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D 애니메이션 <슈렉> 디즈니 만화 관습을 뒤집고…
기발하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비꼬는 것도 그렇고, 온갖 영화를 패러디해 쉴새 없이 사람들을 웃기는 것도 그렇다.
목소리 연기를 맡은 <오스틴 파워>의 마이크 마이어스(슈렉 역)와 <메리에게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미녀 삼총사>의 카메론 디아즈(피오드 공주 역), <닥터 두리틀>의 에디 머피(당니귀 역)의 행동과 이미지를 쏙 빼 닮은 인물설정. 오죽했으면 카메론 디아즈가 처음 완성된 영화를 보고는 비명을 지르며 밖으로 나갔다 돌아와서는 “내 영혼을 도둑 맞았다”고 했을까.
드림웍스SKG’에는 이니셜이 S인 천재 스필버그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애니메이션에 관한 한 이니셜 K인 카젠버그도 천재이다.
5월 18일 미국에서 개봉하는 드림웍스의 두 번째 3D 컴퓨터 애니메이션 <슈렉(Shrek)> 은 처음부터 디즈니가 그동안 쌓아온 아름다운 상상과 동화의 세계를 뒤집어 조롱하기로 작정했다.
<미녀와 야수>의 야수같이 못생기고 성질 사납고 지저분한 숲속의 괴물 도깨비 슈렉은 멋진 왕자로 돌아오지 않고, <백설공주>에 나오는 마법의 거울은 난장이에 가까운 파콰드 황제에게 TV퀴즈쇼 처럼 선다형 문제로 왕비감을 선택하라고 한다.
황제가 신데렐라나 백설공주를 마다하고 선택한 익룡(날개달린 용)의 성에 갇힌 피요드 공주가 알고 보니 추녀란 사실, 해바라기를 사랑의 고백을 위한 꽃으로 등장시킨것도 디즈니 애니메이션에 대한 야유이다.
기존 영화의 차용과 페러디도 혀를 내두를 만하다. 트림과 방귀 등 온갖 지저분한 행동을 하는 슈렉은 오스틴이고, 외모부터 카메론 디아즈를 닮은 피요드는 푼수끼를 보이다가도 <미녀 삼총사>의 나탈리 처럼 멋진 무술을 선보인다.
불을 뿜는 익룡은 <드래곤 하트>에서 왔고, <매트릭스>의 액션과 <와호장룡>의 휘날리는 옷자락 소리까지 끌어 들였다.
여기에 피요드가 고음의 노래로 새를 죽이고, 뱀과 개구리에 바람을 넣어 풍선을 만드는 기발한 상상력으로 <슈렉>은 20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드림웍스 시사실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미국 윌리엄 슈티익의 동화에서 인물을 따온 <슈렉>은 슈렉이 피요드 공주를 구해오면서 겪는 갖가지 에피소드와 못생긴 자들의 진실한 사랑을 이야기한다.
앤드류 애덤슨 감독은 <미녀와 야수>를 보고 “야수가 야수로 남아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완벽하고 아름다운 기존 동화의 관습을 모두 뒤집어 보기로 했다고 한다.
그의 말처럼 뒤집기는 물론 ‘오마쥬(숭배)’의 다른 표현이기는 하지만 <슈렉>은 누가 봐도 ‘디즈니를 쏴라’임에 틀림없다.
이런 배반이 즐겁고 통쾌한 것은 <슈렉>의 뛰어난 아이디어에도 있지만 그만큼 오랫동안 동화세계를 지배해온 디즈니의 관습과 이데올로기에 대한 불만이 있었다는 증거이다.
칸영화제도 비슷한 마음인지 <슈렉>을 올해(제54회) 본선 경쟁작으로 뽑았다. 애니애니메이션으로는 사상 처음이다. 국내는 7월14일 개봉.
"칸 영화제 초청받아 기뻐"
■감독 제프리 카젠버그 제프리 카젠버그는 흥분했다. <슈렉> 이 올해 칸영화제 경쟁작에 들어간 것은 " ‘글래디에이터’가 아카데미상을 받은 것 만큼이나 기쁜 일" 이라고 했다. "진지한 영화제에 초청받은 것은 엄청난 성과" "칸에서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영광" 이라는 등.
10년간 몸 담았던 디즈니에서 나와 그들과 맞서고 있는 카젠버그로서는 어떤 방식이든 디즈니의 관습을 까발리고 뒤집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그 반대" 라고 했다.
"디즈니의 오랜 전통을 존중하지 않았다면, 그들의 캐릭터가 사랑받지 않았다면, <슈렉>이 그것을 갖고 놀 수도 없었다. 오히려 디즈니에 대한 오마쥬(숭배)이다."
그의 말이 <슈렉>만큼이나 디즈니에 대한 조롱으로 들린다. ‘한번도 가보지 않은 세상, 애니메이션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 란 그의 작품 기준에는 ‘디즈니와 다른 길’ 도 들어있고, 그 전략으로 <개미>와 <이집트 왕자>는 성공했다.
물론 <엘도라도>처럼 실패도 있었다. "평범했고 환상이 적었다. 고통스럽지만 실패에서도 배운다. 다른 영화사들이 디즈니에 도전하다 실패한 이유는 한번 실패하자 포기했기 때문이다."
최근 드림웍스가 컴퓨터 애니메이션사 PDI를 자회사로 흡수한 것도 보다 적극적인 힘 기르기다. 벌써 차기작 2편도 제작중이다.
<스피리트>는 1800년대 서부의 야생 말을 주인공으로 한 전통적인 2D이고, 3D 애니메이션 <터스커>는 코끼리 떼가 모험에 나서는 액션 어드벤쳐물이라고 했다.
로스앤젤레스= 이대현기자 leedh@ 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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