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중앙은행 1억300만달러에 인수(Hanmi to buy California Center Bank for $103million)!
지난 9일 오전 인터넷을 통해 게재된 이 짤막한 기사가 한인사회를 발칵 뒤집어놓았다.
한미의 중앙 인수는 양 은행의 이사와 행장, 일부 관계자만 제외하고는 아무도 모르게 극비리에 진행된 깜짝쇼였다. 한미은행 이사장과 행장, 중앙은행 이사장과 행장은 이날 언론의 추적을 피해 모처에서 향후 대책을 논의하다가 오후 4시, 기자회견을 통해 한미의 중앙 인수를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인수 이야기가 거론된 지 2주만에 일사천리로 결정이 되었다고는 하지만 한미는 5개년 계획의 일환으로 타운 은행의 인수 가능성을 놓고 계속 저울질을 해왔다. 중앙 인수를 위해 한미와 또 다른 은행이 경합을 벌였지만 중앙은 한미를 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86년 자본금 400만달러로 시작한 중앙으로서는 15년만에 1억달러의 이익을 챙겼으니 엄청나게 장사를 잘한 셈이다. 그러나 은행의 인수는 산술적으로 나타난 것만큼 그렇게 간단하지만은 않다. 한미는 글로발 은행을 92년 8월19일, 390만달러에 인수키로 서명까지 마쳤으나 당시 폭동 후의 불경기와 양 은행의 내부적인 문제, 은행감독국의 미승인 등으로 무산됐다가 6년이 지난 98년 초 다시 인수를 거론, 그 해 10월에야 890만달러에 인수작업을 완전히 끝냈다.
그때와 지금은 엄연히 다르다. 인수액도 10여배가 훨씬 넘고 인수해야 할 직원도 60명에서 200여명으로 늘었다. 글로발은 부실경영으로 인수 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지만 중앙은 김선홍 행장의 연임이 확정되고 올해 지점을 6개까지 늘리는 것은 물론 다른 은행의 인수까지 검토하고 있었던 상황이라 인수되리라고는 아무도 생각을 못했다. 이미 한미의 회계법인이 중앙은행 관련서류를 인수받아 본격적으로 실사작업을 벌이고 있다. 한미는 중앙이라는 뜨거운 감자(?)를 손에 쥐었다. 감자를 먹기에 따라서 배가 부를 수도 있지만 잘못 먹으면 배탈이 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한미는 인수액을 조달하는데 그다지 큰 어려움을 겪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자본구조가 튼튼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인수과정에서 해결해야 할 직원들간의 인화문제이다. 한미는 기자회견을 통해 중앙을 분명히 ‘형제 은행’ 이라고 불렀다. 그만큼 은행의 토양이나 경영철학이 비슷하다는 말이다. 한미의 중앙 인수로 중앙 직원들이 받은 충격과 배신감은 이루 말로 표현하기가 힘들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현실을 직시하면서 자기가 맡은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가 시큐리티 퍼시픽 뱅크를 인수하거나 웰스파고가 First Interstate Bank 등을 인수할 때 적용한 사례들을 잘 연구해 볼 필요가 있다. 미국 은행의 경우 심리치료사를 동원해 인수 당하는 직원들이 정신적인 갈등을 겪지 않도록 상담을 해주고 이직하거나 해고가 불가피한 직원의 구직까지도 알선해 주고 있다. 물론 모든 은행이 다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말이다.
우여곡절 끝에 한미의 중앙 인수가 무사히 끝난다 하더라도 아직은 우물 안의 개구리다. 왜냐하면 한미와 중앙을 합쳐서 자산 16억달러지만 중국계 은행에는 자산 20억달러가 넘는 은행이 유나이티드 커머셜(24억), 동서(23억), 캐세이(22억)등 3개나 되기 때문이다.
중앙 인수를 통해 새로 태어나는 한미는 미 주류사회를 상대로 한 마케팅도 펼쳐야 하고 특히 투자수익률을 중국계 은행처럼 높여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행장을 포함한 경영진은 이제 이사회의 눈치를 보기보다는 소신 있는 전문경영으로 미 주류사회에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다면 이번 인수는 오히려 실패작으로 평가될 가능성도 있다. 양 은행 직원들의 사기를 높이는 인간경영을 통해 인수작업을 말끔히 마무리짓는 것은 한미의 역량을 테스트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며 이번 인수의 성패를 가늠하는 중요한 척도이기도 하다. 한미와 중앙직원은 물론 은행 관계자들과 한인사회에서도 인수과정을 유심히 지켜 볼 것이다.
아직도 갈 길이 멀고 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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