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PS 이용, 표시 위치에 감춰진 물건 찾기
최근의 어느 토요일 아침, 레온 베거먼은 버지니아주 스프링필드의 한 교외지역 공원의 나무덤불을 헤치고 앞으로 나아가며 종종걸음으로 뒤에서 따라오는 소수의 보물 사냥꾼 무리들에게 "375피트 더!"라고 소리지른다.
베거먼은 색이 바랜 묵은 지도 같은 것은 갖고 있지 않다. 유일하게 손에 쥔 것은 ‘지구상 위치표시시스팀(GPS)’ 수신기 뿐이다. 베거먼의 현재 위치나 보물이 감춰져있다는 지점의 위도와 경도를 정확하게 보여주는 GPS는 베거먼과 점점 많은 사람들이 즐기고 있는 새로운 게임 ‘지오캐싱(geocashing)’란 게임에 꼭 필요한 도구다. 120억달러 규모의 인공위성 넷
웍을 이용하여 기존의 보물 찾기를 새로이 하이텍 방식으로 변화시킨 이 게임 참가자들은 이 취미 애호가들의 공식 홈페이지 geocashing.com에 올라온, 위도와 경도만 표시된 지점에 다른 경기자들이 감춘 보물을 찾는다.
시작된지 일년도 되지 않았지만 ‘지오캐싱’은 빠르게 관심을 끌고 있어 이미 국내 49개주 및 29개국에 915개 이상의 보물이 감춰져 있다고geocashing.com을 관리하는 제레미 아이리시는 말하는데 감춰놓은 보물이란 것도 대부분은 싸구려 물건이지만 오늘 5월에는 현찰 5,000달러가 든 가방을 놓고 애틀랜타에서 최초의 주요 지오캐싱 대회가 벌어질 예정이다.
하지만 참가자들의 관심을 끄는 것은 여행이나 보물이 아니다. 아이리시는 "이 게임은 인간의 탐험 욕구를 충족시킨다"고 말했는데 버지니아주 프레드릭스버그에서 온 지오캐싱 팬 제이 챔벌레인(50)은 지오캐싱은 "다른 사람과 아름다운 장소를 나누는기회를 제공한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참가자들이 보물을 숨긴 곳은 허물어져가는 2차대전 벙커, 물에 가라앉은 난파선, 섬, 동굴안, 화산 주변 등 다양하다. 목표물에 도달하기는 쉬울 수도 있고 힘들 수도 있다.
지오캐싱은 오리건주 비버크리크에 사는 컴퓨터 컨설턴트 데이브 얼머(52)가 생각해냈다. 스노모빌로 길도 없는 오리건의 벌판을 질주하기를 즐기는 얼머는 수년간 GSP를 사용해왔는데 오랫동안 민간용 GSP의 정확도를 300 피트로 규제해왔던 미국정부가 작년 봄에 민간인용 GPS의 정확도를 60피트로 내리기로 결정했을 즈음의 어느날 밤 누워있다가 ‘연중무휴 부활절 달걀 사냥’이라는 생각이 떠올랐던 것. 그가 이 아이디어를 온라인 뉴스그룹,
sci.geo.satellite-nav에 올리자 곧 첫 보물이 시애틀 교외에 감춰졌다.
얼머는 경기자들이 숨겨진 보물의 지도상 좌표를 알고 있더라도 지오캐싱은 전혀 쉽지 않다고 말한다. "찾기 어렵도록 만드는 것도 쉽다"는 것. 이유는 좌표에는 경기자와 보물사이에 놓일 수 있는 산이나 계곡과 같은 장애물이 전혀 암시되지 않기 때문이다. 또 GPS가 경기자를 특정 좌표로부터 수십피트 반경내로 안내는 하지만 그 안에서 조그만 통을 찾기는 여전히 어려운 문제다.
경기 참가자들은 무엇을 발견할 지 전혀 모른다. 게임의 유일한 규칙은 참가자들에게 자신이 발견한 것은 가지는 대신 자신의 소유물로 반드시 대체해 놓을 것을 요구한다. 이제까지 나온 보물 중에는 차고문 오프너, 집 열쇠, 반쯤 쓴 휴지, 가족 사진, 말하는 물고기 벽걸이, 여성용 검정색 실크 스타킹 등 하찮은 것에서 괴상한 것까지 다양하다.
국내 최대 GPS 수신기 생산업체중 하나인 ‘가민 인터내셔널’의 피트 브럼바우는 "이 게임은 GPS를 너무 재미있게 사용한다"고 말했다. 그는 GPS가 앞으로 셀룰러 폰부터 시계까지 광범위하게 사용될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지오캐싱처럼 GSP를 색다르게 사용하는 법이 계속 나올 것이라고 했다.
뉴햄프셔주 피터버로의 프로그래머 알렉스 자렛(25)은 벌써 지구상의 경도와 위도가 만나는 교차점들을 모두 사진으로 찍는 ‘합류 프로젝트(www.confluenc.org)’라는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다. 자렛은 GPS가 단지 멋있어서 샀다가 1996년에 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지리학 애호가인 그는 교차점들을 기록으로 남기는 일을 생각해냈고 오늘날 그의 제안을 받아들인 세
계 곳곳의 사람들이 그에게 이메일을 보내오고 있다.
자렛에 따르면 전세계의 위도와 경도가 만나는 교차점은 모두 6만4442개로 그중 극지점과 바닷물 위 같은 곳을 제외하면 사진으로 찍을 수 있는 것은 1만1500개정도 된다. 이미 어떤 사람은 사진을 찍으려다 땅소유주에게 혼이 났고 펜실베니아주에 사는 사람은 인근 주교도소 사진을 찍는줄 오해한 경찰에게 필름을 뺏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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