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은 영화인들에게 잔인한 달이다. 대표적인 비수기 가운데 한 때인 탓이다. 그렇다고 모든 영화들을 성수기에만 개봉할 순 없는 일. 당연히 이 때도 영화는 극장에 ‘힘겹게’ 걸려 있다. 이렇듯 잔인한 4월인데 이번엔 더욱 끔찍한 일이 벌어질 전망이다. 올 4월에 개봉 예정인 한국영화는 네 편 가량. 이 가운데 세 편이 개봉일을 잡다보니 같은 날(28일)이 됐다. 물론 지금이라도 개봉일을 바꿀 순 있으나 사정이 그렇게 만만치 않다.
서로 ‘저 쪽에서 피해가겠거니.’라며 예정대로 개봉을 준비하고 있다. 이러다간 충돌을 피할 수 없다. 다음 달 28일 개봉 예정작 가운데 <교도소 월드컵>은 코미디이나 <파이란>과 <인디언 썸머>는 장르까지 똑 같은 멜로다. 14일 개봉할 <휴머니스트>를 포함한 4월의 주요 개봉작을 살펴본다.
<인디언 썸머>
감독: 노효정 주연: 이미연 박신양
줄거리 여자 사형수와 남자 변호사의 사랑을 그렸다. 이미연은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1심에서 사형 선고를 받은 사형수, 박신양은 이 사건을 맡은 국선 변호사다.
처음엔 평범한 항소심인 줄 알고 무덤덤하게 법정에 섰던 박신양은 이미연의 이상한 태도에 차츰 끌려들어간다. 이미연이 줄곧 변호를 거부하며 빨리 사형시켜 달라고 애원한다. 사건의 진실은 무엇일까. 도대체 여자는 왜 죽음을 향해 걸어갈까. 여기서 둘의 위험한 사랑이 불타오른다.
특징 당연한 시도이지만 캐릭터의 전복을 시도했다. 박신양은 변호사라면 으레 떠오르는 이미지 대신 깡패 같은 변호사를 택했다. 주위 핀잔에도 불구하고 법정에 운동화 신고 나타나는 식이다. 사형수 이미지에서도 변화를 꾀했다. 이미연은 그 어떤 사형수보다 ‘분위기 있는 여자’로 등장한다. 깡패 같은 변호사가 사랑할 수밖에 없는 사형수인 셈이다.
<파이란> 감독: 송해성 주연: 최민식 장바이즈
줄거리 돈벌기 위해 한국에 온 중국 여자 장바이즈는 비자 때문에 3류 건달 최민식과 위장 결혼한다. 서류 상 부부인 두 사람이 대면한 것은 딱 한 차례. 그리고 여자는 강원도로 돈벌러 떠난다. 비록 돈 때문에 외국에서 위장 결혼까지 했지만 여자는 순수한 심성의 소유자. 그의 순수에 행과 불행이 한꺼번에 깃든다. 행복은 딱 한 번 본 최민식을 진심으로 사랑하게 되는 것이고, 불행은 병에 걸리는 것이다.
특징 홍콩의 신데렐라 장바이즈와 갈수록 깊은 연기를 선보이는 최민식의 조합이 <파이란>의 최대 관심사다. 돈의 노예가 된 한국의 3류 인생, 돈은 없으나 정서적으로는 부자인 중국 여자의 선명한 대비를 통해 우리의 아픈 현주소와 상실을 이야기하고 있는 점도 <파이란>만의 장점이다.
<휴머니스트> 감독: 이무영 주연:안재모 박상면 강성진
줄거리 세 명의 엽기 친구가 음주운전을 하다 경찰관을 죽이게 된다. 사건을 숨길 틈도 없이 비열한 경찰이 나타나 돈을 요구한다. 결국 이들이 찾은 비책은 돈많은 아버지를 납치해 돈을 뜯어내는 것. 아버지를 납치하는 과정도 꼬이고 만다. 수녀가 사건 현장을 우연히 목격한다. 일은 갈수록 꼬이나 거칠 것 없는 패륜아들인 때문에 사건은 사상 최악의 납치 프로젝트로 발전한다.
특징 코미디이나 결코 맥없이 피식 웃음을 만드는데 그치는 작품은 아니다. 등장인물을 모두 휴머니즘이라곤 눈곱만큼도 안보이는 인물로 가득 채우고 나서 역설적으로 ‘휴머니스트’란 제목을 단 것부터 심상치 않다. 최무룡의 <외나무 다리>같은 노래를 발굴해서 사용한 음악 또한 심상치 않다.
<교도소 월드컵> 감독: 방성웅 주연: 정진영 조재현 황인성
줄거리 어느 날 UN인권위가 자유 평등 화합의 슬로건 아래 제1회 교도소 월드컵을 제안한다. 그 때부터 한국의 교도소는 일대 혼란에 빠진다. 성의없는 출전으로 곱지 않은 시선을 받을 것이냐, 우승의 영광을 쟁취해 일계급 특진과 가석방을 얻을 것이냐.
그러나 망나니 재소자에게 기대란 없는 법. 전국 교도소장들의 바람은 딱 한가지 뿐이다. ‘제발 우리 교도소가 대표로 선발되지 않기를..’
특징 스포츠와 코미디의 결합이다. 제비족 공갈협박범 절도범 조폭 사기꾼 무기수 사형수 등 각종 재소자 가운데에서 국가대표 죄수를 뽑는 과정이 코믹한 웃음으로 그려졌다.
이를 위해 스타보다는 개성강한 배우들을 내세웠다. 이들을 통해 축구에 지루박 스텝을 도입한 제비족 출신 FW, 가출한 마누라 때문에 지킴에 대한 집착이 강한 골키퍼 등이 탄생했다.
정경문 기자 moonj@dailysports.co.kr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