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젊음의 집’ 학생들에게 지난 한 주는 아픈 한 주였다. 지난 주말 코리아타운의 한 PC방 앞에서 벌어진 총격사건으로 목숨을 잃은 소년, 중상을 입은 소년이 모두 같이 공부하던 친구들이었기 때문이다.
‘젊음의 집’ 학생들은 몹시 힘든 사춘기를 보내는 아이들이다. 일반학교에서 자퇴하거나 퇴학을 당한 아이들이 고교과정을 마치기 위해 이 학교에 온다. 대부분 극도의 반항과 방황으로 그 자신은 물론 부모도 나락으로 떨어지는 절망을 경험한 학생들이다. 이제 그 아픔을 뒤로하고 인생을 새롭게 추스르는 과정인데 친구가 총탄에 맞아 목숨을 잃었으니 충격이 클 수밖에 없다.
“어려서는 그렇게 사랑스러웠는데… 저 아이 정말 내가 낳은 아이 맞아요?”
사춘기 딸 때문에 속썩는 한 주부의 하소연이다. 엄마 얼굴만 봐도 세상을 다 차지한 듯 방글방글 웃고, 엄마 몸에 닿고 싶어 팔이나 다리 하나라도 기어이 걸치려 들던 아이. 그런 아이가 언제부터인가 찬바람 쌩쌩 날리며 전혀 딴 사람처럼 구는 경험을 10대 자녀 키운 부모라면 대부분 경험한다. 대개는 시간이 지나면서 이전의 사랑스런 모습으로 돌아오는데 이따금 회복하기 어려울 만큼 멀리 빗나가버리는 경우들이 있다. 가출, 마약, 폭력, 임신… 소위 문제아가 되는 것이다.
무엇이 아이들을 탈선의 내리막길 앞으로 내모는 것일까. 여러 요인들이 있겠지만 청소년 방황의 첫 시작에 필요조건처럼 자리잡고 있는 것은 부모의 무관심이다. 부모가 너무 바빠서 자녀들에게 관심을 기울여주지 못하는 것이다. 이민가정에서 부부가 생업에 매달리다 보면 아차 하는 순간에 생기는 일이다. “아이들 방황은 결국 다 부모 탓이다”는 것이 주부 K씨의 결론이다. 사춘기 방황에 관한 한 그는 경험이 많다.
‘젊음의 집’에 딸을 보내는 그는 1.5세로 그 자신이 어려운 사춘기를 보냈다. 밤낮으로 일만하던 부모를 대신해 동생들 키우고 살림하느라 외출 한번 제대로 못하며 자랐다. 사춘기 소녀로서 자신의 욕구와 필요에 대해서는 관심조차 없던 부모에 반항하느라 가출도 해봤고 집이 싫어서 대학도 마치지 않고 결혼을 했다.
그런데 딸을 통해 겪은 방황에 비하면 그 자신의 방황은 아무 것도 아니었다. 딸은 13세 되던 어느 날부터 학교 수업을 빼먹고, 외박을 시작하더니, 가출을 하고 한때는 마약 장사까지 했다. 3~4년 방황하던 딸이 마음을 잡고 새 생활을 하게 되기까지 그는 신앙 하나로 버텼다. 그 딸을 그 길고 고통스런 방황의 길 앞으로 등 떠민 것은 무엇이었을까.
“아이들은 모두 관심을 원해요. 딸이 정신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걸 알면서도 충분한 관심을 주지 못했어요. 당시 내 형편이 너무 어려워서 여유가 없었지요.”
부모들의 본의 아닌 무관심과 아울러 아이들을 부모에게서 밀쳐내는 것은 한인 부모들의 턱없는 부정적 언행이라고 본다. 이따금 미국 가정에 가보면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참 칭찬을 잘한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눈에는 별로 칭찬할 만한 게 아닌데도 따뜻하게 칭찬해서 아이들을 기분 좋게 한다. 한인부모들은 워낙 여유 없는 생활을 해서 그런지 언행이 지나치게 부정적인 경우가 많다. 습관적으로 부정적 기운을 내뿜어내서 아이들을 질리게 만든다.
4월초 부산시 청소년 종합상담실은 10년간의 상담을 토대로 아이들이 부모에게서 제일 듣기 싫어하는 말들을 뽑아 소개했다. 이런 말들이다. ‘너 같은 애는 내 자식이 아니야’‘형은 안 그런데 너는 왜 그래’‘너는 몰라도 돼’‘네가 그렇지 뭐’‘나가 버려’‘빨리빨리 해. 답답해 죽겠다’등.
부모들은 별 생각 없이 내뱉는데 자녀들은 상처를 받는 말들은 그 외에도 더 있다. ‘커서 뭐가 되려고’‘넌 왜 맨날 그 모양이니’‘뭐 하나 제대로 하는 게 없어’‘누구 닮아서 저 모양이야’… 집안에서 냉기를 느끼면 아이들은 밖으로 나간다.
식물이 싱싱하게 자라려면 햇빛이 필요하듯이 사람도 햇빛이 있어야 건강하게 자란다. 정신적인 햇빛이다. 따뜻하게 감싸고 기를 살려주는 칭찬이라는 햇빛이다. 부모는 자녀의 삶의 기후를 좌우하는 큰 힘을 가진 존재다. 아이들에게 왜 아낌없이 햇빛을 내려주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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