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이민100년을 기념하는 이민소설집 ‘나는 지난 여름 네가 그 땅에서 한 일을 알고 있다’(개미출판사)가 출간됐다. 한국소설가협회(회장 정을병)가 한국정부 보조로 미주크리스찬문인협회(회장 이언호)와 공동으로 펴낸 이 책은 하와이를 시작으로 100년간 이어져온 한인들의 미주 이민을 증언하는 최초의 작품집이란 점에서 한인들에게 주는 의미가 각별하다.
한국일보 미주본사가 특별협찬한 이 소설집에는 미주지역에서 송상옥, 이언호, 이자경, 김혜령, 전상미, 신상태, 홍상화씨(7명)와 한국의 정을병, 정연희, 김녕희, 백시종, 박광서, 송하춘, 강용자, 이연철, 공애린씨(9명)등 양쪽의 대표적 소설가 16명의 이민 생활을 소재로 한 단편소설이 실려 있다. 이들 두 단체는 오는 5월18일 윌셔래디슨호텔에서 출판기념회를 가진 후 뉴서울관광 후원으로 존 스타인벡 생가를 찾는 2박3일간의 문학기행을 떠난다.
또 22일 우정의 종각 인근 해변에서 이들 소설가들과 한인들이 함께하는 공개 포럼도 열린다. 본보는 LA지역 소설가 3명과의 좌담회를 통해 이번 소설집 발간의 의의등을 들어봤다.
참석자: 이언호씨, 이자경씨, 전상미씨
사회 및 정리: 김정섭 기자
-이번 소설집 발간의 의의를 말한다면
▲이언호: 16편 작품 모두 미주 이민생활을 소재로 했다. 이민 100주년을 맞아 천덕꾸러기로만 여겨졌던 우리의 이민생활도 훌륭한 소설의 소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해주고 있다. 이제는 한국과 구별해 사용하던 ‘이민문학’이란 말은 떼어내야 한다.
▲이자경: ‘이민문학’뿐 아니라 ‘한국문학’이란 말도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이제는 국제화 시대다. 소재가 한국에만 국한되는 시대는 지났다는 것이다. 이곳 미주 문인들의 소설도 한국으로 수출될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하다. 미주 문단의 소설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전상미: 문단에 소설로 등단한 사람들이 30여명이 넘지만 꾸준히 작품하는 사람은 드물다. 시나 수필보다 훨씬 분량이 많아 발표 지면이 부족한 것도 이유일지 모른다. 이번 이민소설집 발간이 이들에게 힘이 되어 이곳을 소재로 한 좋은 작품이 많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작품을 비교해보면 한국 소설가들의 언어가 이곳 소설가들보다 다소 강함을 느꼈다.
▲이자경: 요즘 한국의 언어가 지나치게 거칠고 우스꽝스럽다고 느낄때가 많다. 우리의 언어는 이민 당시의 언어를 사용할 수 밖에는 없을 것이다. 오히려 이곳에서 한국어의 뿌리를 찾을 수 있다.
▲전상미: 이민온 우리가 한국어의 경향을 계속 따라가기는 불가능하다.
▲이언호: 이번 이민 소설집이 주는 의미도 이런데 있다. 두 사회 작가들의 작품을 비교하고 격리된 두 공간의 언어차와 시각차가 어떤지를 파악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소설가들의 작품도 미국 생활을 소재로 했지만 어떤 때는 이곳 현실에 들어맞지 않는 부분도 있는데.
▲이자경: 이민 1세들은 다큐멘터리 시대이다. 우리의 소설은 후세에게 남기는 기록성 작품일 수밖에 없다. 고통과 슬픔, 삶의 이야기를 기록하듯 적어내는 것이다. 우리가 이곳에서 몸을 담고 살아왔기 때문에 가능하다. 한국 소설가들의 잠시 경험에서 오는 내용과는 차이가 있는 것은 당연하다.
▲전상미: 우리가 한국의 요즘을 주제로 소설을 쓴다면 수박 겉핥기에 불과한 것 처럼 그들도 역시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그들이 우리 생활을 흥미롭게 표현한 내용들도 많아 재미를 더해준다.
▲이언호: 로칼리즘의 중요성도 이 때문이다. 이곳에 젖어 사는 우리의 절절한 마음은 우리가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다. 한국문학속에서도 우리 미국 문인들의 문학이 별도의 장르로 자리잡을 수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를 계기로 이곳 소설계의 발전을 모색한다면
▲이자경: 작가의식 소양을 위한 웍샵 세미나등의 활동이 더욱 활발해져야 한다. 위문공연식으로 열리는 한국작가 초청행사는 자존심이 상한다. 다른 장르에 뒤떨어진 소설 장르 활성을 위해서라도 모임이 필요하다. 단순 동호인 차원이 아닌 프로들의 연구회 성격의 모임이다.
▲이언호: 한국 소설가협회로부터 이곳 언론사를 통한 소설 등단도 한국에서 인정을 해주겠다는 약속도 받았다. 또 영문으로의 번역도 꼭 필요하다.
▲전상미: 모임의 필요성에 찬성한다. 협회와 협회간의 교류를 통해 우리 소설의 한국 수출도 가능하리라 본다. 매년 양측 작가들의 작품을 싣는 공동작업을 통해 한국에 우리의 작품을 알리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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