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밀레니엄 기행 (8) 라틴아메리카를 가다
▶ 페루 <중>
왜 페루에는 인디오가 많은가? 페루의 수도 리마는 원래 태평양가의 사막에 불과했다. 그러나 산간벽지에 위치한 잉카수도 쿠스코를 정복한 스페인은 이 오지에서 반란의 우려와 스페인과의 교류의 어려움을 느끼고 스페인과 접촉이 쉬운 태평양가에 새 항구도시를 건설했다. 그것이 바로 리마이다. 그리고 리마라는 신도시 건설은 인종문제에 있어서 예기치 않은 엉뚱한 결과를 야기했다.
전체인구 47% 차치라틴아메리카는 크게 보아 두 지역, 즉 원주민이 많지 않았던 대부분의 미주지역과 아즈텍-마야나 잉카왕국 등이 존재해 인구가 많았던 지역으로 나뉠 수 있다. 이중 전자는 원주민들을 거의 전멸시키고 새 인구가 이주했다. 그 중 노동력을 아프리카계 노예로 충당한 나라들이 현재 아프리카계와 혼혈이 인구 다수를 차지하는 쿠바 등 카리브해 국가들과 브라질이다.
반면에 백인을 주로 받은 나라들이 칠레와 아르젠티나로 유럽적 색채와 인종주의가 강한 나라들이다. 그리고 나치스들이 2차대전중 이들 나라, 특히 아르젠티나로 주로 도주를 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참고적으로 미주대륙에서 라틴아메리카가 아닌 두 나라, 즉 미국과 캐나다도 이 같은 원주민 몰살지역으로서 이 중 캐나다는 백인이주중심의 아르젠티나, 칠레유형에 가깝다. 그리고 미국은 아르젠티나처럼 백인위주도 아니고 그렇다고 쿠바나 브라질처럼 아프리카계가 다수를 차지할 정도로 아프리카계 노예를 많이 데리고 온 곳도 아닌, 두 유형의 혼합형이리고 할 수 있다.
안데스 내륙에 거주한편 원주민의 인구가 많았던 지역이 두 왕국이 존재했던 멕시코와 페루이다. 그러나 두 나라 사이에도 차이가 있다. 아즈텍의 수도를 점령하고 그 곳에 멕시코 시티를 건설한 멕시코는 스페인사람들이 인디오들과 섞여 살면서 인디오와 백인의 혼혈인 메스티조가 대종을 이루게 됐다. 그러나 페루의 경우 인디오들은 안데스 내륙지방에, 스페인 사람들은 해안사막의 리마에 주로 거주함으로서 메스티조가 상대적으로 적고 인디오가 다수를 점하고 있다. 멕시코는 백인 9%에, 인디오가 30%, 메스티조가 무려 60%인 반면 페루는 백인 12%, 흑인과 아시아계 3%에 인디오가 인구의 절반인 47%이고 메스티조는 37%수준이다.
한인줄어 700명선주목할 것은 페루인들, 특히 인디오들은 자신들과 모습도 비슷하고 뿌리도 같은 동양인들에 대해 매우 우호적이라는 사실이다. 이는 일본계 2세인 후지모리가 다수 인디오들의 지지를 받아 대통령에 당선된 것이 잘 보여주고 있다. 아시아계가 아시아밖에서 유일하게 대통령에 당선된 것이 바로 이 페루이다. 일찍이 남미이민에 나선 일본이외에도 중국계역시 19세기말과 20세기초에 대거 페루로 이민을 와 리마에는 거대한 중국커뮤니티가 형성되어 있고 안데스 오지에도 중국음식점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인의 경우 뒤늦게 남미 이민의 일환으로 페루에 진출하여 한 때 1만 5천명에 이르기도 했으나 최근의 라틴아메리카 전반의 경제위기이후 많은 교민들이 상대적으로 사정이 나은 멕시코 등으로 떠나 현재는 700명 수준으로 줄어들었다고 한다.
’치노 쥐새끼’ 반감 노골다시 후지모리 이야기로 돌아가, 후지모리가 지방을 순찰하면 많은 주민들이 나와 ‘치노’를 연호했다고 한다. 치노란 중국인을 지칭하는 스페인어이지만 이들에게 치노는 동양인을 통털어 부르는 말이며 이 말을 비하적인 의미로 사용하는 다른 나라들과 달리 매우 우호적 표현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번 후지모리 사태로 인해 우호적 분위기가 변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심각하게 제기되고 있다. 사실 페루최고의 관광지인 마츄피츄의 한 상점에서 물건을 고르다 마음에 들지 않아 사지 않고 나오자 스페인어를 모를 것이라고 생각하고 뒤에서 "치노, 쥐 새끼 같은 놈들"이라는 욕을 하는 것을 들을 수 있었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시냇물 전체를 흐리고 있는 셈이다.
코케인은 인디언의 복수?페루의 수도 리마를 떠나 쿠스코로 향하는 비행기 위에서 세계에서 가장 긴 산맥인 안데스산맥을 내려다보니 말 그대로 산의 바다였다. 물론 세계에서 제일 높은 산은 히말라야다. 그러나 해발 5700미터 이상의 산이 유럽에는 하나도 없고 북미에는 알라스카, 멕시코, 캐나다에 각각 하나씩 3개에 불과한 반면 페루에는 50개 이상인 된다는 사실이 안데스의 위용을 잘 보여주고 있다.
옛 잉카의 수도 쿠스코는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해발 3500미터의 분지에 위치한 고산도시. 지형상 자연적인 요새인데다가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세계 옥수수와 감자의 원산지이자 아마존강의 원류인 우람바라 강이 흐르는 비옥한 농경지를 가지고 있어 남미의 절반을 지배했던 왕국의 수도로는 적격이었다. 처음 비행기를 내렸을 때는 몰랐지만 거리와 박물관을 걸어다니자니 숨이 가빠오고 뒷머리가 깨지는 것 같이 아팠다. 고산병의 초기증상이었다. 할 수 없이 여행 안내책에서 읽은대로 코카차를 열심히 마셨다. 그러자 문득 미국 유학시절 본 한 코미디가 생각났다. 인디언이 나와 하는 말이 "너희 백인들이 우리 땅을 가져갔다. 그래서 우리는 너희에게 코카(코케인)을 줬다. 그래 피장파장이 된 셈"이라는 것이었다. 미국의 심각한 마약문제를 인디언의 복수로 그린 무서운 풍자였다.
녹차잎과 비숫한 코카는 오래 전부터 중요한 종교예식의 한 부분이었을 뿐더러 인디오들은 일상적으로 코카차를 마시며 죽으면 이 차잎이 든 차주머니를 무덤에 함께 묻을 정도였다. 그리고 인디오들은 스페인의 강제노역하에서 코카잎을 앂어 영양소를 섭취하며 살아 남았다. 특히 코카차는 고산병에 효력이 강해 안데스 고산지대의 호텔 등에서는 이를 여행자들에게 무료로 제공한다. 문제는 이를 수백만 배로 정제한 백색가루 코케인이다. 페루의 국경지대는 컬럼비아, 볼리비아와 함께 중요한 코케인 생산지로서 미국 마약당국의 주목을 받아 왔다.
재미있는 것, 아니 섬찟한 것은 인디오사이에 전해 내려오는 전설이다. 코카란 현지어인 케츄아 말의 쿠카에서 나온 말로서 옛날에 쿠카라는 아름다운 공주가 살았는데 수염난 이방인(백인)들이 번개같은 무기(총)를 들고 큰 짐승(말)을 타고 나타나 부모를 죽이고 공주를 겁탈했다. 쿠카는 야만인들을 피해 한 청년과 도주를 하지만 도중에 잡혀 죽음을 당하고 만다. 꿈에 쿠카을 본 한 노파는 꿈을 따라가자 쿠카의 시신위에 향기가 나는 잎이 자라고 있었다. 노파는 이 씨를 사방에 뿌리자 쿠카가 사방에 자라 낳는데 이후 다음과 같은 노래가 인디언사이에 전해지기 시작했다. "수염난 사람들을 죽이기 위해 어머니 코카가 돌아온 것이다" 이 전설처럼 코케인은 인디오의 복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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