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대중문화 최초의 페미니스트 주인공 원작자는 심리학자, 동성애 남자 팬 많아
성조기 무늬 팬티의 비키니 차림으로 금색 올가미를 옆에 차고 미국의 적을 무찌르는 만화주인공 ‘원더 우먼’이 올해로 환갑을 맞는다. 도서관 사서 같은 안경을 쓴 얌전한 여자가 벽장속에서 전혀 다르게 변신하고 나온 모습을 보면 미국, 애국주의, 고대 그리스, 신들, 민주주의의 이상, 여전사등 무의식 속에 잠겨있던 여러 가지 상념을 자극한다.
‘DC 코믹스’사가 월간 발행하는 ‘원더우먼’ 만화책의 삽화가이자 공동 집필자인 필 히메네스는 연필로 시작한다. 우선 그녀의 얼굴을 그린 후 목과 드러난 어깨선을 그린다. 그리고 봉긋 솟아오른 가슴에서 빛나는 두 개의 W자로 이동한다.
참고용으로 히메네스는 속옷 카탈로그와 여성 보디빌더 잡지에서 잘라 모은 사진들을 편리하게 바인더에 묶어 두고 들춰보지만 그는 자신의 주인공에게 겉모습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알고 있다. “원더우먼에게는 아무 문제가 없기 때문에 일반이 그녀와 공감하기가 난해합니다”
그러나 원더우먼에게도 한가지의 문제는 있다. 만화업계 잡지 ‘위저드(Wizard)’가 이달 호에서 선정한 가장 잘 팔리는 만화책 100권 중에 86위를 차지했을 정도로 세상 사람들 대부분에게 잊혀졌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여전히 알아 보는 사람은 많다.
이것이 바로 한물간 우상에게 일어나는 일로 이들은 어떤 정황이나 나이를 짐작하게 하는 단서, 한때는 무언가의 은유였을 수도 있었던 낡은 생각조차 없이 할로윈 분장 같은 것으로 잘 등장한다.
원더우먼의 존재에는 어떤 깊은 의미가 있었을까? 페미니즘? 사랑? 희생? 원더우먼을 탄생시킨 작가였던 심리학자는 어린 소년들이 여성의 전형을 품도록 하고 싶었다지만 히메네스는 “원더우먼은 써서 표현하기에 매우 어려운 캐릭터라 많은 사람들에게 원더우먼은 단지 그녀가 입은 의상만 의미했다”고 말한다.
원더우먼을 동경하며 자란 히메네스는 캘리포니아주 오렌지 카운티에서 고등학교를 마치고 90년대 초반에 전문적으로 그림을 그리기 위해 뉴욕에 자리 잡았다. 결국 30세가 된 지난 가을, 꿈에 그리던 작업인 원더우먼을 돌보고 먹이는 일을 맡게됐다.
우연의 일치인지 원더우먼 숭배자와 불변의 팬은 히메네스와 같은 동성애 남성들이었다. 사실 그간 많은 여성 작가들은 이 작업을 피했으며 이성애 남성들은 지나치게 흥분하여 원더우먼을 “터미네이터 아가씨”로 변질시켰다. 히메네스의 말을 빌면 “너무나 원더우먼답지 않은” 모습이었다.
원더우먼은 지난 1941년, 하버드에서 교육받은 심리학자로 부업으로 몰래 만화책을 쓰던 윌리엄 물튼 마스튼에 의해 세상에 등장했다. 괴짜였던 마스튼은 하버드에서 거짓말 탐지기로 이어진 연구를 개척한 바 있으며 1930년대 초반에는 헐리웃 제작자 컨설팅을 시작했다. 그는 색채와 음향효과에 대한 영화관객들의 반응을 테스트하는 한편 그리스-로마 신화와 역사에 관한 싸구려 호색 소설도 썼다.
기본 시나리오는 원더우먼이 스티브라는 남성과 혼인서약을 하기 직전 세계를 지배하려는 무리들로 인해 결혼식이 중단된다는 식으로 언론에 의해 “원더우먼”이라 별명지어진 그녀는 곧 나치 남작부인, 허영투성이 치타, 끈적끈적한 외계인등 다양한 적과 싸우기 시작했다.
그러나 60년대 말, 만화책 판매가 부진해지면서 스티브는 암살됐고 원더우먼은 초능럭을 잃은 후 성조기 팬티 대신 최신 미니스커트를 입었는데 이 무렵 원더우먼을 살려낸 사람이 바로 글로리아 스타이넘이다.
1972년에 창간된 여성해방 잡지 ‘미즈’의 창간호 표지로 원더우먼을 기용, 마스튼이 본래 의도했던 페미니스트 지지 의사를 살려낸 것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에게 원더우먼을 기억하게 한 것은 1976-79년에 린다 카터가 주연한 TV시리즈였다.
그러나 TV 쇼도 결국 취소됐고 만화책도 안 팔리게 됨에 따라 원더우먼은 거의 지루함을 면하기 위한 방책으로 스티브와 결혼했고 당시 십대이던 히메네스를 포함한 오랜 독자들은 원더우먼에게서 떠나갔다. 대부분이 남자였던 대본과 삽화를 책임지던 사람들조차 그녀를 사랑하지 않게 되었는지 원더 우먼은 328편 연속 발간후 1985년 정간됐다.
이 만화의 현재 판은 1986년 새로 시작됐으며 올해 히메네스는 원더우먼 탄생 60년 기념판을 낼 생각이다. DC의 발행인 지넷 칸은 “원더우먼은 대중 문학 최초의 페미니스트로 특히 여성들에게 큰 의미를 갖는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많은 재능있는 작가와 화가들이 그려온 원더우먼이 히메네스의 손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어 기쁘다는 칸은 자신도 원더우먼을 다시 읽기 시작했다는데 ‘AOL 타임 워너‘의 자회사인 DC는 마스튼 상속인들과의 계약상 이 만화책을 정기적으로 발행해야 판권을 유지한다.
한편 할리웃이 원더 우먼 영화를 만든다는 소문이 다시 나돌며 주인공으로 머라이어 캐리, 샌드라 블록, 캐서린 지타-존스등의 이름이 들먹여지고 있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