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살기 위한 일인데 상도가 무슨 필요인가?” 자유시장 경제사회인 미국에서 이렇게 말한다면 할말이 없다. 그러나, 먹고 살만큼 있는 사람이 상도의를 무시한다면 분명 문제가 된다. 그 문제란 남을 죽여도 나만 더 벌어먹겠다는 욕심이 가중된 상식이하의 몰가치성이 내재해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같은 동족끼리 이런 상황이 벌어진다면 매우 슬픈 일이다.
약 10년전 일이다. 아내는 내가 대학원에 공부하러 LA에 내려가 있는 사이 뉴욕 퀸즈에 작은 네일살롱을 차려 운영했다.
그런데 일 잘하던 매니저가 아무런 얘기도 없이 바로 옆에다 네일살롱을 오픈했다. 한 블락도 아니요 길 건너편도 아닌 한 빌딩내 한 층의, 가게 몇 개 건너에 똑같은 업종을 차린 것이다. 그리고 매니저는 단골손님들을 모두 빼앗아갔다. 어처구니 없이 당한 이 상황에 아내는 홧병이 도져버렸다. 끝내 아내는 몇 년동안 일구어온 가게를 헐값으로 처분할 수 밖에 없었다. 그 상처는 지금도 남아있다.
이런 일이 한인사회 도처에서 계속해 일어나고 있는 현상을 본다. 한편으로는 “해도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이 든다. 또 한 편으로는 “도데체 왜 한국사람들은 이렇게까지 해야 할까” 하는 자책에 가까운 안타까움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남이사 죽던 말던 나만 잘 살아보겠다”는 가치관이 한인 상가에 판을 치면 서로 죽이는 결과밖에 남지를 않는다.
하루 이틀에 해결될 사항이 아닌 이런 몰가치한 한인들의 상도를 두고 곰곰히 생각해 본다. “도대체 이유가 뭘까” 하며. 그 이유중 하나로 일본이 한국을 지배했던 36년을 꼽고 싶다. 일본은 한국을 식민지화 한후 여러가지 식민지 정책을 펼쳤다. 그중에는 언어말살 정책, 또는 창씨 개명 등이 들어있다.
그런데 일본이 한국을 식민지배하면서 한국사람을 뭉치지 못하게 분산정책을 쓰지 않았나 싶다. 식민지 사람들이 서로 협력해 잘 뭉치고 화합해서 좋을 일이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36년이란 긴 세월이다. 일본이 36년 동안 세뇌시킨 분산정책이 한국 사람들의 뇌리에 유전처럼 내려와 지금도 서로 돕지 못하는 게 아닐까.
문제는 우리 자신들에게 있다. 말로만 서로 더불어 살아가자고 하면 그건 구호에 그치고 만다. 이민자들은 이역만리 태평양 건너 미국에 와 살고 있다. 문화가 틀리고 언어가 다르다. 수많은 어려움을 함께 겪으며 서로 도와야 한다. 그렇게 도와도 먼저 이민 온 타국의 사람들을 따라잡자면 많은 고비들을 넘겨야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은 동포끼리 도와주지는 못할 망정 서로 죽이지 못해 안달한다면 2세와 3세들이 1세들의 이런 행태를 보며 무엇을 배우고 깨달을 수 있을까. 또 과당경쟁에서 밀려난 동포들의 아픔과 상실한 생존권의 문제는 누가 해결해 줄건가.
천국과 지옥의 차이는 분명히 있다. 천국과 지옥에 있는 사람들에게 똑같이 기다란 스푼을 주고 그 끝만 잡고 음식을 먹게 했다한다. 그런데 천국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포동포동 살이 붙었다. 지옥에 가보니 사람들이 모두 뼈만 남아있다. 왜 그럴까. 천국에 있는 사람들은 긴 스푼에다 음식을 떠서 서로 먹여주었다. 지옥에 있는 사람들은 긴 스푼에다 음식을 떠서 자신만 먹으려고 했다. 그러니 긴 스푼에 담긴 음식은 다 쏟아지고 먹을 수가 없었다. 자연히 먹지 못하니 마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우화같은 이 얘기를 흘려 들을 수만은 없다. 과당경쟁을 시도해 같은 혈족까지도 죽이려 하는 몰가치한 상인들은 천국의 논리인 상생의 법칙을 배워야 한다. ‘너죽고 나살자’가 아닌 ‘너도 살고 나도 살자’의 ‘윈윈게임법’을 지금이라도 체득해야만 한다. 그래야 한인사회가 타민족을 앞지르고 우뚝 솟을 수 있다.
사람나고 돈 났지, 돈 나고 사람난게 아니다. 돈 보다도 더 중요한게 인간이다.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건 생존권이다. 과당경쟁은 생존권을 위협한다. 경쟁에 밀린 사람들은 평생을 상처받고 살아야 한다.
미국에 살면서 중국계나 일본계 혹은 유태인들이 한인처럼 과당경쟁을 벌인다는 말은 못들어봤다. 그래도 그들은 잘살아간다. 한인들이라고 서로 돕고 살라지 말란 법은 없다.
지금부터라도 서로 위하며 사는 민족애를 발휘해 보자. 양보하고 받들어 주자. 돈은 조금 벌어도 다 같이 잘살아 가는 한인이민자들이 되어보자. 100년, 200년, 아니 1000년 후의 후손들에게 “이민온 조상들은 서로 협력해 아름다운 삶의 방법을 우리에게 물려주었다”는 말을 들을 수 있도록. 과당경쟁은 오늘부터 ‘뚝‘ 끝치는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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