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향수 800종 식별하는 ‘향수 교수’ 로저 도브, 브랜드 네임, 유행 따르는 이 보면 안타까와
최근 색스 피프스 애비뉴 백화점에서 30여명의 여성들이 다양한 향수의 냄새를 맡으면서 고대 인디아의 왕족과 금지된 사랑에 빠진 일본 여인에게 영감을 받아 제조되었다는등, 향수에 얽힌 낭만적인 이야기에 넋을 잃고 있었다.
매혹적인 이야기로 시선을 한 몸에 모은 주인공은 로저 도브(44). 파리의 겔랑 향수회사 소속 향수전문가로 800가지 향기를 식별하는 남다른 능력을 가져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코의 소유자라는 명성을 누리고 있다. 하지만 그의 비범한 코는 실망스러울 정도로 평범해 보인다. 그저 우아하고 날렵한 모양의 놀랍게도 범상한 코인 것이다.
지난 19년동안 도브는 지구상의 각 대륙을 종횡무진하며 여성들에게 각각 다른 향에 대해 가르치고 자기에게 어울리는 향수를 고르는 일에 관해 조언해 왔다. 검은 바지와 핑크색 셔츠, 보라색 벨벳 베르사체 재킷을 입은, 생기에 넘치는 도브는 “향수가 옷이나 장신구, 화장보다 훨씬 많은 것을 표현함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충분한 시간을 갖고 향수를 고르지 않는 것이 안타깝다. 사람들은 상대방의 옷이나 모자는 기억하지 못하지만 20년이 지나도 향은 기억한다”고 말했다.
런던 외곽 브라이튼에 거주하는 더브는 잉글랜드에서 소년기를 보낼 때부터 향수업계에 종사하고 싶었다. 말한다. 그 첫 기억은 6살때의 어느날 밤 어머니의 굿나잇 키스를 기다리며 침대에 누워있을 때였다. 어머니는 불꺼진 도브의 방으로 조용해 들어왔다.
뒤에서 비치는 복도의 불빛으로 형체만 보이는 어머니가 입고 있던 금빛 칵테일 드레스에서는 광채가 났고 입술에는 연지가 발라져 있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강했던 것은 어머니가 몸을 굽혔을 때 그를 감싼 향수의 꽃향기였다. 도브는 “마치 향수엔 평범한 일상을 마법으로 변화시키는 힘이 있는 것 같았다”고 회고했다.
그렇게 향수에 매료된 도브는 18세부터는 향수병을 모으기 시작, 의학 분야의 연구자가 되기를 포기하고 모델이 됐다. 그리고 그 무렵 겔랑 제품 향수 ‘미추코’에 거의 미쳐서 도브는 지금까지 26년간 풍요롭고 짜릿하며 그윽한 여자용 향수 미추코를 사용해오고 있다.
미추코에 대한 그의 애정은 미추코를 만든 회사 겔랑에 관한 모든 정보를 찾아내도록 이끌었다. 1828년 설립된 세계 최초의 향수회사 겔랑은 아직도 창립자 가족이 사업에 참가하는 최후의 회사로 현재 이 회사를 운영하는 64세의 장-폴 겔랑은 여전히 이 회사 향수를 디자인하며 600가지 향수 제조법을 모두 독차지하고 있다.
겔랑에 대한 매혹이 커가면서 겔랑사의 파리 사무실을 성가시게 조르기 시작한 도브가 끊임없이 팩스를 보내자 겔랑측은 그를 “회사밖에 두는 것 보다 안에 두는게 덜 귀찮겠다”고 결론 짓고 직원으로 채용했다. 향수의 역사와 제조에 관한 풍부한 지식 덕분에 도브는 곧 겔랑의 ‘향수 교수’ 직함을 갖게 됐고 이후 루이비통 가방을 겔랑 향수로 가득 채운채 행복하게 세계를 여행해오고 있다. 겔랑의 향수는 1/4 온스에 100달러짜리부터 1온스에 250달러짜리까지 있으며 오 드 트왈렛은 1.7 온스에 55달러다.
향수에 대한 도브의 애정은 명백함 이상이다. 그는 미추코를 너무 좋아해서 매일 머리에 가볍게 두드려 발라 자신을 온통 그 향기로 감싼다. 향기에 대한 그같은 정열도 있긴 하지만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향수에 대해 잘 모르는데서 오는 좌절감 때문에 힘을 내 강의를 한다고 말하는 도브는 “자신에게 맞지 않을지도 모르는데 브랜드나 유행 때문에 향수를 사는 여성들이 많다”고 안타까와한다.
여성들이 자신에게 알맞은 향수를 선택하기를 도우면서 지방이 분비되므로 향수 냄새를 변화시키는 귓바퀴 뒤에 향수를 바르는 것은 낭비라던가, 향수의 향은 오 드 트왈렛보다 부드럽지만 훨씬 더 오래간다는등 잘못된 통념을 바로 잡아주는 냄새의 거장은 또한 향기의 힘을 세상에 알리려고 노력한다. 자기가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냄새가 미추코와 어머니가 구운 빵의 향긋한 냄새라고 꼽는 도브는 좋은 냄새를 사랑했기 때문에 이 업계에 뛰어든 사람이다.
“필요한 것은 향수 한 방울이란 사실을 사랑합니다. 어떤 향기 한 모금으로 어머니가 바로 내 옆에 있을 수 있고 헤어진 연인의 품속에 안길 수도 있고 언젠가 방문했던 곳에 되돌아갈 수도 있습니다. 마음을 가라 앉혀주고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가고 싶어지게 하고 기억을 간직하게 하는 마법이 바로 향수의 모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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