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남가주의 한 목사가 쓴 글이다. 기독교인들이 생각해볼 점이 많아 그 일부를 옮겨보았다.
"교회에 관계된 모임이나 예배당에서 직분을 부르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교회에 다니지 않는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교회의 직분을 사용하거나 부른다면 주위 사람들의 기분을 상하게 할 수도 있다. 한 사무실을 방문했을 때 있었던 일이다. 분명히 기독교 단체도, 교회도 아닌데 직원들이 서로 집사님, 장로님 하면서 대화를 했다. 이 분들이 사업상 실수하거나 거래처에 손해를 끼치게 될 때 기독교인으로서 책임지지 못한다면 교회와 기독교인 모두를 욕먹게 할 것이 아닌가 생각됐다. 직장에서는 사장님, 부장님, 미스터, 미세스, 씨, 양, 군 등 얼마든지 부를 수 있는 호칭이 있지 않은가"(오렌지한인교회 담임 강일용 목사)
신문사에 전화하는 목사님이나 기독교인 중에도 기자에게 다짜고짜 ‘집사님’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많다. 이런 사람들은 종교담당 기자는 당연히 기독교인이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또한 기독교인은 웬만하면 모두 집사이므로 그렇게 부르는 것이다. 올해 초 불교신자들과 함께 인도에 불교 성지순례 여행을 갔을 때 거기서는 ‘보살님’으로 불렸다. 그 사람들 역시 불교 성지순례를 취재하러 온 기자가 불교신자가 아닐 것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나 보다.
그런데 장로나 권사, 집사라는 호칭을 교회 밖에서도 그토록 남용하는 직분자들이 직분에 맞게 살고 있는가는 도무지 회의적이다. 사회에서 교회직분을 은근히 과시하는 사람은 그것이 명예롭다거나 자랑할 만한 ‘계급’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요즘 한인사회에서 장로나 권사 등의 직분을 명예롭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교회가 신자들의 비위를 맞추느라 워낙 많은 숫자를 양산한 탓도 있지만 신앙으로 보나 인격으로 보나 자격 없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또한 한국을 시끌벅적하게 만들었던 온갖 재정비리 스캔들로부터 시작해 사회에서 물의를 일으키는 사람들이 대개 교회의 중진들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제는 선량한 장로와 권사들이 직분을 부끄러워할 세상이 됐다.
두레마을 김진홍 목사의 자전소설 ‘황무지가 장미꽃 같이’에 나오는 이야기다. 청년시절 신학교를 중퇴하고 한 철공소에 입사했는데 그 사장은 장로로서 여러 곳에 교회를 세우고 많은 헌금을 하며 전도사업에 힘쓰는 모범 신앙인이자 기업인으로 알려진 사람이었다. 그런데 이 철공소의 동료직원들은 모두 "예수쟁이라면 신물난다"고 했다. 이유인즉 간부들이 모두 교회 중진인 이 회사의 노동자 임금은 같은 업종의 다른 회사들에 비해 10% 낮았고 작업시간은 1시간 길었다. 더욱 나쁜 것은 매일 아침 전 종업원이 예배를 봐야 했는데 이 시간은 노동시간에 포함되지 않는 점이었다. 이 때문에 30분 더 일찍 출근해야 하는 노동자들은 "자식새끼 낳아 예배당 보내면 개새끼다"라는 욕을 거침없이 내뱉었고 이들을 위해 노조를 만들려했던 김 목사는 경영진에게 협박과 테러를 당하고 쫓겨났다.
신앙은커녕 양심과 윤리조차 실종된 크리스천 기업의 모습은 현재의 남가주 한인 업계에도 드문 이야기가 아니다. 입만 열면 성경 이야기를 하는 독실한 장로 사장이 직원들 보는 앞에서 거래처를 예사로 속이거나 탈세에 앞장서는 일은 평범한 이야기에 속한다.
얼마전 한인타운에서 식당을 운영했던 목사 부부의 상상을 초월한 ‘절약비리’를 한탄하는 글이 교계 신문에 실렸다. 식당 종업원들이 고발한 내용을 옮긴 이 글에 따르면 "손님이 먹고 남은 반찬을 걷어 다른 손님상에 내어주는 일은 항상 있는 일이며 어쩌다 남은 반찬을 버리려 하면 종업원을 야단치기 일쑤였다. 물 값을 아끼려고 김치를 담글 때는 한번 이상 헹구지 못하게 했으며 설거지통 물은 하루 한 번만 교체하게 해서 일하던 라티노 노동자들이 한국 사람을 더러운 민족으로 오해할 정도가 되었다"는 것이다.
LA의 한 업주는 가게에서 사람을 쓸 때 기독교인, 특히 들어와서 기도부터 하는 사람은 절대 안 쓴다는 직원 채용의 원칙을 들려주었다. 왜냐하면 경험상 이런 사람 치고 일할 때 기독교의 가르침은커녕 상식을 지키는 사람이 너무도 없기 때문이란다. 이 업주는 또 마켓 보러갈 때 일요일 교회 끝날 시간대는 가능한 피한다고 했다. 왜냐하면 교인들은 장보는 매너마저 너무나 무례하고 질서가 없기 때문이란다.
이 분의 지적은 꼭 크리스천에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대다수 양식 없는 한국인의 자화상이다. 그러나 사회의 빛과 소금이 되라는 가르침을 따르는 기독교인은 모범을 보여주길 바라는 것이 세상 사람들의 기대다.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라 소금이 짠맛을 잃으면 무엇을 하리요 밖에 내다버리워 밟힐 뿐이라"고 한 예수님의 말씀을 귀 있는 직분자들은 들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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