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화는 7학년일 때 처음 우리 클리닉에 오기 시작했다. 7학년생치고는 겉모습이 대학생 같이 성숙해 보이기는 했지만 말하는 것이나 행동이 아주 순진하고 어려서, 어떻게 보면 ‘나이는 못 속이는 구나!’ 할 정도로 천진난만하게 굴었다.
I.Q.가 155(Stanford-Binet)이었고 S.O.I.(Structure of Intellect) tests에서 가장 우수한 scale로 판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경화의 학교 성적은 아주 좋다가도 못 할 때는 C 정도가 아니고 D에서 헤매기도 했다. 경화는 좋아하는 과목은 A를 받고 싫어하는 과목은 C, D를 받을 정도로 성적이 고르지 않았다. 경화 어머니의 말을 빌리면 집에서 다그치고 야단을 맞으면 다 A를 받고 이제 괜찮은가 보다하여 조금이라도 수월히 하면 다시 바닥을 헤맨다고 했다.
경화가 처음 클리닉에 왔을 때 문제가 있었다면, 무엇이나 너무 빨리 해버리는 것이었다. 혹시 아무렇게나 적당히 해놓는 것이 아닌가 하고 유심히 관찰하였으나 모든 것을 완벽하게 다 잘 했다. 아무리 어려운 것을 자기 수준에 맞게 주어도 비슷한 현상이었다.
부모의 말씀이나 학교 성적을 못 믿는 것은 절대로 아니지만(성적표 자체를 내 손에 들고 있었음) 도저히 믿어지지가 않았던 어느 날 경화가 클리닉에 늦게 왔다. 아니 늦게 왔다기보다는 우리가 문을 닫기 30~40분전에 도착했다. 자동차 타이어의 공기가 빠졌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 설명을 너무나 잘 해서 그 아이의 이야기에 마구 빠져 들어가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그런데 이렇게 늦는 것이 1~2번이면 경화의 재미있는 이야기, 어쩔 수 없이 닥친 일들 등을 믿어 주겠는데 번번이 그러는 데는 어느 바보도 그 아이의 말을 믿을 수가 없었다(어머니와 연락을 해 보니 매번 제시간에 자동차로 데려 주었으나 7학년이나 되었으니 손목을 잡고 내 앞에까지 데려다 주지는 않았다 하셨다). 그 후로는 경화의 거짓말(?)을 경화의 허락 하에 일일이 녹음을 했다.
1. 비록 거짓말이라도 경화의 표현력이 너무나 탁월하였다. 더 자세히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경화는 비상한 단어를 썼고, 그냥 청산유수로 말만 잘하는 것이 아니라 조리 있게, 생각의 정리정돈도 잘 되어 있었다. 서론, 본론, 결론 등으로 말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앞뒤가 잘 맞게, 즉 원인이 있으면, 결과를 이야기하고 요약을 하면 요점을 말 할 줄 아는 등 유난히 그 말의 표현력이 우수하였다.
이 녹음을 조교를 시켜서 모두 글로 만들어 경화에게 주었다. 내 앞에서 자기가 한 거짓말을 읽는데 눈물을 흘리며 울지를 않나 또 한편으로는 웃지를 않나! 경화의 감정의 풍부함에 나는 더욱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영재 아이의 E.Q.는 지면상 따로 다루겠음).
2. 경화의 어휘력이 참으로 높았다. 경화는 누구보다도 책을 많이 읽었다. 재미있는 책을 물론 볼테르에서 플라톤까지 안 읽은 책이 없었다. 경화와 필자가 나중에 아주 친해진 뒤에 경화에게서 이런 고백을 들었다.
"글쎄! 생각해 보세요.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공부만 하라는데, 하려니 재미는 없고 엄마는 컴퓨터도 못하게 하고 친구하고 놀려고 해도 깊이 사귈 만한 아이들도 없고… 그저, 할 수 있는 일이란 책 읽는 일밖에는 없으니까요!"
"그래 너는 도대체 어떤 책을 읽는데?"
"도서관에 있는 책이라면 거의 아무거나 다 읽었어요. 저는 명작이 따로 있는 줄도 몰랐어요! 요사이 클리닉에 와서 책 읽는 법도 배우고 왜 이런 책이 명작인지도 알았어요"
학자들이 거듭 반복하는 연구 보고에 따르면, 단어란 경화 같이 자꾸 읽는 것을 통하여 접하면 저절로 자기 것이 된다는 것이다(최소 7번에서 최고 42번을 읽는 문장을 통해 접하면 자기도 모르게 저절로 알게 된다). 경화는 자기 자신이 수준 높은 어휘력을 갖고 있다는 것도 몰랐다.
3. 경화는 알고 싶은 일도 많았다(inquisitiveness). 그 많은 책을 읽고 거기에 나오는 내용을 그저 아는 것이 아니고, 그 것과 연결된 다른 것도 알려고 들었다. 예를 들어 Edith Wharton의 The Age of Innocence를 읽혔더니 19~20세기 상류층의 가치관, 생활 스타일, 허식(pretense) 등에 대하여 대단히 깊은 관심을 보였다.
4. 지식과 정보를 자기 나이에 비해 많이 소유하고 있다 (wide knowledge and information).
경화와 대화를 하고 있으면 필자 자신이 7학년 아이나 다름없는 연령과 이야기를 한다는 것을 잊을 지경이다. 너무나 많은 정보와 지식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예로, "조지 워싱턴이 어려서 집에 있는 과일나무를 잘랐다는 이야기 아시죠? 그런데, 그런 허황된 거짓말이 왜 생겨난 줄 아세요?"
"글쎄, 그 것이 역사적으로 정확하지 않다는 사실이라는 것 밖에는 모르는데."
"예전에는 교육을 모두 교회에서 시켰는데, 미국 교육제도가 정부(state)로 넘어간 후에 성경에서 말하는 ‘거짓말하지 말라’를 가르치는데 성경에 그렇게 쓰여 있다고 하면 성경을 가르치는 것 같이 보이니까 누가 미국 초대 대통령이 이렇게 정직했다는 것으로 가르치자고 해서 만들어진 일화라고 해요. 즉, 정부에서 가치관을 가르쳐 보려고 한 것이지요!"
경화가 나이에 비해 많은 정보를 갖고 있는 것까지는 알았지만 경화는 정보를 정보로만 끝내지 않았다. 즉 그 정보를 응용할 줄 알았다.
5. 판단력이 높았다(superior judgement).
같은 정보를 가지고도 가치관 교육이 교회에서 정부로 넘어오게 될 때 일어난 사실 등을 알아낸 것은 경화가 반드시 책을 많이 읽은 데서만 오는 것이 아니고 한 걸음 더 나아가 월등한 판단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결론>
지난 3주일에 걸쳐서 쓴 영재들의 특징을 종합하자면:
1. 호기심이 무한정이다(curiosity).
2. 스스로 무엇이나 하려고 든다(initiative).
3. 자신의 특유한 생각이 많다(originality).
4. 판단력이 높다(superior judgement).
5. 어휘력이 높다(superior vocabulary).
6. 알고 싶은 일이 많다(inquisitiveness).
7. 많은 지식과 정보를 나이에 비해 이미 많이 알고 있다(wide knowledge and information).
8. 표현력이 풍부하다(discriminative expression).
9. 주위를 보는 식견이 다르다(perceptually open imagination).
10. 성숙이 빠르고, 가끔 또 빨리 배운다(rapid learning).
11. 비상한 분석 능력을 갖고 있다(visualizing relationship).
참고로 한 학생이 11조항을 다 구비한 영재는 없고, 그 중에서 한 종목이라도 우월하면 영재에 속하며, 또 영재 학생에게는 자연히 문제도 따르게 마련이다.
(더 자세한 영재교육에 대한 영문판이 있음을 알립니다. 자녀의 독서수준을 미리 알아야 도움이 됩니다.)
문의 (909)861-79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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