세된 아들에게 좀 더 풍부한 문화적 경험을 하게 해주고 싶었다. 올해는 평소보다 일찍 지난 4월 멕시코로 크루즈 여행을 떠났다. 일부러 봄방학을 택해 크루즈를 예약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무려 700여명의 어린이들이 부모와 같이 배에 타고 있었다.
7박8일의 여행은 샌피드로 항구를 떠나 멕시코의 유명 휴양지인 푸에토 바야타, 마잘란 그리고 카보스 샌루카스를 들렀다. 휴양지도 아름다웠지만 각종 선상 프로그램과 여흥 그리고 음식이 일품이었다. 아들 명수는 매일 카운슬러들이 펼치는 즐거운 캠핑 프로그램에 푹 빠져 웃음이 끊기지 않았다. 어린이들의 위한 놀이방과 캠핑 그라운드, 디스코텍도 있었다. 청소년들의 위해 한때 한국에서 유행했던 콜라방도 있다. 어른들을 위한 휴양시설과 매일 밤 열리는 쇼는 환상적이었다. 명수는 여행이 끝나고 아쉬워 눈물을 흘릴 정도였다.
크루즈 여행은 노인들이 주를 이룬다고 생각하는데 최근에는 30∼40대들이 가족 단위로 떠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아이들의 방학 때는 객실이 매진되는 사례가 허다하기 때문에 티켓을 미리 구입해야 한다. 티켓의 가격은 1인당 1500달러 정도지만 대부분의 여행사에서는 할인 티켓을 800달러선에서 내놓고 있다.
●혼자 떠나는 명상의 관광지 세도나 -라스베가스 이광복
하루 일정으로 애리조나 세도나에 갔다 왔다. 붉은 흙이 있고 기가 센 곳이라 정신 수양소와 예술가들이 모여 있는 곳 정도로 알고 있었는데, 세도나에 도착한 순간 정말 할 말을 잊었다. 감탄만 할 수밖에 없었다. 황토빛이라기보다 그냥 붉은 분홍색이라고 해야 될 풍경들이 펼쳐졌다. 여기 저기 빨간 봉우리들이 계속 펼쳐져 있고 정말 최고의 조각가가 조각해 놓은 듯한 봉우리들… 환상이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었다. 신을 가장 가깝게 만날 수 있는 세계 4곳 중의 한 곳 이라는 말이 실감났다.
다운타운에서 위쪽으로 15분 정도의 길은 특히 장관이다. 정상에 있는 전망대에서 보면 구름이 계곡 사이로 흘러가고 깎아 내려진 절벽을 보면 정말 신선이 된 느낌을 받는다. 친절한 사람들, 깨끗함, 그리고 신비로운 절경… 비록 하루만에 다녀온 아쉬움과 라스베가스에서 5시간 넘게 걸리는 거리가 부담스럽지만 어떻게든 시간을 내어 혼자라고 훌쩍 그 곳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지금도 든다.
●기대 이상의 즐거움 ‘제주도’ -연정철씨 가족
재작년 여름 우리 가족(나, 아내, 두 아들)은 피서지를 한국으로 정했고 난생 처음 제주 나들이에 나섰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제주도에 매료됐다. 한국에서 30여년을 살았지만 왜 그 때 가보지 못했을까 하는 아쉬움마저 들었다. 한국에 가는 비용에 단 500달러 정도만 보태면 이렇게 훌륭한 여행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제주여행은 어딜 가나 바다가 곁에 있다.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검은 현무암 해안과 어우러진 에머랄드빛 바다의 그 환상적인 빛깔! 나는 그렇게 고운 색의 바다가 한국에 존재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그 아름다운 빛의 조화는 멀리 보이는 성산 일출봉, 바다 건너 토끼섬, 우도와 어울려 한 폭의 그림을 연출한다.
제주도는 작은 섬이지만 결코 한번 여행으로 다 둘러볼 수 있는 곳이 아니다. 너무 욕심내지 말고 꼭 들를 곳 몇 군데를 정한 뒤 그 곳을 중심으로 일정을 짜서 느긋하게 여행하는 것이 좋다. 비가 많이 오는 곳으로 비가 오면 여미지, 민속 자연사박물관, 신영 영화박물관 같은 실내 관광지에 가거나 가벼운 우중 드라이브를 즐겨도 좋다. 렌터카를 빌려 제주도 구석구석을 둘러보는 여행이야말로 가장 알찬 제주여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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