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서울에 가보면 반D.J 반호남 기류가 대단한 걸 느낀다. 그것은 광기에 가까울 정도라는 어느 교수의 표현이 결코 과장이 아닌 성싶었다.
아니 굳이 서울에 가지 않더라도 아침저녁으로 LA에서 방송되는 두 라디오를 통해 고향소식이라면서 전해주는 김 아무개, 이 아무개씨 등의 목소리가 요즘 들어 부쩍 톤을 높이고 있는 걸 들어봐도 알만한 일이다.
오죽하면 지방의 보궐선거이긴 했지만 텃밭인 호남에서조차 무소속 후보에게 자리를 내어줬겠느냐는 것이다.
하기야 올 들어 가장 믿었던 남북문제가 뒷걸음을 치고 있는 데다 국제유가와 환율의 인상으로 수출과 수입이 동시에 비상이 걸렸고 겨우 잠잠해지는가 싶었던 의약분업 문제가 의료보험의 엄청난 적자로 다시 도마 위에 올려지는가 하면 교육문제며 재벌개혁과 실업자 문제며 무엇하나 화끈하게 해결되는 게 없으니 국민들이 등을 돌리게 된 것도 무리는 아닐 것으로 보인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데모하는 노조원은 왜 그렇게 피가 나도록 때려서 아작을 만들어 버렸으니 정부측으로 봐서는 되는 일 하나 없이 만사가 꼬이기만 하느냐며 울상을 짓게도 되어버렸다.
결코 새삼스런 징조가 아니다. 출발 때부터 온통 비우호 세력에 포위된 상태에서 시작된 정권이라, 마음놓고 일할 수 있는 여건이 아니기는 했었다.
그러나 그와 같은 태생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좀더 과단성 있고 일관성 있게 추진해 나가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기회가 없는 것도 아니었었는데 우왕좌왕하다가 실기해 버린 것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렇게 된 데에는 야당도 야당이지만 무엇보다 언론의 협조를 끌어내지 못한 취약성이 가장 큰 원인으로 드러나고 있다.
언론은 언뜻 여기에 동의하지 않고 싶을 것이다.
"협조할 만 했으면 했지 우리가 잘 했어도 비판만 했겠느냐?고... 그러나 솔직해야 한다. 진실을 생명으로 삼는 언론이 이제라도 솔직해져야 한국의 언론이 살고 한국이 사는 길이다.
돌아보면 그때 정치권력이 바뀌었지 언론권력이 바뀐 것은 아니었었다. 보수언론에 50년 동안 수구기득권 세력의 나팔수 노릇을 해오던 지식인의 활약은 더욱 활발해져 당초부터 이 정권을 흔들기로 작심하고 사사건건 트집잡기에 나섰던 것이다.
여기에 소위 빅3 신문이 앞장선 것은 세상이 다 아는 일이다. 그들은 정치권력을 비판하는 것만이 지식인의 사명으로 알고 눈만 뜨면 입에 거품을 물고 정부를 공격해 댔다. 과거 어떤 신문이 정부에 대해서 그렇게 대든 적이 있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가히 언론권력의 전성시대였다 그러나 그들은 크게 간과해 버린 것이 있었다. 비판이 언론의 사명인 것만 알았지 모든 기대와 주문과 요청을 정권에만 쏟아냈을 뿐 사회의 모든 부분을 문제삼고 비판에는 눈을 감았던 것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 언론사상이 과거 군주와 정부로부터 언론은 자유로워야 한다는 자유주의로부터 20세기 들어서는 강력한 사회 책임론으로 바뀌고 있는 것을 외면했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시민사회의 언론이 바뀌어야 된다는 거센 요청 앞에서도 매일같이 자기네 지면을 활용해 정권이 시민단체를 앞세워 언론을 장악하려 한다고 생떼만 쓰고 있는 것이다.
이들 빅3 보수언론들은 김대중 정부의 대북 정책을 DJ 개인플레이로 폄하하면서 그 대북 정책을 공격해 남북 대결주의로의 회귀를 주장했으며 여기에 교묘하게도 동서의 지역감정을 끊임없이 조장하고 활용해 왔던 것이다.
미국의 부시 행정부가 들어선 뒤 남북 화해가 일시 중단사태를 벗고 있는데도 이를 보수언론들은 미국의 대한반도 정책을 나무라는 대신 한국 정부의 대미정책을 비난하며 한미 갈등을 부추기고 있는 추태를 보이고 있을 뿐이었다.
한국에 엽기적이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 요즘 반DJ 언론인들의 글과 말은 그야말로 엽기적인 수준에 이르고 있다. 그리고 뒤늦게나마 한국의 지성을 대표하는 종교인 교수들이 부시 정부에 남북의 화해 정책을 지지하도록 촉구한 것은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세금의 탈루혐의나 사주들의 비리 포착설 때문이 아니라 참으로 한국의 내일을 위해서 이제는 언론이 크게 바뀌게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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