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수계-갓 이민온 학생, 매달 4명중 1명꼴 당해
교내폭력과 ‘왕따’(bullying) 문제가 핫이슈다. 지난 5일 샌디에고 인근 샌타나 고등학교에서 학생 2명이 사망하고 13명이 부상한 총격사건은 교육계와 학부모들에게 경악에 가까운 충격을 던져주었다. 2년전 발생한 콜럼바인 고교 총격사건을 비롯해 지난 4년사이 20여건에 가까운 교내 총격사건이 꼬리를 물고 있는데 이 사건을 일으킨 학생들이 대다수 친구들 사이에 왕따였던 것으로 밝혀진 것이다. 이에 따라 교육계에서는 인성교육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부시대통령도 공립학교에서 윤리와 공민도덕을 가르치는 인성교육을 공약으로 내놓았으며 이를 위한 예산을 기존의 3배이상인 2,500만달러로 늘일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교내총격과 왕따, 학교들의 안전대책에 대해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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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내범죄 현황과 왕따 문제
현재 미국에서는 매일 13명의 학생이 총기를 학교에 가져와 정학되거나 체포되고 주먹싸움으로부터 살인까지 매년 100만건 이상의 폭력이 교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다. 캘리포니아에서도 교내폭력 범죄률은 한동안 감소하는 듯 했으나 1998∼99학년도 학생 1,000명당 4.02건에서 1999∼2000학년도 4.70건으로 무려 17%나 증가했다. LA교육구에서는 지난해 302건의 살상무기를 사용한 폭행이 발생했다.
지금까지 청소년들의 교내총격사건을 둘러싼 논쟁은 단순히 청소년 범죄가 대담해진다는 현상과 총기문제에 초점을 맞췄었다. 그러나 콜럼바인 고교사건에 이어 샌타나 고교사건에서 가해자가 왕따의 피해자였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왕따문제가 시사주간지 ‘타임’의 3월19일자 커버스토리로 다뤄지고 워싱턴 주에서는 왕따 행위를 제지하는 법안이 주상원을 통과하는 등 미국에서도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지난해 미비밀검찰국이 조사한 교내총격사건가운데 3분의 2가 왕따 피해학생이 일으켰던 것으로 나타났다.
미법무부에 따르면, 매달 학생들이 4명당 1명꼴로 다른 학생으로부터 왕따, 또는 괴롭힘(bullying)을 당하고 있다. 또 미학교카운슬럽협회에 따르면, 학생들이 4명당 3명꼴로 괴롭힘을 당한 적이 있으며 5명중 1명은 다른 학생을 괴롭힌 경험이 있었다. 학생들의 43%가 학교 화장실에서 괴롭힘을 당할 것을 우려하고 있으며 이와 같은 왕따로 인한 분쟁은 80%가 주먹싸움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왕따는 한국이나 미국에서나 문화를 막론하고 널리 일어나는 현상으로 특히 소수계 학생이나 갓 이민온 학생이 미국에서 왕따가 될 우려가 많다. 그러나 지금까지 개인 학생의 문제로만 생각되어 오다가 교내총격사건으로 폭발하면서 사회문제로 부상한 왕따의 가장 큰 문제는 피해 학생들이 대게 부모나 학교 관계자에게 이를 알리지 않고 혼자 속앓이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자녀의 얼굴이나 몸에 상처가 있거나 옷이 찢어진 경우, 좋아하는 물건이 없어졌거나 학교에 가기 싫어하는 것을 볼 때 자녀가 왕따를 당하는지 주의해야 한다며 학교 카운슬러에 상담할 것을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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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의 안전대책LA고등학교 학생부장(dean)인 최진우씨는 LA고등학교의 경우 경찰이 매일 각 클래스를 돌며 학생 5∼6명씩 무작위 수색하는 방식으로 총기소지를 방지하고 있다고 말한다.
또 문제의 소지가 있는 학생들(at risk student)에 대해서는 대화를 통해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상담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최씨는 흡연이 담배를 피는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술, 마리화나, 갱 등 탈선으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다며 흡연방지 프로그램도 학교폭력방지를 목적으로 강조하고 있다고 전했다.
교내안전에 대해 민감해지기는 초등학교도 마찬가지이다. 3가초등학교의 수지 오 교장은 샌티 총격사건을 계기로 학교안전문제에 대해 교직원회의를 가졌다며 어린이들에게 감정을 관리할 수 있는 스킬을 키우는 프로그램을 커리컬럼에 통합하고 학생들사이에 마찰이 있을 때 다른 학생이 이를 중재해주는 프로그램을 도입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오 교장은 "샌티 총격사건도 학생이 감정을 다루지 못해 일어난 사건"이라며 "학교에서 20분정도라도 학생들이 고민하는 문제나 불만를 털어놓고 갈등을 해소하는 방법을 배우는 시간을 갖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LA교육구에서는 샌티 총격을 계기로 이달부터 학교 관계자들과 카운슬러들을 대상으로 학교안전 웍샵을 시행하고 초중고등학교에 폭력위협을 판단하고 대응할 팀 ‘crisis management team’을 배치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교내총격을 방지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학생들이 급우로부터 수상한 말을 들을 경우 이를 심각하게 여기고 곧바로 학교당국에 신고하는 것이라고 학교 관계자들은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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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내 학생규율과 처벌LA교육구를 비롯해 대부분의 학교에서 총기를 소지하고 등교하면 자동적으로 퇴학조치가 내려질 뿐 아니라 학교경찰에 체포돼 중범죄로 기소된다. 칼, 방망이, 스쿠르 드라이버 등 흉기가 될 수 있는 물건도 학교에 가지고 오면 퇴학이 될 수 있는데 형사처벌은 학생의 상태와 상황에 따라 결정된다.
컬럼바인 사건을 계기로 이제는 모든 협박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정책이 시행돼 죽이겠다고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언행은 무조건 퇴학조치가 내려지고 경우에 따라 형사처벌도 받게 된다. 지난 12일 오렌지카운티 알리소 비에호에 위치한 알리소 니겔 고등학교에서 대규모 총격사건이 발생할지 모른다는 루머로 1,970명이 무더기 결석하고 이를 협박한 학생은 체포됐다. 또 헌팅턴비치의 오션뷰 고등학교에서도 전교생의 절반에 해당하는 750명의 학생이 비슷한 루머로 결석한 사건이 있었다. 알리소니겔 고교에서 교내총격을 위협한 학생은 기소됐는데 유죄가 인정될 경우 최소 3년 징역형을 받을 수도 있게 된다.
LA교육구에서도 단순히 친구끼리 말로 오가는 위협을 전에는 교내에서 문제를 해결했으나 최근에는 사고예방 차원에서 일단 경찰 당국과 협조하고 있다.
LA경찰국의 심리학자 크리스 모핸디는 그러나 장난에 불과한 위협에도 학교측에서 지나치게 반응, 불필요한 퇴학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LA교육구의 경우 3월초 2주기간동안 모두 46건의 협박사건이 보고되고 LA카운티 셰리프국도 교내폭력 및 협박신고와 관련해 9명의 학생을 체포했다. 모핸디는 교육자들이 심각한 위협인지 장난인지 구별하도록 훈련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LA고등학교의 최진우 학생부장은 한국에서는 격한 감정을 표현하는 차원에서 ‘죽여버리겠다’는 말을 흔히 하는 경향이 있는데 한국에서 갓 이민온 학생들이 특히 주의해야할 문제라고 지적하고 "농담으로도 절대 위협이 되는 말을 하지 않도록 학부모들이 교육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왕따 문제가 있을 때에는 정도가 심하지 않으면 그룹 카운슬링을 하지만 심각한 경우 정학처분이 내려지고 반복될 경우 전학이나 퇴학을 시킬 수 있으며 학생을 폭행한 경우에는 퇴학과 함께 형사법에 넘길 수도 있다.
최진우씨는 마찰이 있을 때에는 스스로 해결하려 하지말고 먼저 학교 당국에 상황을 알리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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