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식욕, 번식력 엄청나 농사 망치기 일쑤, 봄마다 타지역서도 사냥꾼들 몰려들어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다람쥐는 그저 귀여운 동물일 뿐이다. 그러나 서프라이즈 밸리에서는 그렇지 않다. 이곳에서는 해마다 봄이면 다람쥐와의 전쟁이 벌어진다.
캘리포니아주의 북동쪽 구석에 위치한 이곳은 미 기병대의 마지막 전초기지가 있던 지역이자 아직도 서부 개척시대 풍속이 남아있는 지방. 이곳 사람들은 다람쥐라면 총부터 먼저 쏘고 말은 나중에 한다. 또 봄마다 많은 사냥꾼들이 이곳의 넓은 농지를 제멋대로 휘집고 돌아 다니는 땅다람쥐를 잡기 위해 몰려든다.
밭마다 쭈그리고 앉아 있는 사냥꾼들은 삼각대에 고성능 소총을 장치하고 어떤 다람쥐가 겁 없이 땅위로 머리를 내밀 것인지를 기다린다. 10년 이상 이곳에서 다람쥐를 사냥한 토건업자 팀 릭스는 10명의 친구들을 데리고 거의 300마일의 구불구불한 길을 운전해 새크라멘토에서부터 왔다. 릭스는 망원경을 들여다 보며 “그동안 지독하게도 많이 잡았다. 어제는 한명당 125~150마리를 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겨우 맥주 깡통만한 크기의 땅다람쥐는 서부 지역 전체의 건초 재배업자및 목장주들에게 귀찮은 골칫거리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가장 심한 곳은 서프라이즈 밸리일 것으로 모독 카운티 농업 커미셔너 조 모레오는 “내가 아는 한 캘리포니아의 다른 어느 곳 보다 많은 다람쥐가 여기 산다. 어떤 곳에선 땅이 다람쥐들과 같이 기어갈 정도”라고 말했다.
사실 이 계곡 전체에 퍼진 알팔파 밭은 폭탄구멍으로 얽은 것처럼 보인다. 다람쥐들이 파낸 터널에서 나온 흙무더기들 때문이다. 밭 아래로 마치 도시처럼 이리저리 얽힌 굴에서 동면을 마친 다람쥐들이 봄이 되어 활동을 개시하면 굴에서 12피트 반경의 목초는 남아나지를 않는다. 풀이 자라는대로 부지런히 먹어치우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구멍들 때문에 소와 말이 발을 헛딛거나 다리가 빠져 부러지기도 한다. 트랙터 스프링과 걸쇠가 망가지고 수확 장비들은 흙무더기에 걸리곤 한다. 61세의 목장주 케이슨 바우는 지난해 한 밭의 반을 다람쥐에게 먹혔을 정도다. 바우는 “다람쥐가 사람을 잡는다니까요. 얼마나 죽였는지 모를 정도로 잡아 죽여도 점점 더 많아지는 것 같아요”라고 탄식했다.
서프라이즈 밸리 주민들은, 식욕이 문제이긴 하지만 다람쥐들은 촉촉한 눈에 작고 귀엽기 때문에 혹시라도 동물보호주의자들이 반발할까 대비해왔다. 몇년전 몇몇 남가주 동물보호주의단체들이 올 것이란 소문이 있었으나 실제로 나타나지는 않았다. “아마 운전하기 싫었서 안왔을 것”이라고 말하는 서프라이즈 밸리 지역 상공회의소장 캔디 메이든스는 만일 온다면 “다람쥐 굴에 다리가 부러져 애완용 말을 쏴 죽여야 했던 사람들을 만나게 하겠다”고 말했다.
모레오도 자기를 지킬 힘이 없는 다람쥐를 죽여서는 안된다는 논거를 펴는 사람에게 이 다람쥐는 이곳의 토착 동물도 아니라고 반박한다. 다람쥐들은 농부들이 알팔파 밭을 일구자 언덕에서 이주해 내려왔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서프라이즈 밸리 주민들에게 땅다람쥐는 바퀴벌레보다 나을 것 없고 정원의 뒤쥐나 다락의 쥐와 다를 것이 없다. 이 해로운 것을 가장 효과적으로 제거해주는 사람들이 바로 사냥꾼들이다. 과도한 식욕 이외에도 번식력 강하기로 유명한 다람쥐는 해마다 한 쌍이 6마리 이상의 새끼를 낳는다. 지역 목장 주인 레이 페이지는 “언제나 다람쥐가 승리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항상 그렇지는 않았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모독 카운티는 악명높은 독극물인 ‘1080 복합제제’를 사용해 다람쥐를 제압했었다. 이 독약을 조심스럽게 양배추 채에 섞어 비행기에 싣고 다람쥐가 제일 기승을 떠는 곳에 융단폭격하듯 살포했었다. 그러나 1990년 카운티는 독극물사용 허가를 잃었다. 멸종위기에 처한 대머리 독수리나 다른 조류와 동물들에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카운티 관계자들은 분노해 싸웠지만 소용이 없었다.
이 부근 사람들은 수 세대에 걸쳐 다람쥐를 총으로 쏘아 제거해왔지만 봄마다 열리는 다람쥐 사냥 파티는 독극물 프로그램이 중단되고 다람쥐 수가 붐을 이룬 후부터 관례가 되었다. 1992년에 견디다 못한 상공회의소 지도자들이 주최한 ‘서프라이즈 밸리 다람쥐 몰이’가 성공을 거두었고 이때 모여든 사냥꾼들이 해로운 들짐승도 잡고 몇 개 안되지만 이 지역 호텔과 식당 영업도 활성화시키는등 경제에도 도움을 주었기 때문이다.
재빠르게 다람쥐 사냥으로 장사를 하는 사람도 생겼다. 치코의 사격장 직원인 마이클 하퍼는 사냥꾼들이 다람쥐를 보고 쏘기 좋도록 지붕 위에 높직히 단을 설치한 밴을 가지고 다람쥐 사냥 시즌이면 하루 150달러에 주말마다 손님을 태워 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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