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 대입 현황과 추세, 대학선택 경향을 보면
대학을 꿈꾸는 12학년 학생들과 학부모들에게는 요즘 우체통이 숨을 조이게 한다. 얄팍한 봉투와 두툼한 봉투의 차이가 벌이는 역전의 드라마. 지난 3월 결과를 발송하기 시작한 UC계열에 이어 이달 초부터 하버드, 스탠포드등 명문사립대에서도 학생들의 희비를 가리는 얄팍한 봉투와 두툼한 봉투를 가정에 발송하기 시작했다. 13년의 학교생활을 거치고 결승전에 도달한 학생들과 학부모들에게 이제 남은 문제는 불합격 봉투를 받은 경우, 우리 아이는 왜 안됐느냐는 것이고 합격 봉투의 경우, 어느 대학을 선택하느냐는 것이다. 한인 학부모들의 분위기, 올해 미국 대입경쟁의 현황과 추세, 대학선택 문제를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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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 학생들
아직 각 학교에서 얼마나 많은 한인 학생이 합격 봉투를 받았는지는 잘 알 수 없지만 여러 학부모회와 학교에서 흘러나오는 소식에 따르면, 지난해 합격률이 기록적으로 낮았던데 비해 올해는 상당히 고무적인 분위기이다.
밸리의 태프트 고등학교는 지난해 아이비리그로부터 합격을 받은 학생이 거의 전무했으나 올해는 합격통지서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 학생이 스탠포드 2명, MIT 2명, 컬럼비아 1명, 유펜 2명, 존스 홉킨스 3명 등 아이비리그에 합격된 학생이 벌써 10여명이나 된다. 태프트 고교의 엘레나 폴 대학 카운슬러는 지난해 비교할 때 학생들이 성적으로나 활동에서 차이가 별로 없는데 왜 그런지 알 수 없다며 즐거운 고민에 빠졌다.
위트니 고등학교에서도 아이비리그 대학에 합격된 한인 학생이 하버드 1명, 예일 2명, 프린스턴 2명, 스탠포드 1명, 컬럼비아 2명, 조지타운과 유펜도 2∼3명씩이다. 위트니 고교 한인학부모회의 캐더린 조 부회장은 지난해 수명만이 아이비리그에 간 것에 비해 훨씬 좋아져 학부모들도 기뻐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또 밴나이스 고등학교는 지난해 명문대학에 합격된 학생이 한두명 밖에 안됐는데 올해는 합격통지서를 받은 학생들 중 하버드, 예일, 칼텍, MIT, 유펜, 웨스트포인트 등에 합격된 한인 학생들이 수두룩하다.
그러나 대학측에서 발표되는 통계에 따르면, 올해도 기록적으로 많은 학생들이 대학에 지원, 정원은 한정된 가운데 경쟁률이 더 심화됐음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예일대의 경우, 올해 1만4,800여명의 학생들이 지원한 가운데 합격률이 14%를 기록, 전년의 16%에서 더 낮아졌다. 스탠포드도 올해 19,078명이 지원한 가운데 2,416명을 합격시켜 합격률이 12.7%를 기록, 지난해 13.2%, 99년 15%이었던 합격률이 연이어 감소하는 추세가 계속됐다. UC계열대학도 지난 1년 사이 합격률이 UC버클리는 28.0%에서 27.4%로, UCLA는 30.3%에서 28.2%로 각각 낮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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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지원 밴나이스 고교 한인학부모회의 김광숙 회장은 지난해보다 올해 명문대 입학이 늘어난데 대해 지난해에는 조기지원(early action)을 별로 안 했는데 올해는 많았다는 점을 지적한다. 올해도 우등생들이 대학에 많이 떨어졌다는 김씨는 특히 정규 지원(regular admission)한 학생이 원하는 대학에 별로 합격하지 못한 것 같다고 말한다. 스탠포드에 조기 합격된 위트니 고교생의 학부모에 따르면, 위트니 고교에서 한인학생의 70∼80%가 조기지원을 하고 있다.
조기지원은 원래 지망대학을 이미 결정한 소수의 학생들이 미리 결과를 알기 위해 지원하는 프로그램이었지만 지난해 하버드에서 조기지원이 30% 이상 증가하는 등 최근 지원생들 사이에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해에도 하버드에 정규 지원한 학생이 조기지원자수보다 2배로 많음에도 불구하고 조기지원 합격자수가 정규지원 합격자보다 훨씬 많았다. 정기지원 학생의 입학률이 11%에 불과한 스탠포드도 조기지원은 2,227명의 지원생중 517명이 합격돼 합격률이 23%에 달했다.
그렇다면 조기지원이 정말 대입 성공의 비결인가?
엘리트 학원의 박종환 원장에 따르면 그렇지 않다. 박 원장은 조기지원이 정규지원보다 합격률이 높더라도 조기지원하는 학생들이 일반 지원생들보다 더 우수한 학생이므로 학부모들 사이에 조기지원이 정규지원보다 더 쉽다는 인식은 사실 잘못된 것이라고 강조한다. 조기지원은 확실하게 합격이 될만한 학생들을 위한 것인데 가능성이 사실 적은 학생들도 더 쉽다는 말만 듣고 지원, 경쟁만 심해진다는 것이다.
더욱이 조기지원도 이제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하버드의 경우, 조기지원한 학생이 지난 2년 사이 30% 이상 증가한 반면 합격자수는 1,185명에서 1,105명으로 계속 감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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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입경쟁의 현황 올해 대학에 지원하는 12학년생수는 전국적으로 220만명에 달한다. 밀레니엄 부머 세대를 맞아 매년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학생이 늘어나고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비율도 늘어나는 추세가 주원인이지만 최근 상황을 악화시키는 요소가 여러 가지 지적되고 있다.
대학에서 재학생의 다양성을 강조하려는 움직임도 대입이 아시안 학생들에게 어려워지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스탠포드의 경우, 올해 합격된 학생들의 인종분포는 소수계가 49.9%로 흑인 11.7%, 히스패닉 13.0%, 아메리카 원주민 2.3%, 그리고 아시안 학생이 22.9%였다. 지난해 전체 46%를 차지한 소수계 학생 가운데 아시안이 26%를 차지하고 흑인 10%, 히스패닉이 9%에 불과했던 것에 비춰볼 때 다른 소수계 학생은 합격률이 오히려 증가한 반면 아시안 학생 합격률이 3% 감소한 것이다. UC버클리와 UCLA도 지난 2년 사이 합격자 가운데 아시안 비율이 1% 정도 감소했다.
경쟁률이 높아지면서 나타나는 또 다른 현상은 수년 전만해도 지원하는 아이비리그 대학마다 합격되는 우등생들이 많았으나 지금은 아무리 우수한 학생도 어떤 대학은 떨어지는 경우가 많아져 지원해야 하는 대학수가 늘어나다 보니 대학마다 지원생수가 늘어난다는 것이다. 최근 통계 자료에 따르면, 81년 7군데 이상의 대학에 지원하는 학생이 전체의 5% 미만이었으나 2000년에는 11%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또 다른 두드러진 현상은 명문 대학들 사이에 가장 우수한 학생을 유치하기 위한 장학금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프린스턴으로 오는 가을학기부터 학비보조 프로그램으로 재학생들에게 지급되는 융자금을 무상 보조금이나 장학금으로 대체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프린스턴의 이같은 결정은 다른 대학에도 영향을 미쳐 하버드, 예일, MIT, 다트머스 등에서는 재정보조액을 학생당 1,000달러 이상 더 늘리고 있다. 그 외에도 US 뉴스의 대학 랭킹에서 높은 랭킹을 받으려는 이들 대학에서는 우등생을 유치하기 위해 재정에 관계없는 장학금(merit-based scholarship)을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재정보조가 필요 없는 우등생들에게 장학금을 주기 위해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지급되는 장학금(need-based scholarship)은 액수가 상대적으로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밴나이스 고교의 대학 카운슬러는 최근 많은 학생들이 명문대학에 합격되어도 재정이 따르지 못해 실력보다 낮은 대학이나 칼리지로 진학하는 추세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고 우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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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불합격됐나대학 선택에 대한 조언 다음으로 칼리지 상담 관계자들에게 많이 들어오는 질문은 우리 아이는 누구보다 SAT도 잘 보고 활동도 더 많은데 왜 그 아이는 합격되고 우리 아이는 안됐냐는 것이다. 또 UC버클리는 합격됐는데 왜 UCLA는 떨어지고, 하버드는 됐는데 왜 스탠포드는 안됐냐고 따지는 학부모들도 많다. 대답은 입학사정이 정밀과학이 아니라는 것이다. 각 대학마다 입학기준이 있지만 실제로 적용되는 규칙은 경우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
스탠포드의 입학 학장 로빈 맬렛에 따르면, 스탠포드에서 가장 중요한 기준이 학교성적이지만 특히 개인적으로 관심이 있는 분야에서 심층 연구를 하거나 독자적인 리서치를 하는 학생 등 지적인 활기가 있는 학생을 선호한다.
한편 컬럼비아 대학은 다른 대학보다 자기네 대학을 가고 싶다고 진학 의지를 확실하게 밝히는 것이 입학사정에서 큰 플러스로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엘레나 폴 카운슬러는 대학 입학사정관이 밝히는 것과 실제 사례가 틀리는 경우가 많아 카운슬러들도 골치를 앓는다고 말한다.
한편 대부분의 사립대학이 입학사정에서 학생의 재정이 합격 여부 결정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주장하지만 똑같은 조건의 학생이라면 재정도움이 필요 없는 학생을 뽑을 경우가 많다는 것은 관계자들 사이에 공공연히 알려진 것이다.
반면 UC계열의 사정기준은 보다 명확하다. UC버클리에서는 약 50%를 GPA, 이수한 교과내용, SAT I 및 II 성적을 토대로 우선 선별하고 나머지는 학력, 에세이, 지도력, 과외활동 등 전체적인 요소를 고려해 합격자를 선정한다. 한편 UCLA에서는 55%에서 75%를 GPA, 시험성적, 교과내용 등을 토대로 선별하고 나머지를 역시 학력, 에세이, 과외할동, 입상경력, 지도력 등 전체적인 검토를 토대로 합격시킨다.
이에 따라, UCLA에 떨어졌는데 버클리에 합격되는 경우도 많고 버클리에 떨어졌는데 UCLA에 합격되는 사례가 많다. 반면 UC샌디에고는 GPA 성적x1000+[(SAT I 점수+SAT II 점수)x.8] 의 공식아래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학생을 우선 전체 합격자수의 50%까지 선발하고 나머지는 전체적인 요소를 고려해 뽑는다. UC대학의 입학기준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은 웹사이트(www.ucop.edu/pathways/infoctr/introuc/select.html)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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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선택여러 대학으로부터 합격 통지서를 받은 학생들은 이제 행복한 고민에 빠지게 된다. 대체로 5월1일까지 대학을 선택, 진학의사를 전해야 하는데 대다수의 대학에서는 4월말에 합격자들을 위한 대학안내 행사를 갖는다.
교육 관계자들은 대학이나 전공은 학생이 앞으로 4년 동안 짊어져야 할 문제로 학생의 의사를 존중해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전한다. US뉴스사의 대학정보 웹사이트(www.usnews.com/usnews/edu/college/cpq/coquiz.htm)는 80가지 질문에 응답하면 학생의 개인성격에 맞는 대학을 짝지어 주는 퀴즈가 있다.
그러나 대학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하게 작용하는 것이 재정보조 패키지인데 재정보조 패키지가 가정 형편에 맞지 않게 나오면 재고를 신청해 보는 것이 좋다. 대체로 조정이 안 되는 경우가 많지만 여러 대학들이 재고를 요청할 때 보조금액을 다시 주의 깊게 고려하기도 하므로 신청해서 손해볼 것은 없다. 존스 홉킨스 대학의 재정 디렉터에 따르면, 합격자의 2∼4%가 재정보조 패키지의 재고를 요청하는데 보조금액을 재조정하는 경우가 10∼30%에 달한다. 하버드를 비롯한 일부 대학은 다른 대학에서 지급하는 재정보조 패키지를 제출하면 경우에 따라 보조금액을 맞춰 주기도 한다.
한편 대기자 명단에 오른 학생은 대학이나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불합격됐다고 생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스탠포드의 경우, 지난해 706명이 대기자 명단에 올라 533명이 대기자 자리를 받아들였는데 결국 합격된 학생은 32명에 불과했다.
김주희 박사는 의과대학, 경영대학 등 대학원에 가려면 출신대학보다 대학성적이 훨씬 더 중요하다며 평판이 떨어지는 대학에라도 실력에 낮춰서 가는 것이 장학금도 받고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는 점에서 유리하다고 말한다.
교육 관계자들은 명문대학이란 US뉴스 대학랭킹 등의 언론과 학부모들이 만들어내는 것이라며 원하는 대학에 자녀가 합격되지 못한 경우 너무 실망하지 말고 자녀가 자신감을 잃지 않도록 격려해 주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인 학부모들이 한국 대학제도를 생각해 명문대학 진학은 성공이라는 단순한 방정식을 미국 대학제도에도 그대로 적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잘못된 생각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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