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진 토양과 화창한 기후로 축복 받은 농장과 광활한 유전이 펼쳐진 컨카운티의 심장도시 베이커스필드.
이곳의 한인들은 굳건한 생명력을 활기차게 표출하며 살고 있었다.
주변에 광활하게 뻗은 목화, 당근, 아몬드 농장의 전원적 아름다움과 끝없이 펼쳐진 기름밭의 풍요로움이 공존하는 이 지역 한인들의 삶은 바쁜 이민생활이지만 타지역과는 다른 여유와 넉넉함으로 배어 있다.
현재 이곳에 거주하는 한인의 수는 현지인들 추산으로 약 4,000명 남짓이지만 어느 지역 한인사회보다도 역동적이고 견고하게 삶의 터전을 다지고 있는데 70년대 초창기 이민자 이후로 본격적인 한인들의 이주는 80년대 중후반부터 시작돼 오늘날에 이르렀다.
한인들이 다수 거주하는 지역은 베이커스필드시에서도 현재 신시가지 개발이 한창인 서북쪽 지역. 기온이 다소 높다는 점을 제외하면 집값, 땅값, 범죄발생도, 물가 등이 낮아 부담 없는 주거환경을 자랑하는 이곳은 유흥업소가 적어 상대적으로 청소년들이 탈선에 빠질 위험부담이 낮아 타 지역에서 이민생활을 경험한 한인들이 많이 모이는 추세이다.
베이커스필드 주거지역에 새로 조성된 2,400스퀘어피트 규모 아담한 방 4개짜리 2층집의 경우 약 14만∼20만달러면 구입이 가능하고 깨끗한 지역의 가구가 갖춰진 3베드 아파트는 렌트가 800달러 미만으로 LA에 비하면 매우 낮은 편이다.
또 한인들이 다수 종사하는 리커, 마켓, 세탁소의 매매가격 역시 LA에 비해 상당히 저렴한 편이라 이곳 한인들은 렌트보다는 아예 상가를 구입해 건물주가 되는 경우가 많다.
현재 베이커스필드내 한인이 운영하는 리커, 마켓은 60여개인데 대부분이 주유소와 함께 있거나 델리, 정육 등을 한곳에서 취급하는 중간규모의 수퍼마켓의 형태를 띠고 있다.
마켓업주들은 "강도 등 범죄피해가 거의 없어 안심하고 생업에 종사할 수 있다"며 안전한 주변환경을 가장 큰 매력으로 입을 모은다.
마켓 외에 이 지역에 한인들이 운영하는 비즈니스는 햄버거샵(약 10개), 세탁소(5개), 미용실(약 4개), 재생공장(3개), 컨트리클럽(2개) 등이 있으며 테하차피 등 인근지역에 무, 배추, 벼를 재배하는 농장도 10여개에 달한다.
한인들의 비즈니스 거래를 담당하는 부동산업체 GMAC의 앤 정씨는 "일년에도 한인들이 수십건의 비즈니스 매매를 하는 등 활발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베이커스필드에는 한인회(회장 윤희성)를 중심으로 한인봉사센터, 축구회, 골프회, 식품상협회, 세탁업협회가 결성돼 한인들간의 교류와 친목을 도모하며 지역 독지가 김재준씨의 후원으로 운영되는 ‘무궁화 한국학교’도 있어 2세들이 주말마다 한글공부를 하고 있다.
한인회는 일년에 두 번 정기이사회를 열어 지역사회의 현안을 다루고 한인록을 발행하는 한편 5월에는 순회영사업무와 총영사배 골프대회를 개최하며 광복절 기념식과 연말 정기총회 및 송년의 밤을 진행한다. ‘세븐옥스 컨트리클럽’에서 열리는 송년의 밤 행사는 300여명의 한인들이 참석해 한해동안의 피로를 잊고 서로를 격려하는 한인사회 내 가장 큰 연례행사로 자리잡았다.
10년째 한인회를 이끌고 있는 윤희성 한인회장은 "순회 영사업무는 여권과 비자, 민원 등을 해결하기 위해 LA 총영사관의 협조로 이뤄지고 있고 골프대회를 통해 타지역 한인회와의 교류를 넓히고 있다"며 "송년의 밤을 통해 교민들이 한자리에 모여 바쁜 이민생활의 희로애락을 나누고 흥겨운 시간을 갖는다"고 덧붙였다.
현재 베이커스필드에 한인의사는 50여명에 달해 한인들의 의료문제는 원활한 편이지만 한인 변호사와 CPA는 한 명도 없어 LA까지 찾아가거나 미국인들을 통해 해결하는 실정이다.
LA와는 달리 한국식품과 비디오는 ‘한국마켓’ 한곳을 통해 공급되는데 운송비와 인건비 때문에 LA 마켓가격보다는 조금 비싼 편이다.
한국식당은 ‘서울하우스’ ‘신라부페’ ‘코리아식당’ 3개소가 있어 한인들과 지역주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코리아 식당을 몇 년째 운영하다 전문직에 채용돼 타주로 이사가는 업주 최계천씨는 "이곳 한인들의 훈훈한 인심에 정이 들었는데 떠나게 돼 참 섭섭하다"고 전했다.
이곳에는 한인들이 운영하는 술집, 노래방은 단 한군데도 없어 주당들의 아쉬움을 사고 있는데 윤 회장에 따르면 "93년도 LA에서 온 한인이 노래방을 겸한 유흥주점을 열었다가 지역 한인여성들의 대대적인 항의와 남편들에 대한 ‘금족령’으로 가게문을 닫았다"고 한다.
이 지역에 자리잡은 한인교회는 기독교, 천주교, 안식교 7개로 교회에 출석하는 전체 교인은 1,0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의 한인학생들은 스톡데일 고교에 재학하며 졸업 후에는 인근 2년제 베이커스필드 칼리지에 입학하거나 칼스테이트 계열, UC계열, 동부명문대학으로 진학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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