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이드의 정신분석학 중에 생각나는 용어가 있다. 「전이」와 「방어기제」이다.
부모가 인생살이에 힘들고 지쳐 있으면 자식들도 부모의 삶의 무게와 자신들의 삶의 무게까지 겹치는 이중 짐을 지게 되면서 인생을 제대로 살아보지도 못한 채 미래가 어둡고 불투명하며 우울하게 된다. 부부사이가 불행하거나 아버지가 어머니를 폭력하는 가정의 경우 어머니가 아버지를 미워하게 되는데 그러면 자식들도 자연 아버지에 대한 분노가 생기게 되고 심지어 어머니를 때리는 아버지를 대신 죽이는 경우까지 생겨난다. 어머니의 미움이 자칫 자식에게까지 그대로 옮겨지는 것이다. 말하자면 분노가 폭발하여 정신분열, 정신착란 같은 증세를 유발시키는 유형이다.
살다보면 여러 가지 책임을 져야 하며 돈 문제를 처리해야 하는 숨막히는 상황 속에 처할 때가 있다. 어떤 한계상황에 부딪쳤을 때 그 것을 극복하는 힘이 없는 사람은 막다른 골목에서 살아남기 위해 오히려 죽음을 택하거나 어느 신경부분을 차단하게 되고 정상적인 삶을 사는 것을 거부하고 책임을 지지 않게 된다. 쇼크나 충격으로 인해 말문이 막히거나 기억을 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는 경우이다. 이런 것들이 바로 전이와 방어기제의 한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상담기관에 의하면 이와 같이 막다른 골목에서 그대로 주저앉거나 인생을 포기하지 않으면, 좌절하는 한인 자녀들이 놀랍게도 많다고 한다.
부모에게서 여러 가지 좋지 못한 상황이 벌어지면 자녀들은 자연 행복하지 못한 삶을 살 수 밖에 없다. 부모의 고통이 자신의 고통과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그들은 인생을 살만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 죽음에 이르는 정도의 극심한 몸 앓이를 하고 있다.
한 한인 상담원에 따르면 한인 대학생들 가운데는 알게 모르게 정신적으로 상처받은 젊은이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겉으로 보기엔 정상으로 보이지만 사회성이 거의 발달 안돼 일종의 자폐증을 앓는 사람처럼 이들은 깊은 좌절감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
소위 일류학교에 다니면서 이제까지 별 문제없이 자라준 한인 고교생들 가운데도 대학에 들어가 엄청난 진통을 겪으면서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하고 애를 먹고 있다. 한인 학생들의 실태 파악을 위해 지난 1개월간 뉴욕에 머물렀던 한국의 한 교육계 관계자는 미주지역 한인자녀 문제가 예상보다 훨씬 더 심각했다면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 한인은 자신이 접한 약 50 가정의 자녀들과 상담해본 결과 공통적인 문제점은 이들의 대부분이 사춘기를 뒤늦게 겪으면서 부모와 자녀가 엄청난 심리적 혼란을 겪고 있었다고 전했다.
이들은 거의 양부모가 잡을 갖고 있는 가정의 자녀들로 사회나 학교에서 이중문화권에 휘둘리며 밖에서는 외국인학생들로부터, 집에서는 부모로부터 은연중에 압박을 받으면서 알게 모르게 심리적 갈등을 겪어온 대부분의 모범적인 학생들이다. 부모의 요구에 순응하며 지금까지 그런 대로 아무런 거부 없이 잘 따라준 젊은이들인데 이들이 어느 날 누적된 스트레스로 한계성을 느끼면서 그대로 주저앉거나, 이 학교, 저 학교로 옮겨 다니지 않으면, 학과를 바꾸고 또 바꾸고 하면서 대 혼란을 겪고 있다.
이는 바로 아이들이 학교에서 외국인 학생들로부터 은연중에 왕따를 당하고 가정에서 부모로부터 무관심 밖으로 팽개쳐져 고립된 생활로 인해 제대로 사회성과 독립성을 갖추지 못하게 되면서 생겨나는 이민가정의 현실이다. 이는 결코 하루아침에 일어난 일이 아니다. 문제가 지속적으로 쌓여가다 더 이상 갈곳 없어 그대로 터져 나오는 것이다. 이는 일차적으로 부모의 책임이지만 근본적으로는 어른들에게 이를 제대로 교육하지 못한 사회적 책임도 적지 않다.
여름방학을 앞두고 뉴욕시가 요즘 학생들을 위한 서머 잡 프로그램 신청을 대대적으로 받고 있다. 젊은이들이 세상을 배우고 훈련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학생들이 방학동안 공부만 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다. 절름발이 교육을 받은 학생들은 훗날 반드시 쓰러지게 되어 있다. 잘못된 부모의 환경과 학교, 주변친구, 사회로부터 받는 무거운 짐들을 결코 이겨낼 수 없다. 자녀를 기르면서 전이와 방어기제란 단어가 새삼 와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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