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밀레니엄 기행 (17) 라틴아메리카를 가다
▶ 브라질 <중>
한인, 한인커뮤니티브라질이 남미 최대의 국가이듯이 브라질의 한인 커뮤니티도 남미 최대규모이다. 아르헨티나와 함께 1960년대에 이 곳에 정착하기 시작한 한인들은 이제 남미 최대규모로 자라났고 다른 남미 지역과 마찬가지로 브라질 의류산업을 장악하고 있다. 남미중 유일하게 대한항공이 들어가는 나라라는 사실이 브라질 한인의 위상을 잘 보여주고 있다.
브라질에서도 한인들이 모여 있는 곳은 경제 중심지인 상파울로. 중심가 남쪽의 거리가 한인 옷가게들이 모여 있는 지역으로 약 1,500개가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비즈니스 업소는 집중되어 있는 반면 한국 식당 등 한인을 상대로 하는 한인타운은 아르핸티나와 달리 뚜렷하게 자리잡고 있지 않다.
상파울로 한인 옷가게 1,500개이들 한인들은 이민 초기 시절 길을 몰라 알리바바 이야기처럼 물건을 팔러 들어가는 길에 분필로 표시를 하고 들어가는 등 어려움을 겪으면서 성장해 이제는 남부럽지 않은 사업체로 대부분 자리를 잡았다.
브라질은 어느 나라에 비해서도 한국과 정반대의 나라이다. 남미 국가들이 북반부에 위치한 한국의 정반대에 위치해 계절이 정반대지만 브라질은 한국이 낮 12시면, 밤 12시로 계절만이 아니라 시간까지 정반대이다.
뿐만 아니라 하다 못해 빗자루질하는 것부터 손가락으로 숫자를 세는 생활습관까지 한국과 정반대인 것이 한둘이 아니다. 이 같은 지구의 정반대에 와서 한인들이 성공한 것은 정말 우리의 저력을 보여주는 것이다.
미주한인 중 가장 풍요한 삶
사실 개인적 관찰로는 미주 한인중 브라질 한인들이 평균적으로 가장 성공을 해 여러 면에서 가장 풍요한 삶을 누리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즉 60년대 중반에 중학교 졸업 후 이민을 와 이제는 의류도매상을 하며 자리를 잡은 이경렬(50)씨의 설명처럼 미국의 한인들의 경우 스몰 비즈니스로 성공을 했더라도 대부분 가족의 노동을 팔아 이 같은 성공을 누리고 있다면 브라질 한인의 경우 현지 인력이 워낙 싸기 때문에 이 같은 인력을 고용해 어느 정도 자유시간을 즐기면서 경제적 성공을 누리고 있고 상대적으로 삶에 여유에 있어 보였다.
그리고 아르헨티나에 비해서도 브라질의 경우 전반적 경제사정이 나아 한인들의 비즈니스도 상대적으로 나은 편이다. 브라질 역시 아르헨티나와 마찬가지로 초인플레를 잡기 위해 계속 긴축정책을 펴고 있어 불황으로 고통을 받고 있지만 이르헨티나와 달리 달러와 1대1로 묶었던 환율을 조금씩 올려 1대2 정도로 현실화하는 등 탄력성을 보여 상대적으로 경제가 잘 돌아가는 편이다.
7순 교포가 준 신선한 충격또 "일하는 나라가 아니라 노는 나라"라는 브라질 사회의 전반적인 유희문화의 영향을 받아 일만 하는 것이 아니라 삶을 즐기고 있는 것 같았다. 이와 관련, 이과수폭포에서 만난 한 한인 교포의 말이 모두가 새겨들어야 할 삶의 지침으로 잊혀지지 않는다.
64년에 이민 와 어언 칠십이 됐다는 윤석모씨에게 "돈 많이 벌었겠네요"라고 묻자 "돈 벌러 왔나요. 삶을 즐기러 왔지. 큰돈은 못 벌었지만 궁색하지 않으면서도 이 곳에서 산 반평생 동안 사람이 사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 싶게 원 없이 즐기며 살았습니다"고 답하는 것이었다.
사실 한국, 그리고 미국에서 사는 많은 한국사람들이 경제적 성공이 삶의 목적이 아니라 수단일 뿐이라는 사실을 망각한 채 본말이 전도된 채 살아가고 있는 점을 생각할 때 이 말은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고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이 같은 말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너무 부러웠다.
브라질과 한국카르도소는 브라질이 남미의 신흥공업국, ‘브라질의 기적’이라고 불리며 각광을 받고 있던 1970년대에 브라질을 비롯한 남미는 미국에 종속되어 있고 브라질의 기적은 미국의 다국적 기업이 남미시장 정복을 위해 현지법인을 만들어 이룬 종속적 발전에 불과하다는 주장을 해 세계적으로 유명해진학자이다. 특히 그의 책은 나 역시 80년대 유학시절 열심히 읽었고 한국에도 크게 소개됐다.
이 같은 급진적 견해로 군사정권을 피해 망명을 가야했던 그는 이제 브라질의 대통령이 되어 외국자본 유치에 열심이며 레이건류의 보수적 경제정책을 펴고 있다. 이 점에서 그는 그간의 진보적 이미지와 달리 집권 후 친미적이고 레이건과 대처류의 보수적인 경제정책을 펴고 있는 김대중 대통령과 비슷한 점이 많다.
이 카르도소 대통령이 얼마 전 한국을 방문해 김대중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고 이를 즈음해 브라질 텔리비전은 대대적으로 한국 특집을 방영했다. 그리고 양국 정상은 양국 간에 비자면제 협정을 조인하기로 합의함으로써 머지 않아 까다롭기로 유명한 브라질 비자를 받기 위한 곤욕을 덜게 됐다. 그러나 비자면제 협정 후 너도나도 브라질로 날아와 불법체류 등으로 어렵게 쌓아놓은 한인 커뮤니티의 위상을 실추시키는 것이 아니냐는 불안도 적지 않다.
브라질의 중요한 특징은 다른 남미 국가들과 달리 한국 자동차가 맥을 못 쓰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 이유는 카르도소가 종속적 발전이라고 부른 것으로 70년대 선진국의 자동차 회사들이 방대한 브라질 시장을 겨냥해 현지에 자회사를 세워 자동차를 생산하면서 수입차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외적으로 기아의 상용차의 경우 폭발적 인기를 누리고 있고 관광사의 경우 기아의 베스타가 없으면 관광사로 대접을 받지 못할 정도이다. 이 같은 인기에 따라 기아는 현지공장 설립을 약속했다가 부도사태 등으로 약속을 어겨 거액의 벌금을 물게 되어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에 대한 감면을 김대통령이 부탁하기도 했다.
그러나 핸드폰 등 전자제품은 인기가 많아 아마존의 수도인 마나우스에는 삼성과 엘지가 공장을 지어 작동중이다. 특히 삼성의 경우 중졸 이상을 뽑는 다른 제조업체들과 달리 상대적으로 좋은 대우를 해주면서 고졸 이상을 뽑아 아마존에 삼성 입사를 위한 고등학교 진학이라는 향학열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것이 마나우스 공장에서 만난 관계자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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