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후년이면 우리 한인들의 미국 이민역사가 100년이 된다. 그러나 여전히 티격태격하는 한인사회의 분열상을 보면 이민 100주년이라는 말이 무색할 지경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아직도 이민 초기의 한인사회와 같다는 얘기다.
미국 내에서 좀 크다고 하는 도시의 한인사회에서는 우리 한인 단체끼리의 치고 받는 싸움이 계속되고 있다. 단체뿐만이 아니라 같은 업종끼리, 또 개인끼리도 조상의 원수 만난 듯이 치고 받는다. 한인 커뮤니티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이런 아픔과 진통이 수반된다고는 하지만 그런 치고 받음이 건설적이지 못해 듣는 이나 보는 이들의 마음을 안타깝게 만든다.
미국 내 제일 큰 한인사회는 로스앤젤레스에 있다. 한인 인구도 많으니까 한인 단체들도 많다. 오순도순 지내기에는 이미 덩치가 너무나 커버렸다. 그래서인지 한인단체끼리의 분열인상이 끊이지 않고 있다. 2002년 한국에서 개최되는 월드컵을 후원하기 위한 ‘월드컵 후원회’가 요즘 골치를 썩인다는 얘기다. 얘기를 들어보니 월드컵 후원회를 둘러싸고 그 곳 한인회와 남가주 월드컵 후원회가 나눠져 있어 두 후원회가 분쟁을 일으키고 있는 것 같다.
본국에서 개최될 월드컵의 성공을 위해 일하겠다는 후원회끼리의 분쟁이라… 오죽했으면 본국의 월드컵 조직위원회에서 “이같은 잡음이 계속될 경우 LA지역의 어떤 월드컵 후원회도 공식적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을까? 조직만 해놓고 별다른 일을 하지 않는 샌프란시스코 지역의 후원회에 비하면 너무나 열성이라고 차라리 위안을 해볼까나!
비슷한 예들은 얼마든지 있다.
재미 체육회 같은 단체들도 양분돼 있어 본국의 대한 체육회에서 손을 떼고 싶다고 말한다. 한인사회의 이런 분규는 끝이 없다. 잘못하면 잘하도록 도와줘야 하고 잘하면 같이 힘을 합쳐 일하면 될 것 아니냐는 상식적인 생각이 너무나 단순하거나 세상(한인사회)을 알지 못한다는 어리석음의 표현일지도 모르겠다.
굳이 멀리 가서 더 많은 예를 들 필요도 없다.
여기 북가주 지역도 요즘에는 평화통일협의회(평통) 위원 인선을 두고 이러쿵 저러쿵 말들이 무성하다. 그런 사람이 어떻게 평통위원을 할 수 있느냐는 주로 끌어내리거나 내려 밟으려는 얘기들이다. 거론되는 인물들의 장점이나 좋은 얘기는 거의 없다. 평통위원은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켜 지탄의 대상이 된 사람은 곤란하겠지만, 본국의 통일문제에 관심과 통일정책에 관하여 성실하게 건의하고 자문에 응할 수 있도록 전문지식을 연마할 수 있는 사람이면 된다.
궁극적으로는 해외 동포사회의 통일국론을 형성해 통일에 대한 범국민적인 합의를 창출해 내도록 유도하는 것일 게다. 그런데 이런 인선을 놓고 왈가왈부 말이 너무 많아 자칫 한인사회가 평통위원 인선 때마다 홍역 아닌 홍역을 치르는 것 같다.
남을 내리깔고 나쁜 점을 부각시키기보다는 장점을 찾아 칭찬해 주고 용기를 북돋워주는 그런 한인사회는 상상으로만 가능한 것인가. 좀 과장된 표현이겠지만 ‘노자’에 이런 말이 있었다.
’기자불립, 과자불행’이라.
발뒤꿈치를 들고서는 오래 서 있지 못하고 가랑이를 한껏 벌려서는 오래 걷지 못한다. 발뒤꿈치를 들고서면 남보다 조금은 돋보이겠지만 오래 서 있을 수가 없는 노릇이고, 가랑이를 한껏 벌려 걸으면 얼마동안은 남보다 앞서겠지만 이것도 결국은 지쳐서 오래 걷지를 못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지금의 세상은 남보다 앞서겠다고 가랑이를 한껏 벌려 걷고 또 남보다 높아지겠다고 까치발을 하는 세상이다.
같은 일을 하는 단체끼리 협조하지는 못할망정 분쟁을 일삼아서야 되겠는가?
선발단체는 선발단체대로 후발단체는 후발단체로서의 할 일이 분명히 있다. 남을 끌어내리고 자신이 까치발을 해봤자 ‘노자’에서 보았듯이 그것은 오래갈 수 없다.
이제 내후년이면 우리 한인 이민역사도 100세가 된다. 건설적인 갈등과 대립 속에서 100세가 되는 한인사회답게 성장해야 한다. 네가 하면 나도 할 수 있다는 식의 끌어내리고 내려 밟기보다는 부족한 것은 내가 또는 우리 단체가 도울 수 있다는 사고방식을 가질 때 한인사회의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 남을 무시하고 제아무리 앞서가고 높아져 보았자 ‘기자불립, 과자불행’이라 하잖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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