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래스카 학교 스포츠팀, 폭설, 강풍 뚫고 경기
알래스카 서남방 쿡 인렛에 위치한 마을 니닐칙은 450여년 전 러시아계 원주민들이 개척한 유서깊은 어촌이다.
들리는 소리라곤 차가운 바람소리, 해류의 흐름과 함께 얼음조각 부딪히는 금속성 소리, 그리고 듣는 이들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드럼소리 뿐이다.
드럼소리는 마을의 현대식 고등학교체육관 건물에서 흘러 나온다.
청색과 황색이 배합된 유니폼을 착용한 이 학교의 레이디 울버린스 팀이 경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울버린스 여자농구팀은 알래스카 클래스 AA 클래스를 2년 연속 재패했고 지난 5년간 알래스카 주립 챔피언을 세 번이나 제패한 강팀이다. 지역리그 선수권은 무려 8년연속 제패하기도 했다.
니닐칙 타운을 건설한 러시아계 원주민의 후손들은 아직도 농구경기를 이해하지 못한다. 하지만 그들도 레이디 울버린스 팀의 투혼 속에서 선조들이 가졌던 전사의 정신을 느낄 이 분명하다.
알래스카주의 변방지역 주민들은 농구에 미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지독한 농구광들이다.
겨울의 폭설강풍과 긴 겨울밤에 둘러싸인 사회에서 농구만큼 완벽한 경기가 없기 때문이다. 이곳에서의 농구경기는 결코 단순한 스포츠 차원에 머무르지 않는다. 고등학교 여자농구등 알래스카에서의 학교 운동경기는 격리된 마을들을 서로 연결시키고 가족간의 유대를 강화시켜주는 촉매제이다.
동시에 알래스카의 혹독한 자연환경은 학교간 농구 토너먼트를 지극히 힘들게 만드는 요인이기도 하다. 인구가 극히 희박한 관계로 타운들간 거리가 매우 멀고, 많은 경우 육상교통로가 차단되어 있기 때문이다.
최근 니닐칙 팀은 알래스카 남방의 셀도비아 타운으로 원정경기를 떠났다.
니닐칙은 육상로 접근이 가능하지만, 셀도비아는 육상, 해상, 항공교통이 총동원돼야 도달할 수 있는 지정학적 오지에 위치해 있다.
외지 관광객들에게는 이국적으로만 보이는 자연환경이 알래스카 주민들에게는 일상생활의 조건이다.
알래스카주의 총 고속도로 연장은 5,000마일에 불과하다. 또, 전체 3억 6,500만 에이커의 면적중 인간거주지는 16만 에이커에 불과하고, 전체주민 65만명 중 3분의 1 이상이 니닐칙과 같은 고립된 마을에 살고 있다.
그런데, 최근들어 알래스카의 농구원정여행 전통이 위협받고 있다.
지난 10년간 알래스카 에너지 생산량이 둔화됐을 뿐 아니라, 10억달러 규모에 달하던 석유회사들의 로얄티 수입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각급 학교들은 학력의무기준을 맞추기 위해 과거 스포츠 활동에 투자했던 돈을 학업 분야로 돌리고 있다.
알래스카에서 원정경기는 그리 만만한 사안이 아니다.
알래스카 학교체육협회에서 일하고 있는 게어리 메튜에 따르면, 동 협회는 올시즌 각 학교팀들을 주립 챔피언십 토머먼트가 열리는 앵커리지로 이동하는 교통비만으로 100만달러를 책정했다.
또, 북극에 가까운 베로우 같은 지역의 학교들은 자신들의 마을로 방문하는 원정팀들의 여행비 일체를 부담해 줘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이런 지역의 팀들은 일년내내 원정경기만 벌여야 하기 때문이다.
스털링 하이웨이 덕분에 대부분의 원정경기를 육상교통으로 해결할 수 있는 니닐칙의 경우도 사정이 그리 쉽지만은 않다.
닐리칙 고등학교 학생들은 1인당 100달러, 1가족당 최고 연 350달러의 활동비를 지출해야 한다.
이것과는 별도로 학교당국은 레이디 울버린스 농구팀을 위해 올시즌 6,000달러의 적지않은 활동비를 지원했다. 그 밖에, 추가경비가 필요한 원정경기 때마다 학교예산에서 별도 지출을 해야 한다.
팀의 원정여행길 자체도 일반인들이 보기에는 단순한 농구원정이 아니라 모험길이나 마찬가지다.
미니밴을 타고 혹한 속에서 하이웨이를 달린 다음, 배로 갈아 타고 항해를 계속해야 한다. 북극의 차가운 바닷바람이 몰아치는 항해길에서는 때때로 배가 뒤집힐 듯 요동치는 파도들을 감수해야 한다.
닐리칙 고등학교의 학생들은 이런 악조건 하에서 농구 토너먼트를 치루면서도 학업을 등한시하지 않는다.
농구경기가 과제물 누락이나 시험 결석의 사유로 인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레이디 울버린스 팀의 경우, 12명의 대표팀 선수 중 10명이 우등생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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