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밀레니엄 기행 (16) 라틴아메리카를 가다
▶ 브라질 <상>
축복 받은 땅 브라질누가 뭐라 해도 남미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브라질이다. 남미 최대를 자랑하는 방대한 자연도 자연이지만 1억6,000명에 달하는 인구는 남미 어느 나라와도 비교가 되지 않는다. 포르투갈의 식민지였다는 역사 때문에 브라질은 라틴 아메리카에서 유일하게 포르투갈어를 쓰지만 그 인구가 스페인어를 쓰는 남미 국가들의 인구를 합친 것에 크게 뒤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남미에서의 영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남미국가들은 미국 독립의 영향으로 19세기 초 대부분 독립을 하지만 말이 독립이지 원주민들은 노예나 이등시민으로 남아 있고 모국에 대항해 현지 백인 엘리트들이 자치를 선언한 것에 불과한 것이었다. 즉 한 평론가의 평을 빌리면 독립이 아니라 ‘분가’에 가깝다. 이 같은 한계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브라질이다. 포르투갈의 돈 후안 황제는 나폴레옹 전쟁으로 프랑스가 침공하자 브라질로 천도를 했다. 이후 나폴레옹이 패하자 돈 후안은 아들 페드로를 총독으로 임명하고 포르투갈로 돌아갔는데 이 아들이 독립을 선언하고 브라질 황제에 취임해 버린 것이다.
상파울로가 일해야 산다브라질은 방대한 영토답게 지방 분권과 분업이 잘 되어 있다. 정치적 수도는 50년대 말 수도를 리오에서 내륙지방으로 옮긴다는 방침아래 철저한 계획에 의해 야심적으로 건설했지만 사람이 아니라 건물 중심이어서 ‘근대 계획 정신의 실패작’으로 불리는 브라질리아라면, 경제적 수도는 "상파울로가 일해 나머지 브라질이 놀며 산다"는 상파울로이고, 관광과 휴양의 수도는 브라질 하면 자연스럽게 연상되는 브라질의 대표도시 리오 데 자네이로이다.
하느님이 이틀걸려 만든 리오처음 이 곳을 발견할 당시가 1월이었고 그 모양이 강처럼 생겨 바다가 아니라 강인 줄 착각하여 "1월의 강"이라는 이름을 갖게 된 리오는 그 유명한 리오의 삼바카니발도 카니발이지만 리오와 함께 세계 3대 미항으로 손꼽히는 나폴리, 시드니와 비교가 되지 않게 아름다운 도시이다.
즉 아름다운 바다와 코카카바나를 비롯한 은빛 모래사장도 모래사장이지만 리오는 나폴리나 시드니와 달리 빵모양을 닮았다고 해서 빵산으로 불리는 거대한 돌산으로부터 예수 동산으로 유명한 코르코바도산 등 산세 또한 기가 막혀 산과 바다가 하나가 되어 조화를 이루고 있는 아름답기 짝이 없는 도시이다.
코르코바도나 빵산에 올라가 리오시를 바라다보고 있으면 왜 브라질 사람들이 "하느님이 지구를 일주일만에 만들었는데 그 중 이틀을 리오를 만드는데 사용했다"고 큰 소리를 치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뿐만 아니라 브라질은 세계 담수의 1/3, 세계 산소 생산량의 1/3을 차지할 정도로 풍부한 수자원과 열대림, 비옥하고 방대한 땅, 다이아몬드로부터 없는 것이 없을 정도로 다양하고 풍부한 지하자원에다가 지진, 태풍 등 천재지변이 전혀 없는, 정말 축복 받은 땅이다. 게다가 인구까지 엄청나 그 잠재력은 무한하기만 하다.
원주민 피땀으로 만든 명승지그러나 이 같은 자연적 축복 뒤에는 슬픈 역사와 역설이 숨어 있다. 유럽의 정복 당시 500만명이 이르던 원주민들이 노예사냥 등으로 이제 20만명으로 줄어든 것은 그렇다고 치더라도 브라질은 남미중 가장 많은 아프리카 노예들을 데려다 혹사시킨 곳이다. 리오의 아름다운 플레밍고 비치만 해도 원래 산이었던 것을 돈 후앙이 그 곳에 살고 싶어해 노예들을 동원해 산을 깎아 평지로 만들고 모래를 갖다 덮은 것이다.
리오의 상징이 되어버린 예수상이 있는 코르코바의 경우도 커피 재배로 인해 토질이 나빠져서 벌거벗은 산에 노예들을 채찍으로 때려가며 일일이 나무를 심은 세계 최대의 인공공원이다. 사실 브라질의 역사를 보고 있노라면 커피의 색깔이 커피색인 이유가 아프리카 노예들의 땀과 눈물이 들어가 그렇게 된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
다.
판자촌 파벨라 다 화시냐슬픔과 역설은 지금도 지속되고 있다. 원래 남미가 극심한 사회적 불평등으로 악명이 높지만 특히 브라질은 악명이 높다. 세계 제일의 해변 별장의 바로 뒤에는 약 26만명이 거주해 단일규모로 남미 최대를 자랑하는 악명 높은 판자촌 파벨라 다 화시냐가 자리잡고 있다.
경찰이 수 차례 진입을 시도했다가 실패할 정도로 무법천지인 이곳은 몇 년전 마이클 잭슨이 이를 배경으로 뮤직 비디오를 찍은 뒤 갑자기 유명해져 이 지역을 통제하는 마약두목의 협조를 얻어 관광코스가 개발됐다. 이 회사의 지프를 타고 마약두목이 지시해 준 한 판잣집에 들어가 집을 구경하고 옥상에 오르자 끝없이 펼쳐진 판자촌과 아름다운 바다, 바다를 전망으로 세워진 고급 아파트들이 한 눈에 들어오며 양극화된 브라질 사회를 그대로 보여줬다.
브라질 양극화의 중요한 이유는 70%에 달하는 문맹률이다. 남미의 많은 국가들의 엘리트들은 교육이 피지배 세력의 임금과 불만을 높인다는 이유로 우민정책을 펴온 바, 브라질이 극단적인 예이다.
우민정책으로 문맹률 70%재미있는 사실은 남미 국가들이 고등교육에 많은 예산을 배정하여 대학교육이 무료이고 외국유학도 국비로 보내주는 나라들이 많다는 점이다. 무척 좋게 들리지만 문제는 그 대가로 초등교육에 대한 지원은 약하다는 사실이다.
즉 서민들이 혜택을 받을 초등교육은 지원을 별로 안 해 우민화시키는 대신 중상층 엘리트들에 대해서 대학 등을 무료 지원함으로써 교육이 사회적 균등화가 아니라 불평등의 영속화의 수단이 되고 있다. 이 같은 우민화 정책에 당장 생계를 벌어야 하는 열악한 생활환경까지 더해져 브라질은 부끄러운 문맹률을 기록하고 있다.
사실 삼바축제만 하더라도 세계적인 관광상품이고 귀중한 브라질 아프리카계의 문화 유산이지만 원래 일년에 한번씩 노예들의 카타르시스를 제공함으로써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통치술에서 연유한 것으로 지금도 그 같은 우민화 기능을 하고 있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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