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뒤 숨은이야기들 영화 <친구>의 흥행 기세가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지난 달 31일 개봉한 <친구>(씨네라인2, 곽경택 감독)는 지난 23일 전국 400만 관객을 넘어섰다. 전 국민이 ‘놀라운 흥행 성공’이라며 입을 다물지 못했던 <공동경비구역 JSA>(전국 580만 명) <쉬리>(전국 578만 명) 등을 월등히 능가하는 추세다. 현재 분위기라면 <친구>는 흥행 신기록은 물론 전국에서 700만 명 대의 엄청난 관객을 동원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친구>가 낳는 화제 또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모든 남자들은 "자기 이야기"라고 떠든다. <친구>가 모든 남자들이 시작했다 하면 열을 올리는 "내가 군대있을 때 말이야."의 군대 이야기를 능가한 최초의 이야기가 된 느낌이다. <친구>가 낳은 화제의 일부를 살펴본다.
음지서 일한 제작진까지 사상 최고 10억 보너스▲사상 최고의 보너스
<친구> 제작의 일등공신이나 마찬가지인 전액 투자사 코리아픽처스의 김동주 대표는 전국 관객 300만 명이 넘자 "모든 스태프에게 총액 10억 원의 보너스를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이 공개 약속은 영화계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흥행 보너스를 지급하는 것은 영화계 관례이나 웬만한 영화 한 편을 더 만들 수 있는 액수인 10억 원을, 그것도 제작진 모두에게 고루 나눠주는 것은 단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동주 대표는 "음지에서 고생한 제작 스태프 모두에게 반드시 보너스를 주겠다"고 거듭 확인했다. 김 대표는 "지금까지 대부분의 흥행 보너스는 주연배우나 감독에게 집중됐다. 그러나 우정을 이야기하는 작품을 만든 사람들까지 성과물을 공유하지 않으면 <친구>의 메시지가 공허해질 것이다. 그래서 흥행 수익을 제작진과 나누겠다고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선 "지나친 선심 아니냐"고 눈총을 주고 있지만 대부분의 영화인과 팬들은 "멋지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제작진에선 "정말이냐"고 의아해 하고 있다. 그 때마다 코리아픽처스에선 "흥행 수익이 투자사로 돌아오는 8월 이후에 반드시 지급한다"고 답하고 있다.
’공동제작’ JR 픽쳐스 이름 하나 내걸고 횡재
▲사상 최고의 횡재?
<친구>는 신생 영화사 씨네라인2(대표 석명홍)의 창립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씨네라인2에서 오랜 기간 제작을 준비했고, 씨네라인2 책임 아래 <친구>는 만들어졌다.
그러나 영화 타이틀엔 씨네라인2와 JR픽쳐스의 공동 제작으로 돼 있다. JR픽쳐스는 아직까지 영화 한 편 만든 적 없는 신생사. 더욱이 <친구>의 기획 촬영 마케팅 등 어떤 분야에도 직접 참여를 한 적 없는 영화사다.
그러면 도대체 무슨 이유로 <친구>에 ‘공동제작’이란 이름을 걸 수 있었을까.
JR픽쳐스의 대표는 안창국씨. 그는 장동건의 매니저 일을 오랜 동안 했던 안창화씨의 친형으로, 평소 영화 제작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JR픽쳐스란 영화사를 설립해 두고, 장동건을 주인공으로 염두에 둔 작품을 준비 중이었다.
이 때 <친구> 쪽에서 장동건 캐스팅을 의뢰했고, 이에 안창국 대표는 ‘나도 공동 제작자로 참여할 수 없겠느냐’는 뜻을 은근히 내비쳤다. 크랭크인이 코 앞으로 다가와 다급한 처지였던 제작사 씨네라인2와 투자사 코리아픽처스는 장동건 만큼 동수 역과 어울리는 배우가 없다고 생각해 결국 안창국씨에게 ‘공동 제작자로 이름을 걸어주고, 흥행 수익에서 일정 지분까지 떼주겠다’고 약속한 뒤 장동건과 출연 계약을 맺을 수 있었다.
이 때문에 안창국씨는 <친구>의 공동 제작자로 이름을 올릴 수 있었고, 10억 원대의 흥행 수익까지 기대할 수 있게 됐다.
’곽 감독 매제’ 정지우 감독 TV CM연출 자청 ‘선물’▲친구야! 친구보러 가자!
<친구>는 마케팅에서도 많은 화제를 낳았다. <친구>의 개봉 3주차 때 서울 시내 거리엔 ‘친구야 친구보러 가자’란 글만 새겨진 벽보가 여기저기 붙었다. 한 인터넷 업체가 효과를 톡톡히 본 ‘선영아 사랑해’란 광고 카피와 흡사한 벽보였다.
이는 <친구> 홍보 마케팅을 위한 벽보였다. 영화임을 내색하지 않으며 일반인들의 친구에 대한 우정과 감수성을 자극하는 카피였다.
또한 <친구>는 드물게도 개봉 한참 뒤에야 TV 광고를 제작, 방송키로 했다.
그 광고의 제작자는 <해피 엔드>의 연출자로 유명한 정지우 감독. <친구> 연출자 곽경택 감독의 매제인 정 감독은 <친구>가 TV CM을 제작한다는 소식을 듣고, 연출을 자청해 힘있는 CM을 두 편이나 만들어 처형에게 선물했다. 영화 감독 집안만이 주고 받을 수 있는 선물이자 축하 인사였다.
독자 이메일 뜨거운 논란 곽경택 감독 "정답은 YES"▲유오성이 정말 시켰나?
기자는 얼마 전 일부 독자들로부터 심한 질책을 당했다. <친구> 관련 기사 가운데 ‘동수(장동건 분) 살해를 준석(유오성 분)이 지시했다’ 문구를 쓴 다음이었다.
곧바로 e메일이 쏟아져 들어왔고, 그 내용의 대부분은 ‘동수를 준석이 죽이지 않았다’는 반론이었다. 어떤 이는 기자를 ‘영화도 안보고 기사 쓰는’ 몹쓸 사람 취급을 했고, 또 어떤 이는 한 술 더 떠 ‘이해력이 초등학교 수준에 불과한’ 사람으로 몰아세웠다.
그만큼 극중에서 유오성이 과연 장동건 살해를 지시했느냐는 많은 관객들의 관심사였다.
’맞다, 아니다’로 설전을 벌이고, 내기를 한 뒤 신문사에 확인 전화 거는 사람들까지 있다.
정답은 ‘유오성이 지시했다’이다. 기자가 최소한 <친구>를 보지 않고 기사를 썼거나, 이해력이 초등학교 수준인 사람은 아닌 셈이다.
유오성이 지시했기에 그가 형을 살고 있고, "쪽 팔려서"라는 대사를 하고, <친구>가 우정과 배신에 관한 영화가 된다. 기자가 우기는 것이 아니라 곽경택 감독의 설명과 의도가 그렇다는 이야기다.
광주·전남도 관객 밀물 지역 초월 뜨거운 호응▲영화 팬에겐 영호남이 없다
<친구> 때문에 부산 시민과 부산 출신 사람들은 요즘 행복하고, 은근한 자부심까지 풍긴다. 실제로 <친구> 덕택에 부산은 축제 분위기다.
부산이란 지역을 영화의 전면에 그대로 그렸기에 <친구>는 지역성이 강한 작품이다. 이 때문에 일부에선 <친구>를 지역영화로 폄하하는 사람까지 있다. 그러면서 "이 영화는 부산에서 대박이 터질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한다.
맞는 말이다. <친구>는 부산에서 사상 최고의 흥행 대박을 기록 중이다.
그러나 이는 지역 감정의 울타리에 갇혀 있는 좁은 식견에 불과하다. <친구>의 흥행 스코어는 서울과 지방이 1:2 비율이다. 서울에서는 <공동경비구역 JSA>와 비슷한 흥행 추세를 기록하고 있으나 지방에선 그 두 배를 기록하고 있다. 전국 각지에서 고루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는 셈이다.
지방 가운데에선 부산이 최다 관객을 동원하고 있다. 그 다음이 광주 전남 지역이다. 이 또한 극장 좌석 숫자 때문에 생긴 차이일 뿐 반응은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영화 팬들에겐 영호남이 없는 셈이다.
정경문 기자 moonj@dailysport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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